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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아동 '무서움, 차별적 경험, 귀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겪어
세이브더칠드런, 시리아 실향민 아동이 겪는 정신 건강 실태 보고서 발표
- 심리적 불안, 아동 노동, 인종 차별에 따른 아픔 … 시리아 분쟁 경험한 아동 목소리 직접 담아
- 아동의 정신건강 지원 필요하나 내전으로 보건 시스템 마비, EU 회의서 지원책 마련 요구
2020. 6. 29.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29일과 30일 벨기에서 개최되는 ‘시리아 및 주변 지역의 미래 지원을 위한 제 4차 브뤼셀 회의’를 앞두고 '시리아 실향민 아동이 겪는 정신 건강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이 개최하는 이번 회의는 관련국 정상들과 주요 시민사회 단체가 모여 시리아 난민과 이들을 수용한 국가에 대한 지원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작년 3차 회의에서 62억 유로(한화 약 8조 3천 3백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조성한 바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시리아 분쟁을 경험한 아동 약 1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에 따르면 10년 가까이 이어진 내전으로 시리아 아동 대다수가 무서움, 차별적 경험, 귀향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을 겪고 있다. 분쟁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은 아동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모호한 감정을 드러냈으며,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아동 역시 집에 가는 상상만으로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부모들 역시 자녀들이 공황장애, 극심한 두려움, 자기 고립감, 야뇨증 등의 증상을 겪는다고 밝혔다.
특히 내전 초기 총알과 폭탄을 피해 도망쳤던 충격은 시간이 지나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대부분의 아동은 임시 거주지에서 생활하며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어려워지고 교우 관계와 사회적 지지에 제약이 생기면서 심리적 타격을 입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아동들은 내전이 장기화되는 탓에 점점 심해지는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할 것을 걱정했다. 많은 아동의 자존감과 회복탄력성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아이들은 아이답게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많은 실향민 아동이 가족을 위해 생계를 책임지는 등 어른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 받고 있었다. 전쟁을 피해 시리아를 벗어나 타국에서 난민이 된 아동 역시 지속적인 차별과 집 밖에서의 불안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리아 난민아동인 사파(가명, 16세)는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며 “이곳에 사는 건 정말 끔찍해요. 마음 속에서부터 고통스러워요. 우리는 낯선 외국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어요. 우리나라가 그리워요.”라고 말했다. 장애로 일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부서진 건물 앞에서 장난감을 파는 다라는(가명, 10세)는 “장난감을 갖고 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요. 이걸 팔아야 우리 가족이 그 돈으로 살 수 있어요.” 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가족과 함께 시리아 알레포에서 탈출해 이웃 국가에 거주 중인 파디(가명, 12세)는 “우리 가족은 학교와 이웃으로부터 극단적인 인종차별을 겪고 있어요. 정말 수치스러워요. 여기서 사는 것보다 시리아에서 죽는게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라며 차별의 경험을 토로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4차 브뤼셀 회의에서 난민 아동의 정신 건강을 우선한 지원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시리아 난민 아동의 정신 건강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은 늘어나는 반면 시리아의 보건 시스템은 지속된 내전으로 마비된 상황이다. 현재 시리아의 정신과 의사는 인구 10만 명 당 0.41명으로 세계 평균인 1.3명에 훨씬 못 미치며, 이는 아동 25만명 당 1명 꼴이다. 지역사회 단위의 보호 서비스 부족과 사례 관리 등 사회복지 시스템의 부재 역시 아동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세이브더칠드런 시리아 사무소장 소니아 쿠슈(Sonia Khush)는 “시리아 내 실향민 아동은 여러 차례 이어진 분쟁의 여파로 집과 친구, 가족, 어린 시절을 잃어버렸다. 아이들이 미래를 희망이 아닌 절망으로 바라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며, “시리아의 아이들은 더 나은 미래를 누릴 자격이 있다. 브뤼셀에 모이는 각국 정상은 이번 기회를 통해 아동에게 오랫동안 필요했던 심리적 지원을 우선 순위로 삼고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모두가 힘을 모아 아이들이 희망을 갖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타 회원국과 함께 시리아 난민과 시리아 내 실향민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구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말 시리아 북부의 국경 인근에서 분쟁이 격화되면서 발생한 신규 실향민을 대상으로 1333개의 긴급 식량을 보급했으며, 이들리브 및 알레포를 포함해 시리아 북서부와 북동부 3650 가구의 긴급생활비와 아동의 옷, 이불, 매트리스 등 비식량물자를 지원했다. 공중위생을 위해 화장실 프라이버시 벽과 식수 탱크를 설치했으며, 식수와 개인위생을 위한 키트, 600여 명의 아동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이동식 영유아교육센터 설치를 지원했다. 또한 아동 친화 공간(Child Friendly Space)을 운영하고 아동을 대상으로 체육, 미술, 만들기 등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왔다. 더불어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시리아 난민 아동의 아동 노동, 조혼 등 위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아동보호 인식 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