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4년의 전쟁, 그리고 아주 보통의 영웅 ③
전쟁도 멈추지 못한 30년 베테랑 활동가 파드와 씨
오는 3월 15일은 시리아 내전이 일어난 지 4년이 되는 날입니다. 19만 명이 넘게 목숨을 잃었고, 380만 명이 총알과 미사일을 피해 국경을 넘었습니다. 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보통 배고픔과 추위, 불안한 미래와 부족한 자원입니다. 그러나 끝을 알 수 없는 지난한 피난살이에 굴하지 않고 나와 내 이웃의 일상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록 이들에게는 아이언맨의 강화 슈트도, 배트맨의 재력도, 스파이더맨의 거미줄도 없지만, 이들은 아이들에게 웃음과 배움을 되돌려주고 아기를 엄마의 품에 안겼습니다.
‘4년의 전쟁, 그리고 아주 보통의 영웅’에서는 전쟁과 두려움, 배고픔과 추위, 무력함으로 지긋지긋했던 4년을 조금이나마 견딜 만한 시간으로 만들어준 3명의 영웅을 소개합니다.
시리아 여성의 손으로 시리아 여성을 돕습니다
파드와(가명, 53) 씨는 시리아 북부 지역에 살던 일곱 자녀의 어머니이자 학교 선생님이었습니다.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은 파드와 씨는 내전이 발생하기 전까지 시리아여성연합에서 20년간 여성의 교육과 보건을 위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내전이 발생한 직후부터 1년 동안은 적월자(Red Crescent)를 도와 터키에서 온 구호물자를 시리아 내로 옮기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보안 절차가 강화되어 물자를 옮기는 게 불가능해진 데다 파드와 씨네 집과 자동차가 공습을 당하자 파드와 씨는 더 이상 시리아에 남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들들은 리비아에 있는 삼촌 집으로 보내고 남편과 함께 딸들을 데리고 이집트로 왔습니다.
시리아에서부터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왔던 파드와 씨는 이집트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하는 일 없이 있는 게 싫어서 이집트에서 시리아 난민을 돕는 단체를 찾아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묻고 다녔어요. 시리아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다고 하면 찾아 갔고요. 그러면서 상황이 그렇게 어렵지 않고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과 능력이 있는 시리아 여성들이 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리고 우리가 함께 힘을 모으면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시리아 사람들을 우리 손으로 도울 수 있다는 데 생각을 모았어요. 이집트 내 시리아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도맡고 있는 단체 ‘시리아 아랍 인권’을 함께 찾았고 그 자리에서 ‘시리아여성협회’를 만들었죠.”
아직 ‘시리아여성협회’는 ‘시리아 아랍 인권’의 사무실을 빌려 쓰고 모임 장소가 필요하면 카이로 인근 회원들의 집에서 모입니다. 변변한 사무실이랄 건 없지만 파드와 씨와 협회 회원들은 이집트 어디라도 시리아 여성이 살고 있다고 하면 한 명 한 명 찾아가 도움이 필요한지 살피고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이 기록은 이집트 내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단체가 물품을 배급하는 데 필요한 기초 자료가 되기도 했습니다. 시리아여성협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이브더칠드런과 유엔난민기구, 세계식량프로그램 등과 함께 시리아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합니다.
“처음에는 ‘난민’이라고 불리고 싶지 않아서 유엔난민기구에 난민으로 등록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시리아 주민들을 대표하는 자리를 맡았으니 다른 주민들을 독려하기 위해서라도 등록했죠. 난민으로 등록하면 공식적인 거주 허가를 받을 수 있고 식량 지원도 받을 수 있거든요. 시리아여성협회도 유엔난민기구에 등록하고 지원을 받아 여러 활동을 하고 있어요.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수공예나 요리, 어학 교실을 운영하고 시리아 여성의 모임, 시리아-이집트 공조 모임도 열어요. 세이브더칠드런과 예방접종 캠페인도 했죠.”
파드와 씨의 또 다른 직책, 시리아 주민 학교장
그녀가 나서 짊어진 책임은 시리아여성협회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9월 시리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시리아 아이들을 위한 학교와 유치원을 열 때 파드와 씨 역시 힘을 보탰고, 지금은 이 학교와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시리아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교육과 언어예요. 같은 아랍어를 써도 시리아와 이집트의 아랍어가 다르거든요. 아직 이집트가 낯선 아이들에게 주민 학교가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파드와 씨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친화공간이 지역 주민과 아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을 보고, 세이브더칠드런과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23명의 교사가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교수 훈련을 받았고,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300명은 책가방과 책을 지원받았습니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통학버스도 생겼습니다.
파드와 씨는 ‘이집트 내 시리아 지역사회’의 사무총장으로 선출되기도 해서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시리아여성협회와 주민학교, 지역사회를 차례로 돌며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파드와 씨지만 그녀는 쉴 생각은커녕 또 다른 꿈을 품고 있습니다.
“이집트에 더 오래 머물게 된다면 다른 곳에서는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의료시설을 세우고 싶어요. 심리치료를 비롯해 필요한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요. 하지만 다른 시리아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시리아로 돌아갈 날을 꿈꾸고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이곳 학교처럼 그 어떤 아이라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저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좋아요. 어느 곳에서 어떤 나라 사람들을 위해 일하든 상관 없어요. 은퇴를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살아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하고 싶어요!”
관련 글
· 4년의 전쟁, 그리고 아주 보통의 영웅 ①: 아이들을 보듬는 소셜 아티스트 자네라 씨 ▶
· 4년의 전쟁, 그리고 아주 보통의 영웅 ②: ‘조산은 기본, 설득은 나의 힘’ 조산사 구순 씨 ▶
아주 보통의 영웅에게는 또 다른 영웅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그들의 영웅이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