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4년의 전쟁, 그리고 아주 보통의 영웅 ①
아이들을 보듬는 소셜 아티스트 자네라 씨
오는 3월 15일은 시리아 내전이 일어난 지 4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1461일 동안 19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380만 명이 총알과 미사일에 떠밀려 국경을 넘었습니다. 시리아 내에도 집을 등진 사람들이 76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당장 전쟁의 화염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맞아야 하는 현실은 고단합니다. 따뜻한 밥, 아플 때 찾아갈 수 있는 병원과 보건소, 추위와 모래바람을 막아줄 집, 피바람이 배인 옷과 마음을 씻어낼 물 등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이 부족하고, 외부의 지원마저 넉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숨막히는 삶에서도 나와 내 이웃의 삶을 지켜 가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록 이들은 아이언맨도, 배트맨도, 스파이더맨도 아니어서 날아드는 총탄을 막을 수도, 이웃을 배불리 먹일 수도 없습니다. 때로는 그들 스스로가 조국을 떠나온 난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아이들에게 웃음과 배움을 되돌려주고 엄마의 품에 아기를 안겼습니다. 자신처럼 다른 이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손을 잡고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을 난민 아이들 가장 가까이로 안내해준 이들도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3편으로 마련한 ‘4년의 전쟁, 그리고 아주 보통의 영웅’에서는 전쟁과 두려움, 배고픔과 추위, 무력함의 4년을 조금이나마 견딜 만한 시간으로 만들어준 영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영웅은 여기에 소개된 이들만이 아닙니다. 2편의 구순 씨 이야기를 전해준 세이브더칠드런 요르단 직원은 ‘난민캠프에서는 이러한 영웅담은 하루에도 수 백 개씩 새로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영웅들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이들의 영웅담이 헤피엔딩으로 끝나는 길은 시리아 내전이 끝나고 평화를 되찾는 일일 것입니다.
아이들과 여성을 위해 나의 손과 목소리를 나눕니다
올해 26세인 자네라 씨는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미술 교사이자 개인전을 연 도예가였습니다. 내전이 일어나자 자네라 씨는 예술가로서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곤 했습니다. 이 때문에 가족은 자네라 씨가 곤경에 빠질 것을 매우 걱정했고, 결국 2013년 시리아를 떠나 이라크로 왔습니다. 자네라 씨는 이곳에서도 도예 작업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환경은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단념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창의적인 것을 좋아할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도예를 가르치는 방법도 알아요. 그래서 흙에서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것을 아이들이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TV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었지요. 그래서 혼자 15회까지 만들어 지역 방송국에 제안했고 이제 방영을 앞두고 있어요.”
최근까지는 난민 여성을 위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큰 애정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내전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위한 방송이었죠. 이곳에도 희망이 있다고, 우리에게는 우리의 힘을 기를 방법과 하루 하루를 이어갈 힘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어요. 우리는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느끼기보다는 삶의 동기를 찾길 바랐으니까요. 매주 월요일 15분의 방송이었지만 여성폭력이나 여성의 사회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고 큰 장애를 뛰어넘어 성공한 여성들의 사례를 나누기도 했어요. 방송국이 더 이상 중립적인 입장이 아니게 되면서 프로그램을 그만두어야 했던 게 무척 아쉬워요. 저는 청취자들에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들은 저처럼 전쟁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일하기 좋았던 유치원을 떠나 난민캠프로
자네라 씨는 현재 이라크 에르빌의 난민 캠프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유치원에서 일했고 그곳을 좋아했지만 그녀는 그곳을 떠나 난민캠프로 왔습니다. 유치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을 돌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곳 아이들 대다수는 관심이 더 필요하고, 살아남기 위해 지나와야 했던 순간들을 잊고 싶어해요. 우리는 아이들에 집에서도 잘 지낼 수 있게 부모님과 오랜 시간 상담합니다. 잠깐의 변화가 아니라 쉽게 변치 않을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꼭 필요한 과정이죠.
최근에 만난 한 아이는 날마다 하루 종일 집에서 만화영화만 봤어요. 저희는 아이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고 부모를 설득했고, 아이를 아동친화공간에 데려와 이곳에 마음을 붙일 수 있도록 도왔어요. 지금은 하루에 아침반과 오후반 두 차례씩 와요. 하루 한 차례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말이죠!”
그녀의 꿈은 여전히 예술가로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술가가 아닌 세이브더칠드런 직원으로 일하는 지금의 삶에서도 그녀는 기쁨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 아동친화공간에 오는 아이들을 거의 다 알아요. 그리고 모두를 사랑하죠. 이 난민캠프에 사는 아이들은 모두 이라크 아이들이에요. 저희는 시리아 난민 아이나 이라크 아이를 다르게 대하지 않아요. 모두 아이들이고 도움이 필요하니까요. 저는 지금 일이 참 좋아요. 아이들을 웃을 때면 기분이 끝내주거든요. 이곳에서 보내는 매일 매일이 제 결혼식 날 같아요. 제 꿈은 여전히 예술가이지만 그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하고 싶어요.”
아동친화공간에 오는 아이들처럼 환한 미소를 지닌 자네라 씨지만 시리아에 대해 생각할 때면 그녀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4주년이 되는 날에는 시리아를 떠올릴 것 같아요. 내전으로 죽은 사람들, 잡혀가고 고문당한 사람들을요. 그저 이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폭력을 멈추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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