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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가 된 세상을 다시 세우는 아이들의 힘 ②
“모든 세대의 아이들은 인류에게 황폐해진 세상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 1919년 세이브더칠드런을 창립한 에글렌타인 젭이 했던 말입니다. 그로부터 한 세기 가까이가 지난 지금, 쓰나미가 휩쓸고 간 동일본 지역에서는 이 말을 증명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우리에게 딱 맞는 마을을 만들고 ‘만약’을 준비합니다
쓰나미가 아이들에게 남긴 피해는 가족과 집을 잃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닙니다. 삶의 터전이 사라졌다는 허망함과 자연재해 앞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 또한 마음의 상처로 남았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무너진 마을을 다시 세우고 미래에 올 재난에 대비하는 일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자신감으로 재난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쓰나미 직후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느꼈다”던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16살 여학생도 마을 재건 과정에 참여하며 달라졌습니다. 이제 그녀는 말합니다. “마을을 다시 세울 때 무엇이 필요한지 목소리를 내는 일은 재난의 생존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토론하고 만들고 함께 배우는 재난 대비
세이브더칠드런은 동일본 쓰나미의 피해를 가장 심각하게 입었던 곳 중 한 곳인 미야기현 히가시마츠시마시와 함께 학교를 중심으로 재난 대비 교육을 진행해왔습니다. 이곳의 교육은 재난이 발생할 때 해야 할 일을 주입식으로 외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대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도록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는 활동으로 진행합니다.
교재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카드게임과 만화입니다. 1995년 한신 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교훈을 바탕으로 개발한 카드게임을 통해 아이들은 위급상황에서 주변의 도구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냅니다. 때로는 교사가 아니라 고등학생이 초등학생과 카드게임을 진행해, 아이들끼리 가르치고 배우며 흥미와 교육 효과를 높이기도 합니다. ‘문득 한마디’라는 제목의 만화 교재는 아이들이 빈 말풍선을 채우며 재해 때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경우를 상상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연 2회 열리는 학교 종합 재난 대비 교육은 학교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진행합니다. 지역 주민은 재난이 일어나면 아이들과 함께 대피하고 생활해야 할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학교는 주요 대피 장소이기 때문에 재난 대비 교육에서 아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주민들과 학교 곳곳을 다니며 대피 시 머무를 교실과 비상 손전등, 비상 연락 시설, 정수기 등을 안내하고 중학생들은 물자가 부족한 대피 생활에서 쓸 수 있도록 종이로 그릇과 실내화를 만드는 방법을 주민들과 더 어린 아이들에게 소개합니다. 여기에 참여한 마을 만들기 협의회와 지역자주방재협의회의 주민들은 아이들과 함께 비닐 봉투로 지혈하는 방법, 신문지로 부목을 만드는 방법, 들것으로 환자를 옮기는 방법 등을 연습해봄으로써 언제 재난이 일어나도 실천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만화로 시작하는 재난 대비 교육 ‘문득 한마디’ 세이브더칠드런 일본과 현지 비영리단체 ‘플러스 아트’가 공동 개발한 ‘문득 한마디’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난에 대비하는 방법을 아이들 스스로 고민해볼 수 있도록 만든 교재입니다. 지진 피해 지역의 아이들과 성인 50명의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하면’, ‘함께 사는 대피생활’, ‘재난 이후의 삶’이라는 4가지 주제로 22가지 상황을 구성했습니다. 만화로 재현된 각 상황의 마지막 말풍선이 비어 있어 아이들이 이를 채우며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4년 1월 히가시마츠시마시의 한 중학교에서 이 교재를 활용해 시범 수업을 시작한 이후 일본 내 여러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재난 대비 교육에 ‘문득 한마디’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에 참여한 아이들은 “만화로 배우니 재미있다”, “지진에 대비해오고 있기는 했지만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교재를 영어로도 번역하여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도 재난대비 교육 교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교재에 대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교사들은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교재다”, “나라별 상황에 맞게 개발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
마을 재건의 중심에 아이들이 서다
2011년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진 피해 지역 아이들 1만여 명에게 ‘우리 마을을 위해 도움이 되고 싶은지’ 물었을 때 ‘그렇다’고 답한 아이들이 90%에 가까웠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의 의지를 바탕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은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 야마다 마을,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 등 3곳에 ‘마을만들기 아동클럽’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바라는 마을 모습을 논의해 그 결과를 지방 정부에 전했고 이를 바탕으로 마을 재건의 상징이 될 조형물과 아동센터를 주도적으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이시노마키시의 아동센터는 아이들이 직접 건설 부지를 답사하고 용도와 테마를 정한 뒤 기본 구상안을 만드는 등 아이들의 목소리가 구석구석 닿아 있는 곳입니다. 이시노마키시 아동센터에 ‘2014 굿 디자인’을 수여한 일본디자인진흥회는 ‘아이들의 참여에 의한 마을 만들기가 구체적으로 실현된 공간이며,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이곳을 운영하는 점 또한 흥미롭다’고 평했습니다.
아이들은 마을을 세우는 한편 또다시 올지 모르는 재해의 대책을 아동의 시각에서 고민하고 이를 마을과 정부, 국제사회로 전하는 일에도 적극 나섰습니다. 지방 정부와 부흥청, 재난위험경감 장관급 회의 등에서 재난 대비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전해왔던 ‘마을만들기 아동클럽’ 아이들은 2013년 9월에는 유엔 재해경감사무국(UNISPR) 대표 마가레타 월스트롬을 만나 “피해 지역에서 먼 곳에서는 재난에 대한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는다. 기념 장소나 이번 만남과 같은 자리를 마련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재해가 잊히지 않도록 하면 좋겠다”, “재난위험경감이라는 용어 때문에 사람들은 이것이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활동으로 배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대피 계획을 세울 때는 전문가뿐 아니라 재해 지역 주민들의 경험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마을만들기 아동클럽’에서 3년 넘게 활동해온 이시노마키시의 15살 여학생은 그동안의 활동을 되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마을을 계획하는 것에서 출발했던 아동센터가 정말 이루어졌어요. 아동센터는 이제 우리 마을이 다시 일어서고 있다는 상징이 되었죠.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서는 안 돼요. 우리는 어떻게 마을을 다시 세울지, 어떻게 더 좋은 공동체로 만들어 나갈지 앞으로도 함께 고민해야 해요.”
글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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