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른 나라에 지진이나 가뭄, 태풍 등 자연재해가 발생해 큰 피해가 일어나면 기사마다 ‘인도적 지원’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돕는다는 말 같긴 한데 무엇을 어떻게 도와준다는 걸까요?
인도적 지원은 민족이나 국가, 종교, 인종, 역사 등 모든 갈등과 분쟁을 뛰어넘어 인간의 존엄을 중시하여 돕는다는 뜻을 갖고 있어요.
자연재해나 전쟁처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지만 개인이나 해당국 정부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재난이 일어났을 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하루 빨리 평소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라 할 수 있죠.
재난이 발생하면 인도적 지원과 함께 ‘긴급구호’라는 단어도 많이 등장하는데요, 두 활동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인도적 지원은 긴급구호보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진 활동이에요. 인명을 구조하고 물품을 나눠주는 긴급구호활동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재난을 또다시 겪더라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긴급구호가 물고기를 잡아 굶주린 사람에게 주는 것이라면, 물고기를 잡아준 뒤 낚시 법을 알려 주고 나아가 잡은 물고기를 팔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인도적 지원의 큰 그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럼 지금부터 인도적 지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까요?
[인도적 지원, YES or NO]
가뭄과 태풍, 지진은 대표적인 자연재해이자 가장 많은 피해를 낳는 재난입니다.
2013년 한 해에만 모두 315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2만 2279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자, 그럼 아래 세 가지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를 머릿 속으로 상상해보세요.
가뭄 : 동아프리카 지역은 계속되는 가뭄으로 주민들이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어요. 가뭄으로 마실 물까지 말라 붙어 농사를 짓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습니다.
태풍 : 태풍으로 인한 폭우가 계속되고 있어요. 불어난 물로 도시가 온통 물에 잠기고 오염된 물이 넘쳐나면서 사람들이 더러운 물 때문에 생기는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어요.
지진 : 강력한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이 다쳤습니다. 주민들이 살던 집도 완전히 무너졌어요. 주민들은 임시 대피소에서 비상 식량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이런 자연재해를 겪는 나라에 여러분은 어떤 것을 지원해 주고 싶으세요?
혹시 아래 두 가지를 떠올리진 않으셨나요?
실제로 쌀이나 라면과 같은 식량을 직접 지원해주고 싶다며 방법이 없는지를 문의하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쌀이 주식이 아닌 나라에 쌀을 지원한다거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나라에 돼지고기 분말이 들어간 라면을 지원하면 주민들이 먹을 수 없답니다.
의약품도 직접적인 지원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만든 의약품은 인종이나 식습관에 따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죠.
밥과 국, 김치를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에 재난이 닥쳤을 때, 낙타고기나 버터, 열대 과일 주스가 지원된다면 어떨까요? 처음 며칠 동안은 감사하게 먹을 수 있겠지만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재난이 복구될 때까지 매일 먹기는 버겁지 않을까요?
이것이 ‘난 이것을 주고 싶어’, 혹은 ‘이런 것이 필요할 것 같아’라는 생각보다 ‘받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중요한 이유랍니다.
하지만 재난 현장의 상황과 각 나라의 문화나 식습관에 딱 맞는 물품을 선택해서 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고심해서 골라 보낸 물건이 정작 현장에서는 그리 쓸모 없는 것이 될 수도 있죠.
그래서 ‘용도에 제한이 없는 지원금’이 필요해요. 이 지원금으로 주민들이 평소에 주변 시장에서 사서 쓰고, 먹던 것을 현장에서 바로 구매해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죠.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다시 평소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도 요긴하게 쓸 수 있어요. 현지에서 물품을 사서 지원하는 것은 재난으로 침체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답니다.
[후원금 돼지저금통, ‘긴급구호아동기금’]
‘용도에 제한이 없는 지원금’은 사용할 곳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필요한 곳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후원금을 뜻해요.
이렇게 사용에 제한이 없는 후원금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이번 네팔 지진처럼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시작하는 긴급모금입니다. 네이버 해피빈이나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 ARS전화 등을 통해 모인 후원금이죠. 여기에 모인 기금은 모두 해당 국가의 긴급구호를 위해서만 사용된답니다.
그런데 재난이 일어난 뒤 24시간은 아동의 생사가 좌우되는 중요한 시간이에요. 72시간이 지나면 생존율은 급격히 떨어지죠. 대형 재난이 발생해 신속히 지원금이 필요한 상황인데 긴급모금이 더디게 진행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또 긴급한 재난 상황이 아닌, 가뭄처럼 서서히 진행되는 재난의 경우는 어떨까요? 우리나라 신문이나 방송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재난이 벌어지고 있어요.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해 모금을 통한 기금 마련이 쉽지 않을때는 어떻게 할까요?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은 ‘긴급구호아동기금’을 미리 준비하고 있어요. 여러분의 정기후원과 일시후원으로 만들어지는 이 기금 역시 용도에 제한이 없는 후원금이죠. ‘긴급구호아동기금’은 마치 ‘저축’과 같아요. 미래를 위해 모아놓는 ‘저축’ 처럼 ‘긴급구호아동기금’도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해외 재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마련해 놓는다는 공통점이 있죠.
[후원금, 어디에 어떻게 쓰이나요?]
긴급 모금을 통해 모인 후원금과 미리 저축해둔 긴급구호아동기금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필요한 식량과 식수, 위생용품 등 구호물품을 마련하는데 쓰입니다. 그 이후에는 피해 지역을 다시 재건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에도 사용되죠.
사업 분야는 크게 아동 보호와 교육, 주거지, 식량, 식수, 위생, 보건의료의 일곱 가지 분야로 나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핵심 활동인 교육 사업의 경우를 살펴볼까요?
교육 사업이라고 해서 '영어, 수학, 과학' 처럼 학교 수업과 관련된 일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세이브더칠드런이 남수단 난민들을 위해 우간다 보롤리(Boroli) 지역에 만든 아동친화공간(Child Friendly Centre)의 사례를 보여드릴게요.
주거지
우선, 무너지거나 환경이 열악한 학교를 다시 세웁니다.
안전한 학교를 지으면 아동뿐 아니라 마을 주민 모두가 비상시 대피소 겸 임시 거주지로 사용할 수 있어요.
아동 보호
재난을 겪은 아이들에게 일상적인 학교 수업은 심리치료 역할을 하기도 해요.
매일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함께 공부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재난을 겪으면서 받았던 충격으로부터 벗어날 힘을 얻기 때문이죠.
위생
식수와 식량
깨끗한 식수와 급식도 제공하죠.
교육
학생뿐 아니라 선생님과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도 여러 교육을 실시하고 다양한 행사도 열어요.
보건의료
학교안에 만든 보건소에서 마을 주민 모두가 기초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교육사업 하나에도 정말 많은 것들이 포함되죠?
이 모든 것이 여러분의 후원금으로 이뤄지는 것들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많은 분야에 다양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용도에 제한이 없는 후원금이 현장에서는 더욱 요긴하답니다.
인도적 지원은 단순히 당장 먹고 입고 잘 곳을 제공하는 활동을 넘어, 한 아이가 영유아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될 때까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종합적 활동이에요. 마을에 필요한 식수시설이나 의료시설을 지어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경제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인도적 지원 활동의 핵심 목표입니다.
<1부 끝>
글 이나미(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