[긴급구호] 갇히고 고통받는 아이들, 인지고래 2호 「무방비」로 본 팔레스타인 아동 구금 | 공지일 : 2024-08-01 조회수 : 1421 |
오늘은(8월 1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한 지 300일이 된 날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팔레스타인 아동이 죽거나 다치고 잔해 속에 실종돼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살아남은 아동 중 다수는 보호자를 잃거나, 끊임없는 공격으로 인도적지원이 지연되면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고통은 300일 전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점령하에 놓인 지난 57년간 팔레스타인 아동은 끊임없는 폭력과 구금의 위험에 노출되었고, 학교와 집이 무너졌으며, 마땅히 누려야 할 어린 시절을 빼앗겼습니다. 그 어떤 아동도 겪어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 (좌) 구금을 경험한 아동이 그린 그림 / (우) (문구: 군 검문소, 속도를 줄이고 검문을 받으시오!) 세이브더칠드런은 팔레스타인 아동 구금 문제에 관해 세 권의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인도적지원 보고서 시리즈 「인지고래」 2호에 담긴 『무방비: 이스라엘군의 구금 시스템이 팔레스타인 아동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 중 2020년 발간된 자료로, 구금을 경험한 아동들의 증언과 그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발간 이후 4년이 지났음에도 『무방비』에서 다루는 구금 문제와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여전히 생생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요르단강과 맞닿아 있는 서안지구(West Bank)는 팔레스타인 영토이지만 사실상 이스라엘의 군사 통제 아래 놓여있습니다. 8m 높이의 분리 장벽이 감싸고 있는 서안지구는 거대한 감옥과 같습니다.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 내 이스라엘 국민이 거주하거나 정착촌을 짓는 것은 불법이지만, 실제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과 확장 때문에 팔레스타인 주민의 주거지가 철거당하고 폭력 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동들은 이처럼 불안정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마음껏 뛰어놀기는커녕 교육, 의료와 같은 필수 서비스조차 원활히 지원받지 못합니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겪는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는 이스라엘군에 의한 구금(detention)입니다. 이스라엘 일반 군법에 따르면, 경찰관, 보안 요원, 군인은 영장이 없어도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 아동을 체포할 수 있고, 무죄 입증 전까지 아이들은 유죄로 취급받아 구금을 당하게 됩니다. 이 아이들에게 가장 흔하게 제기되는 혐의는 ‘돌 던짐’으로, 최대 20년까지 형량이 구형되기도 합니다. ▲ 구금 당시 17세였던 남아의 그림 매년 약 500명에서 700명의 팔레스타인 아동이 구금되고 있지만,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아동들은 군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구금 대상이 아닙니다. 구금된 팔레스타인 아동들은 폭력과 위험에 매우 취약한 상황에 놓이며, 일부는 사전 합의나 고지 없이 서안지구를 벗어나 이스라엘 영토로 이송되기도 하여 가족들이 소재를 알거나 면회를 갈 수도 없게 됩니다. 아동들은 구금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는 시스템 안에서, 말 그대로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구금을 경험한 아동과 청소년, 구금 당시 아동이었던 청년 총 47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체포의 순간부터 심문과 이송 과정, 석방 이후의 생활까지의 경험을 자세히 나누어 준 이들의 증언과 더불어 다른 기관의 연구 자료를 함께 담아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 구금 당시 16세였던 아나스(가명)의 그림 (문구: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그들이 저를 감옥에 가두었을 때에요. 밤낮을 구분할 수가 없었어요.”)
대부분 아이들은 늦은 밤 자택에서 급습당해 체포되거나 군사 검문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연행되었고, 시위나 폭력 사태에 휘말려 구금되기도 했습니다. 체포 과정에서 체포 이유와 앞으로의 절차에 대한 설명은 없었으며, 조사에 참여한 아동 대다수는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눈가리개나 두건이 씌워졌다고 증언했습니다.
심문은 유죄 판결을 위해 아동의 자백을 받아내는 과정이었고, 그 과정에서의 아동 권리 침해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심문 과정에서 대다수(89%)의 아동이 언어 학대를 경험했고 절반 이상(52%)이 정보를 제공하거나 자백하지 않으면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을 받았습니다. 여아들은 성적 모욕감과 수치심을 주는 언행을 듣기도 했으며 남아들 또한 자신의 어머니, 누나, 여동생에 대한 모욕적인 언행을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 구금을 경험한 아동이 그린 그림
구금된 동안 아동들은 연령, 성별, 장소와 관계없이 비인격적인 취급을 받아야 했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여러 번 폭행을 경험했거나 한밤중에 강제로 깨워졌고, 필요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했고 물과 음식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또한, 51%의 아동이 가족의 면회가 거부되었다고 답했습니다. 두렵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인 아동에게 가족과의 연결은 정신적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구금된 팔레스타인 아동들은 가장 필요한 순간에 사랑하는 이들과 떨어져 있어야 했습니다.
석방 이후에도, 구금은 여전히 아동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대부분(85%)은 구금 경험 이후 자신이 바뀌었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절반(48%)은 지금도 정상적인 삶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구금 당시 입은 부상 치료를 계속하거나, 분노, 불안, 우울,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한번 구금을 경험한 아동들은 주변에서 또래 아이들이 구금되는 현장을 목격하거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한 이후로 팔레스타인 아동 구금 사례는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지난 10개월 동안 서안 지구에서 구금된 약 9,400명의 팔레스타인인 중 650명이 아동이며, 이 중 250명이 여전히 구금되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습과 전투가 계속되는 가자지구에서는 몇 명의 아동이 구금되고 풀려났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구금되었다가 풀려난 피라스(가명, 17세)는 구금 과정에서 “엄청난 공포를 견뎌야 했다”며, “전쟁 이전의 감옥이 천국같이 느껴질 정도였어요.”라고 증언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중동 지역 사무소장인 제레미 스토너(Jeremy Stoner)는 “지난 몇 년간 파트너기관들과 현장에서 일하며 구금을 경험한 아동 수백 명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지금처럼 참혹한 환경에서 희망을 잃은 아이들은 본 적이 없습니다. 저희가 만난 아이들은 어떤 아이도, 어떤 어른도 목격해서는 안 될 공포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점령은 너무나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아동들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왔습니다.”라며 참혹한 상황을 전했습니다. ▲ 인도적지원 보고서 시리즈 「인지고래」 표지 이번 글에서 소개한 내용은 인도적지원 보고서 시리즈 「인지고래」에서 발췌했습니다. 「인지고래」는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지금 생각(考)할 문제와 미래(來)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보고서 시리즈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글로벌에서 발간하는 수많은 인도적지원 보고서 중, 지금 한국의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생각해볼 주제를 골라 국문으로 발간합니다. 올해 창간호인 『고립과 상처』를 통해 가자지구 분쟁으로 아이들에게 누적되어 온 정신적 피해를 다루었습니다. 2023년 발간된 『불의(Injustice)』에서는 아동 구금 관련 최신 통계자료와 추가 사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는 8월과 10월에는 각각 기후위기와 식량 위기 속 인도적 위기에 놓인 아동들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953년부터 팔레스타인 아동에게 필수 서비스와 지원을 제공해 온 가장 큰 규모의 NGO 중 하나입니다. 2023년 10월 전쟁 발발 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내 79만 9,010명을 대상으로 약 3,819만 달러(한화 약 528억 9천6백만 원)의 인도적지원 기금을 지원했으며,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도 30만 달러(한화 약 4억 1,553만 원)를 지원했습니다. 이 중 서안지구에서는 아동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현금 지원, 교육, 아동보호, 심리 사회적 지원 분야 활동을 진행 중입니다. 글 이지오(국제사업부문) 편집 신지은(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