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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피해 아동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울산 아동학대사망사건을 계기로제정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29일 시행을 앞두고 있어 아동학대 근절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1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아동학대예방과피해아동보호를 위해 시급히 필요한 인프라 확충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굿네이버스 등 12개 아동단체는 25일 공동성명을 내고 아동보호예산을 재검토하고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습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입니다.
- 내년도 예산안에서 현상유지 수준의 예산 책정, 사실상 후퇴나 마찬가지
- 기관과 상담원, 피해아동쉼터 확대를 위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 필요
울산 아동학대사망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오는 29일 시행된다. 특례법이 시행되면 국가적 수치라 할 아동학대가 근절될 수 있다는 사회적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우리는 특례법 시행을 앞둔 지금,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5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아동학대예방예산을 보고 과연 정부에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의지가 있는지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특례법 제정 취지가 무색하게도 학대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한 인프라 확충은 내년도 예산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에 책정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지원, 학대피해아동 쉼터 지원 등 아동학대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정부 예산은 169억 원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없던 국비 지원일지언정, 향후 지방자치단체들이 배정할 예산까지 감안하더라도 이는 현상 유지 수준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상담원 수의 확충은 아예 불가능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불과 6개소, 학대피해아동쉼터는 15개소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특례법 시행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맡을 업무가 급증하고 학대행위자로부터 아동의 격리가 늘어날 것임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후퇴나 마찬가지이다.
이미 학대신고는 특례법 시행 이전부터 급증했으며 일선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상담원들은 지금도 신규 접수 사건 현장조사 이외에 아동학대예방활동이나 사후관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할 인프라의 확충이 없는 채로 29일 특례법이 시행되고 내년도 예산안이 현행대로 통과되면 아동보호체계는 또 다시 퇴행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상황을 묵과할 수 없기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한다.
1. 정부와 국회는 내년도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의 운영 지원 예산을 현 103억 원에서 원안인 322억 원 수준으로 증액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비를 1개 당 3억 원으로 책정하고 그 중 절반만 국고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보건복지부가 1개 당 운영비를 8억 원으로 책정하고 그 중 절반을 국고로 지원하기 위해 322억 원을 요청했으나 정부 심의 과정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깎인 것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의 1개당 평균 운영비가 3억 원이다. 정부예산안대로라면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한 곳 당 운영비는 올해와 동일하다. 현재의 열악한 수준을 내년도 예산안 책정의 기준선으로 잡은 무신경함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정부와 국회는 내년도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 예산을 원안인 322억 원 수준으로 증액해야 한다.
2. 정부와 국회는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한 곳당 최소 15명의 상담원이 확보되도록 예산 책정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
현재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마다 인력난이 심각한 상태다. 미국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1명 당 아동 2,268명을 맡고 있지만 한국은 1인당 무려 10배인 2만2,882명을 맡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학대신고가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했으나 상담원 수는 그대로다. 신규 접수 사건 현장 조사 이외에 예방과 피해아동 심리치료와 부모 교육 등 사후관리는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1개 기관당 6~8명인 상담원을 최소 15명은 되도록 증원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요구였다. 그러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상담원을 1개 기관당 평균 8명인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삼아 책정됐다. 이대로라면 상담원 증원은 불가능하다. 내년도 인력 충원을 믿고 힘겹게 버티고 있는 수탁 법인들은 현행 예산안이 확정된다면 위탁 운영 계약 해지까지도 고려해야 할 판국이다. 정부와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한 곳당 최소 15명의 상담원이 확보되도록 예산 책정 기준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3. 학대피해아동을 위한 긴급 쉼터를 현재보다 2배 이상 확충해야 한다.
특례법이 시행되면 지금보다 학대 행위자로부터 아동을 격리하는 조치가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격리한 아동을 보살필 수 있는 쉼터는 전국 36곳에 불과하며 이 쉼터들은 대부분 위탁 운영 법인의 지원금과 일반 후원자의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예산안에서 추가 설치되는 쉼터는 15개에 불과하다. 정부와 국회는 학대피해아동을 위한 쉼터를 현재보다 2배인 72개 이상으로 늘리고 운영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4. 아동학대예방예산의 재원을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일반회계로 변경해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내년도 아동학대예방예산의 재원은 형사벌금으로 충당되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이다. 총 규모가 600억 원인 범죄피해자보호기금으로는 향후 아동복지법이 정한대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 군, 구마다 1곳씩 설치할 수 있는 재정 지원이 불가능하다. 국가아동학대예방업무의 예산을 소규모의 한시적 기금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향후 아동보호체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와 국회는 아동학대예방 및 피해아동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아동학대예방예산의 재원을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일반회계로 변경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는 계속 '아동보호는 지방이양사무'라는 이유를 앞세워 국가 예산 편성 요구를 묵살하더니,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국고 지원 생색을 내면서 평균 지원액은 지방 이양 사무일 때와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는 아동보호를 위한 국가적 대책 마련과 지원 확대를 기대하며 열악한 상황을 감내해온 일선 상담원들을 우롱하는 조삼모사 (朝三暮四)의 처사다.
특례법으로 친권을 제한하고 학대행위자로부터 아동을 격리해본들 상처받은 아이들을 치유하여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돌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정부와 국회는 아이들의 비극적 죽음을 계기로 어렵게 마련된 아동학대예방과 보호를 위한 탄탄한 체계 구축의 계기가 또다시 무위로 돌아가지 않도록 내년도 예산안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증액과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2014. 9. 25
(12개 단체. 이하 가나다 순) 굿네이버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사회복지법인 명지원, 세이브더칠드런,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우봉복지재단, 인애복지재단, 사회복지법인 제남, (재)그리스도의 교육수녀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한국아동권리학회, 한국아동복지학회
문의: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02-6900-4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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