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피클 만들며 희망도 담가요"
요리나 뜨개질, 재봉틀처럼 가사일로만 치부되던 능력을 발휘해 소득을 올리는 여성들. 우리에겐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업주부로 일하며 늘어난 요리나 바느질 솜씨를 살려 웬만한 직장인 부럽지 않은 소득을
올리는 주부들의 이야기도 자주 볼 수 있죠.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런 사례들에서 영감을 얻어 레바논과 시리아 난민 여성을 대상으로
'가사일을 기반으로 한 능력개발 프로그램 (Home-Based Skill Development Programme)'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7세 여성 라님(Ranim, 가명)과 올해 50세가 된 지난(Jinan,
가명)은 이웃 여성 100여 명과 세이브더칠드런의
새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두 여성이 선택한 것은 전통 방법으로 담근 피클.
솜씨 좋은 라님과 지난은 옛 방식을 따르되, 세이브더칠드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좀 더 상품성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밤낮 없이 연구에 골몰했습니다.
라님의 이야기
“저는 시리아에서 건너온 난민이에요. 남편은
오랫동안 만성 질환을 앓고 있어요. 남편의 고정 수입이 없기 때문에 아이 셋을 키우려면 저도 일을 해야만
했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뭔가 유용하고 새로운 것을 배워보고 싶었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픈 남편을 대신해 조금이라도 돈을 벌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아이 셋이
학교에 가 있는 시간 동안 내 시간을 투자해 지속 가능한 수입원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마을에도 피클을 담그는 사람들은 많아요. 그런데 수업을 듣고 나서 보니 우리는 그동안 잘못된 방식으로 피클을 만들어 왔더군요.
피클을 만들기 위한 건강한 제조방법을 이번에
새로 배우게 됐어요. 우선 물을 끓여 피클을 담을 병을 소독하고, 피클을 담기
전에 병을 완전히 말려야 해요. 수업을 듣고 난 다음에는 피클을 만들기
위한 도구와 사용법도 제공받았어요.
지난 3주 동안 세이브더칠드런의 도움을 받아 돈을
받고 팔 수 있을 정도의 피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다음에 이웃집에 가서
일을 했죠. 정말 즐거웠어요. 시간을 유용하게
쓰고 있다는 기분,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정말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할 생각이에요. 지금 팔고 있는 계절 채소와 과일이 끝물이 되면 새 상품을 준비해야죠. 다양한 종류의
피클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어요. 오이나 가지 등 뭐든 피클이 될 수 있죠.”
지난의 이야기
라님과 파트너가 돼 피클을 만든 지난은 레바논 주민입니다. 홀로 아버지를 돌보며 살고 있는 지난은 부양할 가족이 적은 탓에 비교적 시간이 넉넉해 이번 프로젝트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전 아버지를 모시며 살고 있어요. 하루 종일 별달리 할 일이 없었죠.
피클 만드는 일을 시작한 이후 시간을 정말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할 일을 찾으니 바빠지고, 스스로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뿌듯함을 느껴요.
라님과 함께 피클을 만드는데 꼬박 4일을 쏟았어요. 오이와 브로콜리, 당근을 피클로 담갔죠.
과일과 채소 피클을 25kg이나 만들었는데 거의 다 팔았어요. 병 10개에 나눠 담아 팔았는데 다 팔고 이제 3개 남아 있답니다.
사람들이 맛이 아주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동안 우리는 오래된 전통 방법으로 피클을
담갔었어요. 그런데 세이브더칠드런이 더 건강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가르쳐 줬죠. 우리가 하던 방법과는 확실히 달랐어요.
채소는 우리가 샀지만 다른 도구들은 모두 제공해줬어요. 장갑이라든가 앞치마, 냄비 같은 것들 말이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기 시작했어요. 시리아 여성과 레바논 여성들이 함께 팀을 이뤄 일하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확실한 협력과 협동의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또다른 좋은 점 가운데
하나는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이 제품이 어떤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는 점이에요. 모든 제조
과정이 깨끗하고 청결하게 진행되죠.
우리의 첫 시도가 성공을 거둬서 정말 기뻐요.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식당에 납품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죠.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새로운 것을 더 많이 배우고 싶어요. 유제품, 말린 무화과와 건포도 만드는 법 같은 것들도요. 더 많이 배울 준비가 돼 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우리에게 새로운 재료에
대해 늘 가르쳐 주죠. 어쩌면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 스스로 채소를 심고 가꾸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라님과 지난은 첫 도전으로 적지 않은
수입을 얻었습니다. 이제 집에서 필요한 간단한 생필품은 피클을 팔고 번 돈으로 살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이들에게 생긴 것은 수입뿐만이 아닙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스스로도 얼마든지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는게 라님과 지난은 더욱 기쁘다고 말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게 난민 지원 활동은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난민들 스스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장기적인 자립 프로젝트입니다.
라님과 지난이 일상의 작은 도전을 통해 희망의 첫 씨앗을 심은 것처럼, 더 많은 난민들이 더 큰 싹을 틔울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은 꾸준하고 전문적인 지원활동을 펼쳐나가겠습니다.
글 이나미(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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