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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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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터키 이민자송환협약 1년…기약 없이 갇혀 9살짜리까지 자해
- 오는 3월 20일로 1년이 되는 유럽연합(EU)과 터키 이민자송환협약 결과, 1만 3,200여 명 5개 섬에 발 묶여
- 5천 명 이상 아동, 기약 없는 구금으로 정신적 상처 커져…. 자살시도, 자해 등 증가
- 세이브더칠드런 현지 스태프 증언과 아동, 가족 인터뷰 바탕 <자해와 우울의 물결> 보고서 펴내
- “불법적이고 부당한 어린이 난민 구금 당장 멈추고 안전한 곳으로 이주시켜야.”
“자해는 이제 평범한 일이 됐어요. 여기 아이들은 거의 취미생활처럼 자해를 해요. 한 어머니는 아들을 씻기다 아들 손이 상처로 가득한 걸 봤대요. 자기 자신을 긁은 거예요. 다들 이렇게 하는데 왜 자기는 하면 안 되냐고 했대요. 그 애는 아홉 살이었어요.”(그리스 난민캠프 세이브더칠드런 현지 스태프 증언.)
유럽연합(EU)과 터키 이민자송환협약 결과, 5천 명 이상 아동 포함해 1만 3,200여 명이 사실상 ‘구금’돼 있는 그리스 다섯 개 섬에서 아동들의 자해와 자살시도 등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세이브더칠드런 조사 결과 나타났다. 국제구호 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난민시설에서 아이들을 돕고 있는 현지 스태프와 난민, 이주민 가족, 아동들의 증언을 토대로 <자해와 우울의 물결(A tide of self-harm and depression)> 보고서를 16일 내놨다.
최대 수용인원 8,848명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발이 묶이면서 그리스 레스보스, 사모스, 치오스, 레로스, 코스 섬 난민캠프는 생필품조차 구하기 힘든 거대한 감옥으로 변했다. 철조망에 갇힌 이곳 이민자와 난민신청자들은 언제까지 여기 갇혀 있어야 할지 정보도 얻지 못한 채 터키로 추방될 거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긴장이 높아지면서 폭력과 방화 등도 잇따랐다.
1. 우울과 불안
오랜 시간 캠프에 갇히면서 아이들은 야뇨증, 악몽 등 우울과 불안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심리상담가로 훈련 받은 한 세이브더칠드런 스태프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캠프가 열렸을 때 아이들은 자유로웠어요. 꽃, 나무, 하늘, 새 같은 낙천적인 그림을 그렸죠. 지금은 슬픈 표정을 한 사람들, 우리, 금지선 같은 것들을 그려요. 회색이나 검은색 같은 것만 써요.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친화 공간 밖에서는 아이들이 할 게 아무것도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발달할 수 없어요.” 다른 스태프의 증언은 이렇다. “여섯 살 타릭은 지난 11월 화재로 사망했어요. 그의 가장 친한 친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타릭은 죽었어. 타릭은 죽었어’ 이말 빼고는. 아이의 얼굴은 텅 비어 있었어요.” 한 세이브더칠드런 스태프는 끊임없이 악몽에 시달리는 12살 시리아 소녀 이야기를 했다. 이 소녀는 밤마다 오줌을 쌌고 부모님이 손에 닿지 않으면 잠들지 못했다.
2. 자해와 자살시도
세이브더칠드런 스태프가 목격한 가장 끔찍한 것은 자살시도와 자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9살짜리마저 자해를 한다. 아동들이 보는 앞에서 자살시도가 일어나기도 한다. 아동들은 서로 또는 어른들을 모방하고 있다.
다음은 스태프 4명의 증언이다. “자해는 이제 평범한 일이 됐어요. 여기 아이들은 거의 취미생활처럼 자해를 해요. 한 어머니는 아들을 씻기다 아들 손이 상처로 가득한 걸 봤대요. 자기 자신을 긁은 거예요. 다들 이렇게 하는데 왜 자기는 하면 안 되냐고 했대요. 그 애는 아홉 살이었어요.”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12살 아이가 손과 목에 낸 상처를 보여주면서 자살하려고 했다고 했어요. 불행해서 죽고 싶다고요. 난민 신청 절차가 미뤄져서 여기를 떠날 수가 없었어요. 날 볼 때마다 그 애는 새로운 상처들을 보여줬어요. 이 아이와 그 가족은 이곳에 7개월 이상 묶여 있었어요.”
“14~18살 청소년들은 자해가 자유의 한 방법이에요.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거든요. 하루는 우리 옆방에서 두건이나 자해가 발생했어요.”
“한 12살짜리 소년은 자신의 자살기도를 영상으로 찍기도 했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한다면서. 홀로 온 애들 중에 독방에 갇힌 애들도 있어요. 감옥 안에 감옥이죠. 이런 상황에서 우울과 자해는 예측 가능한 일이에요.”
3. 비인간적인 삶의 환경
“우리가 모리아 캠프에 도착했을 때 버스를 타고 왔는데 철조망을 봤어요. 부인이 말했어요. ‘그들이 우리를 감옥에 데려가요.’” (다리안, 2016년 3월 레스보스에 도착했을 때 상황을 설명.)
이곳 상황은 비인간적이다. 질척거리는 땅에 텐트를 치고 살아야 한다. 생필품은 점점 달린다. 음식을 받거나 목욕을 하는 데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다. 담요, 잘 수 있는 마른 땅, 목욕물, 음식 등 생필품을 놓고 싸움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가 마치 ‘갇힌 짐승 같다’고 말했다.
“많은 난민과 이주민들이 바다 근처 텐트에 살아요. 침대, 전기 없이 겨울을 나요. 눈도 내리는데. 정말 힘든 상황이에요. 이런 상황이 존중과 존엄을 좀먹어요. 사람들은 희망을 잃었어요. 마치 짐승이나 물건처럼 취급받는다고 느껴요.” (세이브더칠드런 한 스태프.)
방화가 빈번해 지면서 불안도 커지고 있다. 파르진(12)과 그의 아버지 바박은 이란에서 도망쳐 나와 치오스 캠프에 지난 다섯 달 동안 살았다. 캠프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그들은 자고 있었다. 바박은 이렇게 말했다. “캠프에 누군가가 불을 냈어요. 다시 잠들기가 정말 무서워요. 그래서 주차장에서 14일 동안 잤어요. 아들 행동이 많이 변했어요. 항상 무서워해요. 방화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애가 잠을 못 자고 악몽에 시달려요. 저도 비슷한 증상을 겪어요. 지금 7명이 한 방을 써요. 애를 캠프에 혼자 두기가 두려워요. 저는 저 자신도 유럽도 싫어요.” 아들 파르진은 “주차장에서 자고 난 다음에 너무 추워 병에 걸렸다”고 말했다.
4. 공격적 행동 증가
이곳을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어버리면서 아이들은 공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아이들은 이제 서로 공격해요. 서로 거칠게 때려요. 이건 보통 애들 싸움이 아니에요. 이 애들은 싸움이 저항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을 보호하려면 공격적이 되어야 한다고 느끼죠.” (한 스태프)
5. 약물과 알코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약물이나 알코올 남용도 불거졌다.
“이곳 상황 탓에 차분하고 꿈이 많았던 아이들도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싶어 하는 아이들로 바뀌어 가요. 여기 갇혀서 꿈을 키울 수가 없으니까요. 아이들이 어떨 때는 약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요.” (한 스태프)
6. 안전 부재
특히 홀로 탈출한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스태프들은 이렇게 증언했다. “밤이 오면 경찰이 없어요. 캠프가 문을 닫으면 사람들은 나갈 수도 없고 경찰은 도우러 오지도 않아요. 홀로 탈출한 아이들은 24시간 불침번을 서야 해요. 돌아가며 잠을 자요.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게.”
“홀로 탈출한 아이가 사는 컨테이너에서 싸움이 벌어졌어요. 경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자기들 문제가 아니라면서. 홀로 탈출한 아이들은 보호받는다고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그 애들은 매일 캠프 안에서 공격당해요.”
“여기는 감옥이에요. 아이들은 경찰과 군인들을 항상 봐요. 하루는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한 늙은 남자가 경찰에게 두들겨 맞았어요. 그것도 아동친화 공간 바로 앞에서요. 아이들 눈에는 혼돈이 가득했어요.”
7. 가족 해체
특히 10살 이하 아이들에게는 부모님들이 스트레스를 이겨내는지 여부가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친다. “아버지가 누구하고도 말을 하지 않아요. 가정폭력이 우려됐어요. 아이들이 간절한 걸 알 수 있었어요. 아이들 옷도 엉망이었어요. 방임의 증거였죠. 한 10대 여자아이는 부모님을 떠나고 싶어서 결혼하고 싶다고 했어요.” (한 스태프)
8. 밀수와 인신매매
“싸움은 일상이에요. 지난 초여름 또 방화가 일어났어요. 불꽃이 우리 텐트까지 집어 삼켜버렸어요. 그리고 브로커와 선이 닿았어요. 아테네까지 1,000유로를 요구했어요.” (부인과 함께 시리아를 탈출한 리아드.)
특히 홀로 온 아이들이 브로커들에게 착취나 학대당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홀로 온 아이들 가운데 사라진 아이들이 많아요. 인신매매 브로커를 따라 섬을 떠나는 거예요. 아테네로 데려가 주겠다는 말을 믿고 따라가요. 그걸 믿지 말라고 아무리 말해도 그 방법밖에 나갈 수 있는 길이 없다고 느끼는 거죠.” (한 스태프)
안드레아스 링 세이브더칠드런 인도적지원 대표는 “EU-터키 협약은 그리스로 들어오는 ‘변칙적(irregular) 이주민을 막으려는 의도였는데 그 대가가 뭔가?”라고 물었다. 그는 “세이브더칠드런 현지 스태프들이 목격한 아동들의 상황은 우울증, 분리불안, 외상후증후군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심장병 당뇨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이 아이들은 폭력이 정상적 상황이라고 인식하는 세대로 자라날 것”이라며 “하지만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가 빨리 도울수록 아이들은 회복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덧붙였다.
세이브더칠드런은 EU와 그리스 정부에 불법적이고 부당한 아동 난민과 이민자들의 구금을 당장 멈출 것을 요구한다. 아동과 가족들을 더 안전한 환경으로 이주시켜야 한다. 특히 홀로 탈출한 아이 2,100명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특별히 치료받을 수 있는 곳으로 옮겨 보낼 것을 요청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2015년 8월부터 북부 그리스와 아테네, 코스, 레로스, 치오스, 레스보스 섬에서 아동과 가족들을 돕고 있다. 아동친화공간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하며 영양 보건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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