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2015 어머니보고서
도시 거주 여성•아동, 계층별 삶의 질 격차 심각해져
2015년 현재, 역사상 처음으로 도시에 사는 사람의 수가 전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1950년에는 전체 인구의 30%에 불과했던 도시 인구는 2015년 현재 54%에 달합니다. 오는 2050년에는 이 수치가 66%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도시 인구가 늘어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시골에서 자라는 아이들보다 더 건강하게, 더 많은 기회를 누리며 살 수 있을까요?
올해 세이브더칠드런의 어머니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주요 도시 안에서 일어나는 계층간 격차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소득 상위 10% 계층과 하위 10% 계층이 같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지금, 이들의 삶은 각각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기회를 찾아, 또는 아이들을 위한 더 나은 보건·교육 서비스를 기대하며 도시로 이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동의 삶의 질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인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은 도시에서 오히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 지역의 5세 미만 아동 사망의 절반은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도 5세 미만 영유아 사망 가운데 평균 30%가 도시에서 일어납니다. 왜일까요?
가장 먼저 도시 이주자들의 열악한 생활 환경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도시 거주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8억 6000명은 슬럼에 살고 있습니다. 급속한 도시화의 산물로 생겨난 슬럼 지역은 보통 인구 밀도가 높고 위생과 보건 시설이 열악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적절한 예방 접종이나 깨끗한 식수, 청결한 화장실 등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 요소를 누릴 수 없습니다. 임산부들도 출산 전후, 임신 중에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합니다. 이렇다 보니 모든 것이 갖춰진 도시에 살아도 경제력에 따라 삶의 질에 현격한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 시골에서의 삶을 뒤로한 채 새로운 희망을 품고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Dhaka)로 이사 온 부부가 있습니다. 조이넵과 남편 자심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주기 위해 도시로 왔죠. 지붕 있는 집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 슬럼가에 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맞벌이를 해도 생활비 조차 마련하기 힘들어요. 건강한 음식과 의료 서비스는 너무나 먼 이야기입니다.
여섯 아이들 중 두 명을 잃었고 이제 8개월 된 막내는 고열과 설사,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어요. 모유가 충분치 않아 분유를 주기도 했지만 너무 비싸서 더는 감당이 안되더군요. 아이는 계속 말라가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첫 아이는 태어나자 마자 숨을 거뒀어요. 호흡을 못 했는데 주변에 병원이 없어서 손도 못 쓰고 보내야 했답니다.”
위생 시설 부족과 열악한 주거 환경 탓에 질병 창궐의 위험성이 더 높은 슬럼가에는 당연히 의료 서비스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슬럼가에서 공공 보건 시설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혹여 보건 시설이 있다고 해도 거주 증명을 할 수 없는 도시 빈민층에게 병원의 벽은 높기만 합니다. 때문에 적절한 산부인과 진료를 받거나 훈련된 조산사의 도움을 받아 출산을 하는 임산부는 극히 드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2015 어머니보고서’에 따르면 22개 개발도상국 도시 거주 여성 가운데 출산 전 산부인과 진료를 최소한도인 4회 이상 받은 여성은 평균 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특히 인도 델리의 경우, 소득 하위 20% 가운데 27%만이 최소 4회의 산부인과 진료를 받고 있으며 훈련된 조산사의 도움으로 출산을 하는 경우는 19%에 불과합니다. 델리의 소득 상위 20% 여성의 93%가 적절한 산부인과 진료를 받고 99%가 출산 시 전문 조산사의 도움을 받는 것과 너무도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인도 북부 델리의 슬럼가인 자항기르푸리(Jahangirpuri)에 사는 타라 무니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첫 아이 임신 당시 합병증을 앓고 있었어요. 배가 너무 아팠죠. 하지만 병원에는 갈 수 없었어요. 주민증이 없었기 때문이죠. 또 예전에 병원에 갔을 때 간호사들에게 갖은 모욕과 무시를 당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병원에는 절대로 가고 싶지 않았어요. 마을 조산사를 불러 집에서 아이를 낳았죠. 조산사는 정식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결국 아이를 잃고 말았죠. 병원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환자를 돌보는 곳이 아닌가요?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면 지금 품에 아이를 안고 있었을 텐데… 너무나 마음이 아파요.”
도시 빈민층, 특히 여성과 아동의 현실은 낙후된 환경에 사는 시골 주민들의 삶보다 오히려 더 열악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2015 어머니 보고서에서 해당 자료 수집이 가능한 56 개 도시를 조사한 결과 아이티와 요르단, 탄자니아를 비롯한 35개 도시의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은 농촌지역 영유아 사망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특히 같은 도시에 살더라도 경제력에 따른 아동 사망률은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번 보고서를 보면 36개 개발도상국에서 저소득층의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이 고소득층보다 평균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방글라데시와 인도, 캄보디아, 가나를 비롯한 하위 11개국의 경우 저소득층 아동의 사망률이 고소득층 아동 사망률보다 3~5배나 높습니다.
국가 | 도시 빈민층 5세미만 아동 사망률 (도시 고소득층 대비) | 도시 슬럼가 거주민 비율 (전체 도시 거주민 기준) |
캄보디아 | 4.7배 | 79% |
르완다 | 4.9배 | 65% |
케냐 | 4.0배 | 55% |
방글라데시 | 3.0배 | 62% |
*(2000년~2011년 자료 기준)
올해는 빈곤 퇴치와 아동 및 임산부 사망률 감소, 교육 환경 개선 등을 목표로 유엔이 지난 2000년 내놓은 새천년개발목표 (Millennium Development Goals)가 종료되는 해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아동 사망률은 49% 감소했고 한 세대 전보다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100백만 명 이상 줄었으며 더 많은 아동이 기초 교육을 받게 됐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활동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말라위, 탄자니아를 비롯해 25개 국가는 이미 새천년개발목표의 아동 사망률 감소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시의 뒤편에는 삶의 기본권으로부터 소외된 어머니와 아동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난 사람들. 앞으로의 20년이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려면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계속 되야 할 것입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세계 각국의 모성 사망률과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 교육 수준, 여성의 정치 참여 수준, 경제 수준 등의 지표를 바탕으로 ‘어머니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5일 발표한 ‘2015 어머니보고서’에 따르면 179개 조사국 가운데 1위는 노르웨이로 나타나 어머니와 아동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꼽혔습니다. 179위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소말리아가 차지했습니다.
최하위인 소말리아와 1위 노르웨이의 상황을 비교해보면 소말리아가 처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이 노르웨이는 1000명당 2.8명에 불과한 반면 소말리아는 50배가 넘는 1000명당 145.6명을 기록했습니다. 여성이 평생 동안 임신 및 출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할 위험도를 나타내는 ‘생애모성사망률’ 을 보면 노르웨이는 1만 4900명 중 1명인 반면 소말리아는 18명 가운데 1명 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르웨이 vs 소말리아 어머니보고서 주요 지표 비교
주요지표 | 노르웨이 | 소말리아 |
생애모성사망위험(2013년 기준) | 14,900명 중 1명 | 18명 중 1명 |
5세미만 영유아 사망률(2013년 기준) | 1,000명당 2.8명 | 1,000명당 145.6명 |
기대 정규교육 기간(2013년 기준) | 17.5년 | 2.2년 |
1인당 국민 총 소득(2013년 기준) | 102,610달러 | 130달러 |
여성 정치 참여 비율(2015년 기준) | 39.6% | 13.8% |
노르웨이의 뒤를 이어 핀란드와 아이슬란드, 덴마크, 스웨덴이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178위),중앙아프리카공화국(177위), 말리(176위)는 하위권을 차지했습니다. 한국은 지난해와 같은 30위를 기록했습니다.
글 이나미 (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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