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카메라를 든 청소년들의 뜨거운 목소리,
“우리는 살아갑니다”
지난 6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57th 갤러리’에서는 특별한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바로 단원고 ·시리아 청소년 공동 사진전 ‘서울, 자타리를 만나다’입니다. 전시 시작 나흘
만에 520명이 넘게 찾은 이 전시회의 주인공은 단원고등학교 학생 11명과
요르단 자타리 난민캠프의 시리아 청소년 15명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시선, 목소리 그리고 대화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우울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그저 평소처럼 자신이 살고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난 2월 9일 전시회를 찾은 박지혜(24) 씨의 소감이었습니다. 지혜 씨의 예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릅니다. 총 84점의 작품을 출품한 청소년들은 끔찍한 안전 사고 또는 내전의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카메라를 통해 슬픔과 고통만을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들이 직접 정한 이번 전시의 주제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 그러니까 이 청소년들이 잃어버린 것, 남겨놓고 떠나온 것뿐 아니라 지금 그들을 지탱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전시입니다.
이어지는 지하 전시 공간은 2층보다 안온한 조명이 방문객을 맞습니다. 이 공간에는 사진 작품 이외에도 전시회를 준비하는 동안 단원고와 시리아 청소년들이 ‘가장 소중한 것’으로 꼽은 단어가 한 벽 가득 펼쳐집니다. 여기에는 안전이나 자유에서부터 우정과 애완동물, 메이크업, 여행, 아름다움 등 이들의 솔직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공간
지하 전시장의 안쪽 벽에서는 시리아와 단원고 청소년들 사이에서 오간 대화가 영상으로 띄워져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의 사진에 감상을 알려주기도 했지만 이야깃거리는 사진만이 아니었습니다. 시리아 청소년들은 왜 단원고 학생들이 노란 리본 배지를 다는 지, 멀리 떨어진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물어 왔고, 단원고 학생들은 난민캠프를 채우고 있는 텐트 안의 모습을 궁금해했습니다.
이곳은 시리아와 단원고 청소년들만 가까워지는 공간이 아닙니다. 전시회 방문객은 티켓 뒷면 공간에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알려주기도 했고, 시리아와 단원고 청소년들에게 짧은 편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한 초등학생 관람객은 ‘하나뿐인 가족의 생활’이라는 작품을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것 같다며 가족은 자신에게도 꼭 있어야 하는 존재라고 남겼습니다.
우리가 힘을 얻어갑니다
“ ‘천막이 집이 되었다. 우리 머리 위엔 그래도 지붕이 있다’라고 적혀있던 사진이 기억 나요. 임시로 얻은 곳이긴 하지만 집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도감이랄까요, 그런 감정과 함께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곳을 집으로 삼아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느껴졌어요.”
지혜 씨는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으로 시리아 청소년 누르(가명)의 사진을 꼽으며 말했습니다.
이원희(27) 씨는 ‘제 개인적인 상황을 투영해서 보았기 때문이겠지만’이라고 입을 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 ‘한줄기 빛’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나무 숲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장면이었어요. 앞을 가리는 숱한 어려움을 끝내 파고든 빛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 빛에서 따뜻함과 희망을 느꼈어요. 저도 고난 앞에서는 좌절하고 어려워하는 똑같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들에게 다른 말보다 지금처럼만 잘 살아가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원희 씨와 함께 전시회를 찾은 정희수(36) 씨는 평소에도 사진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치료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던 정신보건 사회복지사였습니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사진에서 청소년들의 마음을 읽게 되었다는 희수 씨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내면의 힘’이었습니다.
“각자 내면에 있는 힘을 믿으라는 이야기를 적었어요. 작품 하나 하나에서 각 친구들이 가진 내면의 힘을 보았고 이를 통해 저 역시 시련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적었어요.”
단원고와 시리아 청소년들이 상처를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용기, 같은 듯 다른 처지의 친구들과 나눈 대화, 그리고 이를 본 방문객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단원고·시리아 청소년 공동 사진전 ‘서울, 자타리를 만나다’는 오는 2월 18일까지 계속됩니다. 부디 많이 오셔서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세요.
<’서울, 자타리를 만나다’ 단원고-시리아 청소년 공동 사진전>
- 일정 : 2015년 2월 6일 (금) ~ 2월 18일 (수) / 전시 기간 중 휴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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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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