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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이버와 만난 사람들 ③] 권리옹호부 김은정 부장
그동안 사업소식 받아보시면서 이 사업을 이끄는 사람들은 누굴까? 이 사람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돕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세이브더칠드런 대학생 서포터즈 영세이버 6기가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의 숨은 주역들을 만났습니다.
권리옹호부 김은정 부장
최혜원(영세이버, 이하 최): 권리옹호부는 무슨 일을 하나요?
김은정(권리옹호부장, 이하 김): 아동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도록, 유엔아동권리협약*과 같은 국제규약, 유엔의 결정사항, 국내법 등에 근거해서 정부나 국회의원, 정책결정자들에게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하도록 촉구하는 활동을 합니다. 이와 함께 권리의 주체인 아이들, 일반시민들에게 국내외 아동과 관련한 문제를 알리고 문제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합니다.
최: 어떻게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하시게 됐나요?
김: 2010년 10월, 김희경 사업본부장님(당시 옹호사업부 부장)이 세이브더칠드런에 ‘옹호사업부’라는 부서를 만들고, 정책개선활동을 같이 할 사람을 뽑았어요. 지금보다는 상대적으로 ‘옹호’라는 말이 낯설던 시기였죠. 폭력으로부터 아동보호, 이주아동 대한 차별 방지 등 아이들과 관련한 법과 정책을 개선하는 활동을 한다고 해서 지원했고, 2011년 1월에 입사했습니다. 구체적인 서비스를 아동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거시적으로 아동과 관련한 정책 환경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최: 권리옹호부에는 국내옹호팀과 국제개발정책팀이 있는데요. 어떤 일들을 하나요?
김: 국내옹호팀에서는 국내에서 아동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개선 방안을 찾습니다. 아동 폭력이라든지, 이주배경 아이들이 기본적인 권리보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든지, 아이들이 놀거나 쉴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점 등 문제 상황을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 바꿔나가는 것이죠. 아이들에 대한 폭력을 막기 위해 체벌근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고, ‘놀이터를 지켜라’ 캠페인에서는 놀이 공간과 시간의 확보, 예산 배정의 필요성을 정부,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을 대상으로 촉구하기도 합니다.
국제개발정책팀은 저개발국가 아동의 권리실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제안하는 활동과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활동을 합니다. 한국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정책을 수립할 때 아동을 중요하게 고려하도록 촉구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고요. 저개발국가에서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산모와 아기가 없도록 하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어린이마라톤은 시민들에게 모자보건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 중 하나이지요.
최: 법에 대한 지식도 필요할 것 같고 다양한 역량이 필요할 것 같아요.
김: 법을 많이 다루기도 하고, 국제사회의 중요한 결정들을 다루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있어야 하지요. 그래서 전문성이 있는 단체들과 연대활동을 합니다. 이런 지식만큼이나 아동권리 침해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안을 찾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구나 이것이 문제다, 라고 공감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아동을 중심에 놓고’ 보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는 문제상황도 많아요. 자녀를 살해한 후 자살한 사건을 ‘동반자살’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게 사실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는 시각이 담긴 말이거든요. 아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방법을 찾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죠. 우리는 이 용어를 바로잡기 위해 언론 모니터링을 하면서 각 언론사에 우리의 의견서를 보내고 전화를 해서 정정요구를 했어요. 이제는 언론사에서도 이 용어가 지닌 위험성을 인식해서 쓰지 않고 있어요. 또, 꼼꼼하게 자료도 잘 찾고 문서작업도 잘 할 수 있어야 해요. 어떤 이슈를 공론화하거나 정책개선하는 데에도 자료가 뒷받침돼야 설득력이 있으니까요.
최: 연대하는 기관들은 어떤 곳이고 어떤 역할을 하나요?
김: 특정 주제나 특정 대상의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이 있습니다. 이주배경아동의 권리보장과 같은 이슈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을 비롯하여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하고요, 난민 이슈의 경우 어필, 공감, 피난처, 난민인권센터 등이 참여하는 연대회의를 통해 함께 하죠. 회의에서 각 주제와 관련한 국내외 이슈를 빠르게 공유하고 기관별 역할을 분담합니다. 특히 2015년에는 ‘놀이터를 지켜라’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과 함께 일했습니다. 벤처기부펀드 C_Program, 조경설계사, 건축학과 교수, 마을공동체 대표 등 관련분야 전문가들 그리고 후원자님이 함께 힘을 모았기에 아이들이 함께, 실컷, 맘껏 뛰놀 수 있는 놀이공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언론매체에서 개발도상국의 원조받는 아이들에 관한 내용을 보도하거나 모금방송을 할 때 아동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에서 ‘아동권리보호를 위한 미디어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가이드라인이 널리 적용되고 확산되도록 협력하고 있습니다.
연구활동은 전문가들과 논의해서 진행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한국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연구’는 서울대사회복지연구소와 함께 하는 연구에요. 연구진에서 한국 아동의 삶의 질을 국제적으로 비교하고, 국내 17개 시도를 비교하는 연구를 하고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연구결과를 활용해서 중앙과 지방정부에서 아동정책 관련 예산을 마련하도록 촉구하는 활동으로 이어가려고 합니다.
최: 정책개선활동을 할 때, 국회의원과 접촉한다고 하셨잖아요. 정치인과 일하면서 기억나는 사례가 있으세요?
김: 아동학대 대응활동을 예로 들어볼게요. 정부나 국회에 학대근절을 위한 제도를 만들라고 촉구할 때 과거에 비해 세이브더칠드런이 함께 할 수 있는 연대의 규모와 범위가 달라졌어요. 2011년도에는 세이브더칠드런 홀로 대응을 했습니다. 당시 저희는 국회에 계류 중이던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방으로 일일이 찾아가서 서명모음을 전달했거든요. 의원실을 찾아갔을 때 ‘아동 단체에서 왜 이런 걸 국회로 들고 오나’하는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2013년 울주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보도됐을 때는, 국회의원을 비롯해서 변호사, 교수, 아동 관련 학회 그리고 여러 단체들과 함께 ‘울주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를 꾸릴 수 있었죠. 그래서 진상조사도 가능했고 제도개선안도 마련해서 정부와 국회에 알렸습니다. 국회의원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열의를 가지고 위원회 활동을 하는 요즘에 비춰보면 초창기에 비해 사뭇 달라졌죠.
최: 옹호활동으로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려면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떻게 대중들과 소통하나요?
김: ‘어떻게 대중들에게 다가갈 것인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를 고민합니다. 체벌근절 캠페인의 경우, 부모님들 중에 아이에게 체벌해야 한다고 믿는 분들도 계세요. 체벌하지 말자고 하면 ‘아이 키워봤어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라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죠. 체벌을 훈육의 한 가지 방법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왜 아동에 대한 체벌을 금지해야 하는 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설득해야 합니다.
지난 해 아동권리영화제를 연 것도 영화를 통해 아이들의 권리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서였죠. 체벌, 유기, 방임, 성폭력 등 다양한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을 간접적으로 만나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어른들의 일이라는 걸 느끼는 거죠. 양육에 대한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님의 강연도 마련했어요. 체벌금지나 이주배경아동의 권리보장 등에 대한 주제로도 시민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최: 저도 영세이버로 체벌근절 캠페인을 할 때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시민들의 반응이 난감했어요.
김: 서울시는 ***서울시학생인권조례에 따라 학교 내 체벌을 금지하고 있어요. 조례를 지키는 학교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는데요, 교사들 중에는 ‘체벌도 없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라는 말이냐’ 하면서 반대도 많았습니다. 서울시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년이 지난 즈음, 한 교사가 쓴 ‘조례가 생기고부터 아이들을 체벌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지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글을 봤습니다. 체벌이 즉각적으로 행동을 교정하는 듯 하지만 ‘폭력을 행사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폭력도 사랑이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나쁜 교육입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에게 긍정적인 훈육방법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죠. 그런데 아이들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아이’를 가장 잘 아는 부모님과 선생님 스스로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행동을 바꾸고 사회성을 키우는데 어떤 방법이 효과가 있는지 아이와 소통하면서요.
최: 놀 권리 캠페인인 '놀이터를 지켜라' 캠페인을 작년에 시작하셨잖아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놀 권리가 어떻게 지켜지고 있나요?
김: ‘놀이터를 지켜라’ 캠페인은 직원들의 내부 스터디에서 시작됐습니다. 마침 2015년 초, 놀이터가 전국적으로 천 여 개 가까이 폐쇄되는 사건이 있었고, 법적인 문제도 발견했어요. 안전검사를 받지 않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놀이터가 폐쇄되는데, 그냥 그걸로 끝이에요. 언제까지 보완해서 다시 놀이터를 열겠다는 걸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거죠. 이런 부분에 대한 법 개정을 촉구하면서, 동시에 실제 놀이공간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공간을 바꾸는 활동을 같이 진행한 것입니다.
전북 완주군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동네를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려면 뭘 하면 좋을지, 놀이공간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얘기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완주군수와 군의회의장에게 그 이야기를 전달했습니다. 그 중에는 ‘와이파이(Wi-fi)가 되는 놀이터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친구들을 더 많이 불러 모을 수 있으니까요’ 라는 제안도 있었어요. 놀이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놀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견이 많은데, 정작 어른들은 아이들의 놀이 공간을 만들 때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렇게 놀이터를 바꾸면서, 그리고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쌓은 데이터를 근거로 해서 보건복지부에 ‘놀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보건복지부에서 올해 5월 놀이정책과 더불어 국가주도의 놀이헌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해요. 이전 보다는 굉장한 진전이지만 아이들의 놀 시간과 쉴 시간을 늘려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죠.
최: 앞으로 아동 권리가 지켜지는 사회가 되려면 어른들이 어떻게 해야 될까요?
김: 아이들은 자신과 관련된 제도나 정책이 만들어질 때 스스로 의견을 말하고, 정책에 반영되도록 활동하는 것이 성인에 비해 쉽지 않습니다. 의견을 전달할 마땅한 창구도 없고요, 어른들은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더 많이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고, 아동권리보장에 대한 시민들의 폭넓은 지지도 함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을 대신해서, 때로는 아이들과 함께, 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한다면 지금보다 바뀌는 것이 훨씬 많아질 것 같아요.
최: 앞으로 권리옹호부의 활동방향이 궁금해요.
김: 체벌금지를 법으로 명시하는 활동을 포함해서 2018년까지 폭력으로부터 아동보호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놀 권리 확산을 위한 정책개선 활동과 5세 미만 영유아를 살리는 국제어린이마라톤도 올 해 계속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후원자님과 함께 아동의 권리를 옹호하고 사회 변화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해보니 어땠어요?
최: 직접 뵙고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영세이버 활동을 하면서 놓치고 지나갔던 부분, 어려웠던 점들에 대한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캠페인의 취지를 되새길 수 있었고요. 뜻 깊고 재미있었어요.
김: 옹호부에서 하는 일을 한마디로 얘기할 수 있어요?
최 : 아동이 스스로 낼 수 없는 목소리들을 대신 캐치해서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중간역할인 것 같아요.
김: 맞아요 중간역할. 아동이 스스로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우리 역할인데요. 아이들이 직접 말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영세이버가 아동참여활동할 때 퍼실리테이터(조력자) 역할을 잘해준다고 했잖아요. 권리옹호부도 사실은 퍼실리테이터(조력자)인 거에요. 아동과 정책결정자 사이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이죠.
인터뷰 최혜원(영세이버) 글 김하윤(커뮤니케이션부) 사진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