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후원자 이야기 03]
우리는 후원받는 가정이자, 후원하는 가정입니다
― 창수네 가족 이야기
“우리 큰애가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후원을 받는데,
그 고마움을 저도 조금이나마 갚고 싶었어요.”
때 이른 더위가 거세진 6월의 오후, 경기도 부천의 한 동네를 찾았습니다. 창수(가명, 10살)네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창수는 세이브더칠드런의 국내결연아동으로, 2011년부터 매달 후원받고 있습니다(국내결연 후원금은 1가구당 보통 5~15만원 사이입니다).
올해 1월, 세이브더칠드런 본부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바로 창수의 어머니, 김현희(가명, 40세) 씨입니다. 어머니는 조심스레 용건을 밝혔습니다.
“우리 큰아이가 몇 년간 세이브더칠드런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어서, 너무 고마워서 저도 후원하고 싶어요. 적은 액수지만 저도 우리 애들 이름으로 후원할게요.”
그 후 장남 창수 이름으로 1월부터 1만원, 동생 창우(가명, 8살) 이름으로 5월부터 1만원, 어머니는 꼬박꼬박 한 달에 2만원을 국내사업에 써달라고 후원금을 보내오기 시작했습니다. 후원아동의 어머니가 후원을 하는 드문 경우입니다. 이제 창수네 가족은 국내결연가정인 동시에, 국내사업 후원가정입니다. 국내결연아동은 원칙적으로 1가구 1아동 후원이기 때문에, 동생 창우는 국내결연아동이 아닙니다.
어머니는 ‘너무 적게 후원해서 부끄러운데……, 집도 안 좋은데,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드려도 된다면 오셔도 괜찮아요.’ 걱정하시며,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이미 집에 돌아온 창수와 창우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얼굴은 까맣게 탔고, 신이 난 모습이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어떻게 세이브더칠드런과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우리 집은 한부모가정이에요.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든 일들, 상황이 많았어요. 잠시 애들과 제가 떨어져 있던 적도 있었고, 애들 둘 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얼마간 지낸 적도 있었고요. 작년부터 저랑 애들이 함께 살게 됐어요. 힘든 시기에도 큰애 창수는 학교 안 간다는 말도 한 적 없었어요. 또 제가 병원에 있는 동안에는 동생이랑 둘이 같이 지냈는데, 너무 어려운 상황에서도 둘 다 잘 적응해주고 커준 게 저는 너무 고마워요. 전에 생계 때문에 일하러 다닐 때, 가끔 어쩔 수 없이 몇 시간씩 애들만 놔두고 간 적이 있어요. 그게 아동방임에 해당되더라고요. 어리석게도 저는 그걸 몰랐고요. 애들이 많이 힘들고 불안했을 텐데, 그때 세이브더칠드런이 힘이 되었고, 지금도 그래요. 우리 큰애 창수가 2011년부터 후원을 받고 있어요. 정말 생각도 안 했는데 도움을 받아서 다행이었어요.
이제 국내결연가정인 동시에 후원가정이 됐는데요, 자녀들 이름으로 현재 후원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후원을 결심하셨는지요?
제가 후원신청 해놓고도 사실 부끄럽네요. 후원한 지도 몇 달밖에 안 되었고요. 애들 둘 앞으로 각각 1만원씩 국내사업을 후원하는 거라, 너무 적습니다. 하지만 우리 큰애도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후원을 받고 있으니 너무 고마워서 저도 조금이나마 보태고 싶었어요. 받는 입장에서는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저도 부족하나마 주는 입장이 될 수 있어서 부끄러우면서도 큰 기쁨으로 다가오는 기분입니다. 지금은 힘들어서 많이 못하지만, 앞으로 더 좋아지게 되면 우리 애 이름으로 해외결연후원, 이런 것도 하고 싶은데 지금은 역부족이네요.(웃음)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뭘 좋아하는지도 궁금하네요. 아이들과 같이하면서 가장 즐거울 때는요?
우리 애들은 둘이 잘 놀아요. 만들기 같은 거 좋아하고요. 창수는 레고나 로봇 조립 이런 거 아주 좋아하고, 산수도 잘해서 나중에 꿈이 ‘과학자’가 되는 거예요. 너무 애들한테 못해준 게 많은데, 그래도 동네 어르신들이 칭찬할 때도 있어요. 저번에 창수한테 동네 할머니들이 ‘넌 학교 안 가니?’ 물으셨는데, 그때 창수가 ‘저는 동생이 버스 타고 가는 거 보고 갈게요.’ 했다고, ‘형이 참 기특하네’, 하고 칭찬하신 걸 들었는데 기뻤습니다.
그리고 저는 애들이 옆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뭐 특별히 다른 게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이렇게 아이들과 같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제일 좋습니다. 물론 말 안 들을 때는 화가 나요.(웃음)
후원자님에게 세이브더칠드런이란? 세이브더칠드런 후원자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사실 처음에는 애증의 마음이 있었어요. 아이들이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가야 했을 때, 애들과 같이 있을 수 없게 됐을 때는 그랬어요. 그렇지만 아이들을 돌봐주고 후원해주는 소중한 곳이라, 세이브더칠드런에 고마운 마음이 지금은 더 큽니다. 제가 잘못한 것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후원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살아 있는 한, 아이들이 바르게 잘 커주고, 그냥 가족이 같이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는 마음이 전부예요. 저도 한동안 아프고 났더니, 인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점점 세상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걸 최근에 특히 뉴스를 보면서 느끼는데, 그래도 힘을 내어 같이 살아가려고 해요. 다른 큰 욕심은 없습니다.
막내 창우가 이야기를 나누는 중간에 가끔 다가와 “엄마, 게임 좀 해도 돼?” “엄마, 사탕 먹어도 돼?” 묻고 가곤 했습니다. 예의바른 꼬마였습니다.
힘겨운 상황임에도 자신과 가족을 넘어서, 또 다른 힘겨운 이웃을 생각하며 후원을 결심하게 된 창수네 가족. 어머니와 귀여운 아이들을 만나고 나오는 길, 동네 길이 복잡한데 잘 찾아갈 수 있겠느냐고 걱정해주신 마음도, 아이들과 환하게 웃던 모습도 참 반가웠습니다. 저희도 후원해주신 그 귀한 마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창수네 가족, 고맙습니다.
글 이선희(후원관리부)
세이브더칠드런을 존재하게 하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힘은 누구보다 후원자님들입니다. 매달 꼬박꼬박 보내주는 후원금에서, 가끔 전해지는 사연과 편지에서, ‘내가 늙어서 돈이 얼마 없어. 그래도 애들은 도와야지’ 하시던 할머니, 할아버지 후원자님들의 조용한 음성에서, 스무살 청춘 후원자님의 웃음에서, 아이 이름으로 후원신청하는 엄마 아빠 후원자님들의 마음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은 더욱 활력을 얻습니다. 후원은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좋아지게 바꾸는 힘입니다. 앞으로도 작은 도움이 누군가에겐 인생의 힘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 후원자님의 목소리를 찾아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