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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위원회를 구성하며
공지사항
201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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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위원회를 구성하며
-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위원회’ 발족 취지문


아동학대예방주간 마지막 날인 오늘, 우리는 우선 지난 달 울주에서 함께 살던 엄마의 학대로 목숨을 잃은 여덟 살 이 모양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어린 몸의 갈비뼈가 16개나 부러지고 그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끝내 숨지도록 만든 잔혹한 가해자는 이양이 함께 살면서 엄마라고 부르던 사람이었다.

OECD 가입 선진국을 자랑하는 한국의 아동보호 시스템은 도대체 어떻기에 이런 비극을 막지 못했는지, 왜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 데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지, 한국이 과연 문명국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2011년 5월 최초 신고가 있었는데도 재학대를 예방하지 못하여 2년 반 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참담하다. 이는 아동보호와 관련된 현행 제도와 법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드러내 보여준다. 또한 아동에 대한 폭력의 정도는 한 사회의 성숙도와 발전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라는 점에서 이는 우리 사회의 치욕스러운 자화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 통탄할 일은 이양의 사건이 비정상적인 사람이 저지른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동학대로 한 달에 한 명 꼴로 아이가 죽어가고 있고, 한 시간에 한 명 꼴로 학대 받는 아이가 발견되고 있다.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대안은 영국이 빅토리아 클림비 사건 이후 취했던 대처 방식이다. 2000년 여덟 살 소녀 빅토리아가 친척의 학대로 숨졌을 때 영국 정부와 의회는 조사단을 구성하여 400여 페이지의 조사보고서를 발간하고 이를 근거로 아동보호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국 사회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매우 큰 충격으로 받아들였고 정부와 의회가 아동보호 시스템의 전 과정을 재검토하여 어느 단계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적극적으로 개선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영국의 사례를 부러워만 하고 있을 것인가. 가정 내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해마다 여러 건씩 발생하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진상조사조차 이뤄진 사례가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정부가 최초 신고 접수에서부터 이양이 숨지기까지의 전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여 아동보호체계 전반을 재검토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공분에서 비롯된 가해자 처벌 강화 요구도 꼭 제도화되어야 하지만, 시스템의 빈틈을 낱낱이 찾아낼 수 있도록 아동보호 체계 전반을 세밀하게 되짚어보는 진상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과 아동복지 전문가, 법률 전문가, 시민단체, 그리고 정부의 위탁을 받아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하는 민간단체들이 함께 모여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위원회’를 구성하고자 한다.

현재 정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정부에 진상조사 착수를 촉구하고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국회와 민간 전문가들의 협업 하에 사건 전 과정을 짚어보며 어떤 단계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개입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지, 대처 과정의 허점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자 한다. 최초 신고 이후 이양과 가족이 거주했던 포항, 인천, 울주 등 3개 도시 각각의 아동보호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실제 벌어진 일에 근거한 개선책을 마련하여 공개하고 정부에 제안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후 실제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는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자 한다. 우리는 아동인권, 아동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 개인, 단체들로서 그 길만이 이양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재발을 방지하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아동학대를 심각한 범죄와 인권유린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아동학대는 스스로를 방어할 힘이 없는 가장 무력한 인간에게 가해지는 가장 잔혹한 폭력이다. 또한 아동의 전 생애에 걸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서 가장 큰 사회적 대가를 치르는 범죄이다. 이를 묵과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수치이자 제 2, 3의 사건이 잇따르게 방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위원회의 조사와 제도개선 제안을 통해 아동학대가 잔혹한 폭력이자 크나큰 사회적 대가를 수반하는 범죄라는 인식을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아동학대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피해아동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아동인권, 아동복지 분야의 전문가 개인, 단체들이 뜻을 모아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안 마련에 나선 것을 계기로, 정부도 진상조사의 전 과정에 최대한 협력하고 주도권을 갖고 나설 것을 촉구한다.

다시 한 번 이양을 비롯하여 가정 내 학대로 목숨을 잃은 모든 아이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2013. 11. 25
울주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위원회

위원장: 국회의원 남윤인순
위원(단체, 개인 순): 한국아동권리학회, 한국아동복지학회, 한국YMCA전국연맹,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강현아 교수 (숙명여대), 김상용 교수 (중앙대), 안재진 교수 (숙명여대), 오승환 교수 (울산대), 이은주 교수 (동국대), 정익중 교수 (이화여대), 황옥경 교수 (서울신학대), 김수정 변호사, 이명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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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은 전 세계 120여 개 국가에서 아동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인종, 종교, 정치적 이념을 초월하여 활동하는 국제 구호개발 NGO입니다. (www.s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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