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놀랐습니다...이 초등학생들을 국회로~
—‘친구들과 함께, 실컷, 맘껏 놀 수 있는 학교 만들기’ 어린이옹호활동가 캠프
초등학교 4~6학년 토론 실력이 어른 뺨 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정책 결정권자가 이를 경청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서울, 전주, 부산에서 열린 ‘어린이옹호활동가캠프’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실컷, 맘껏 놀 수 있는 학교 만들기’라는 주제로 1박2일 토론 하고 교육감을 만나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왜 학교에서 놀아야 하냐고요? 우리나라 아동 3명 중 1명은 하루 30분 이상 놀지 못 합니다.(보건복지부 아동종합실태조사) 방과 후 친구들과 노는 아이는 5.7%에 그쳤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를 만나려야 만나기 힘든 현실입니다.
6:00 PM, 7월26일, 서울 도봉숲속마을
“다른 반 친구랑 놀려고 다른 반 앞에 서 있기만 해도 쓰레기 10개 주우라고 벌칙을 줘요.” “교실밖에 놀 곳이 없어요. 다른 데는 위험하데요.” 지적이 날카롭습니다. 이 아이들에겐 토론 유전자가 있는 걸까? 47명이 8조로 나눠 2시간 경험을 나눴습니다.
이것은 ‘썰전’. 조별로 불만과 개선점을 모아 발표하는데 질문과 반박, 재반박이 팽팽하게 이어졌습니다. “옥상에서 별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흙먼지 날리면 병이 날 수 있으니 운동장에 인공잔디를 깔아주세요.”(2조) 발표가 끝나자마자 여기저기 손이 올라갔습니다. “인공잔디는 문제가 많다고 들었어요, 안하는 게 낫지 않아요?” 가만히 있을 2조가 아닙니다. “모든 게 완벽한 방법은 없잖아요.” 다른 질문도 나옵니다. “옥상에서 별을 보겠다는데 학교에 밤까지 있을 거예요?” 이 지적에 대한 2조의 해결책은 이랬습니다. “하루 날을 정해서 같이 보면 돼죠.”
재정 문제도 고려하는 초등학생들입니다. “모래사장이 더러우니 일 년마다 모래를 바꿔 달라”(3조)고 하자 “그러면 돈이 많이 들 거 같다”는 반론이 이어집니다. 다른 대안이 나옵니다. “모래를 정화해서 쓰면 되지 않을까요?”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그에 따른 위험 부담도 생각하네요. “강당 문이 잠겨 있어서 못 놀아요. 선생님이 못 놀게 해요.”(1조) 그러자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선생님한테 놀고 싶다고 건의 하면 되잖아요.” 해결책의 맹점도 꼽네요. “건의해도 선생님이 너희들이 잘못하지 않았느냐고 하시니까 결국 선생님 말씀을 따르게 되요.” 그러자 나온 플랜 B.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한테 말하면 되잖아요.” “그랬다가는 선생님한테 혼날 확률이 크죠.”
11:00 PM
‘토론왕’ 아이들은 잠 들었습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 영세이버들에게는 ‘엑셀파일’ 헬게이트가 열렸습니다. 이 엑셀파일의 끝은 어디일까요? 영세이버들은 조별 토론 때부터 아이들이 한 말 모두를 기록했습니다. 이 발언들은 하나하나 훑어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나온 내용 8가지를 추려내니 새벽 1시입니다.
10:00 AM, 27일
조희연 교육감에게 전달할 8가지 정책 제안이 나왔습니다. 한 조씩 맡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할 건지 아이디어를 짜냅니다. 아예 노래도 만들었네요. “교실이 좁아서 놀기 불편해~ 책상 사이가 너무 좁아서~”(5조 “교실을 넓혀주세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 노래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1조가 그린 그림 속 칠판엔 복잡한 방정식이 구불거립니다. 그 아래엔 “중학교 과정을 미리 배우자”라는 선생님 말씀이 말풍선 안에 써 있네요.(1조 “공부시간을 줄이고 놀이시간을 늘려주세요.”) 1조 배수현(6학년) 학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학원에서 오면 밤 9시~11시인 애들이 많아요. 숙제를 못하니까 학교 쉬는 시간에 하게 돼요.”
2조는 “학교 안 다양한 시설을 개방해 달라”며 만화를 그렸습니다. 막무가내로 열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이서진(6학년 서교초) 학생은 “청소도 열심히 하고 규칙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놀이터에 다양한 놀이기구를 만들어 달라”는 3조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내놓습니다.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짚라인, 한 번 타보고 싶네요.
이밖에 “쉬는 시간을 지켜주세요.”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세요.” “운동장을 골고루 사용하게 해주세요.” “옥상을 안전한 놀이공간으로 만들어 주세요.” 등 8가지 생활밀착형 제안을 들고 47명 아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을 향했습니다.
3:00 PM ,서울시교육청 보건진흥원
이 아이들, 교육감 앞이라고 주눅 들지 않습니다. 8조 발표를 다 들은 뒤 조 교육감은 “여러분 눈높이에서 보니 우리가 못 보던 게 보인다”면서 “좋은 아이디어들을 각 학교에 공문으로 보내겠다”고 답했습니다. 옆에 있던 이용환 서울시교육청 초등학교 과장은 "숙제와 4지선다형 시험을 없애겠다“고 깜짝 발표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한 아이가 손을 듭니다. “언제 없애실 건가요?” 기자 보다 낫습니다. 이용환 과장은 “숙제는 2학기부터, 4지선다 시험은 10월께”라고 답했습니다. “와~~” 아이들이 책상을 두드리며 함성을 터뜨렸습니다. 그런데 또 작은 손 하나 올라갑니다. “학교에 퍼트려도 되나요? 꼭 퍼트릴 거예요.!” 쐐기를 박습니다.
분위기는 전북 어린이 38명이 김규태 전북부교육감을 만났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김 부교육감은 “여러분이 하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며 “이 제안들을 어떻게 실현할지 알려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부산 어린이 56명도 11가지 정책 제안을 만들어 김석준 교육감 등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권위 앞에 작아지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똑 부러지게 말 하는 이 아이들을 국회로 보내면 어떨까요?
글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