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장이야기 8]
“우리 부모님이 달라졌어요!” 최고의 비법을 알려드립니다
―아동권리교육 김현정 강사 인터뷰
육아책, 조기교육책은 수없이 쏟아지지만, 아동권리에 대한 책은 무척이나 부족한 현실, ‘아동권리교육 강사’라는 조금은 생소한 명함을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아동이 미약한 ‘보호의 대상’이라는 통념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바꾸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보육교사, 유치원교사, 학부모 후원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몇 년간 아동권리와 긍정적 훈육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초봄의 어느 날, 5년 가까이 현장에서 강의해온 김현정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 아이가 원하는 것보다 혹시 내가 원하는 걸 강요하는 건 아닐까? 아이에게 화가 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가 가장 고민하는 지점을 시원스레 터트려보는 아동권리교육.
아동권리교육 강사로 일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2012년 5월부터니까 5년이 다 됐네요. 저는 보육학과 아동복지학을 전공했고, 어린이집에 7년 정도 근무했어요. 일하면서 일부 교사들이 아동권리를 침해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상황이 불편해지면서 고민했죠. 교사가 그렇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던 차에 아동권리교육과정을 이수했어요. 그 후 세이브더칠드런 경기지부(현 중부지부)에서 권리교육강사를 모집했고, 그게 세이브더칠드런과의 시작이었어요. 현재 강의는 여러 군데서 해요.
주로 어떤 주제로 강의하시는지? 또 아동권리교육 강사는 어떤 자격과 특성을 갖춰야 하나요?
보육교사나 유치원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아동권리와 긍정적 훈육을 교육해요. 특별한 자격이나 특성이 필요하진 않고, 아동분야 전공자나 교육학, 사회복지학 등 아동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되죠. 보통은 NGO나 교육청 등에서 주관하는 아동권리강사교육을 이수한 후 강사로 활동하고요.
최근 기억에 남는 강의나 교육생 집단은?
요즘 학부모님들이 많이 참여하세요. 인천에서 학부모 대상 <아동권리와 긍정적 훈육> 교육을 할 때였는데, 어떤 어머님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막 우는 거예요. ‘내 잘못은 분명 알았는데, 엄마가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때려서 너무 슬펐던 기억이 난다.’면서요. 그 순간 모두 공감하며 울었죠. 지금 자신의 자녀에게는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다짐이랄까, 약간 반성 분위기가 되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 가을과 겨울, 세이브더칠드런 후원자님들을 초대해 아동권리교육을 두 차례 강의를 하셨는데, 반응이 참 좋았어요. 왜 그렇게 반응이 뜨거웠을까요?
저 또한 유아교육기관에서 7년이나 교사로 일하고, 두 아이 엄마로 지내지만 아동권리를 존중해준다는 게 참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일부 교사들은, 교육현실에선 (체벌 등이) 어쩔 수 없다고 정당화하고요. 하지만 정말 작은 것에서 차이를 만들어가야 하거든요.
이를테면 ‘놀고 나면 제자리로 치우자’, 이런 식으로 같이 규칙을 만드는 게 필요할 때, 그냥 먼저 ‘왜 안 치워?’ 야단친다든지요. 또 애가 알아서 좀 해줬으면 하는데, 막상 아이는 엄마의 부재로 인한 결핍을 신호로 보내는 것일 수 있어요. 즉, 애가 양치질을 잘 안 하면 야단부터 치는 게 아니라, 먼저 아이에게 ‘왜 안 하려고 해?’ 물어봐야 한다는 거죠. 정작 애가 원하는 건, 엄마가 ‘양치하자’ 하고 한 번 더 자신을 봐주는 일일 수 있거든요.
부모로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했던 것들이 정작 아이를 망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무엇보다 저 역시 강사이기 이전에 같이 아이 키우며 분투하는 부모로서 다가갔던 점이 공감대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 같이 고민하며 생각해서 빼곡히 채워넣는 아동권리 빙고게임.
일하면서 힘들었던 일, 가장 기뻤던 일은?
아동권리를 존중하자고 외치는 강사인데도 실제론 저부터도 못 한다 느낄 때면 괴롭죠. 생각과는 반대로 행동하는 가정에서의 나를 떠올릴 때 힘들어요.(웃음)
그래도 아동권리교육 듣고 메일로 감사했다고 하시거나, 특히 재교육 신청해주실 때 제일 기쁩니다. 교육 후에 “선생님 교육 듣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고 가끔 메일 보내주시는 분들도 고맙고요.
강의 때 난감한 점은?
아이의 특정행동과 아동권리를 연결해 하나하나 다 물어볼 때?(웃음) 예를 들어, 양치할 때 도와주면 그것도 권리침해인가요? 같은 질문이요.
아동권리교육은 결국 긍정적 훈육 교육으로 이어지는데, 아이가 물건을 훔치거나 다른 아이를 공격하고 그런 것까지 허용한다고 듣는 건 오해거든요. 무조건 아동권리를 인정하는 게 아니라, 나쁜 행동은 잘 설명하고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예요. 즉, 아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하는 거죠.
근데 애들이 말 잘 안 듣잖아요. 그걸 1년, 2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거예요. 한두 번 하고 내가 해봤는데 효과 없더라, 이게 아니라요.
아동권리와 관련해 어떤 통념을 깨기가 가장 어려운가요?
아무래도 ‘귀한 자녀일수록 엄하게 다뤄야 한다’, ‘매를 아끼면 버릇이 나빠진다’ ‘나도 어렸을 때 체벌 받았지만 아무 문제없이 잘 자랐다, 지금은 오히려 그게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준 것 같다’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 ‘체벌은 우리의 전통적 양육방식이다, 체벌금지는 서양중심적 사고방식 아닌가’ 같이, 알게 모르게 생활에 스며든 이런 생각들이죠.
그래도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으니 좋습니다.
▲ 육아책, 조기교육책은 수없이 쏟아지지만, 아동권리에 대한 책은 무척이나 부족한 현실, ‘아동권리교육 강사’라는 조금은 생소한 명함을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교육 내용이나 일정을 논의하고 있는 아동권리교육 강사회의.(맨왼쪽)
가장 반응이 좋은 이야기는요?
제가 막 자책할 때 너무들 좋아하시더라고요.(웃음) 아동권리교육 강사도 저러는구나, 나만 나쁜 부모는 아니네, 하고 약간 안도하신달까요. 특히 제가 큰애와 부딪치는 이야기를 하면 그걸 너무 재밌어하고 많이 공감하세요.
예를 들면 저는 좀 지저분해도 상관없고 뭐든 빨리 하는데, 큰애는 느릿느릿하고(제 기준이지만) 깔끔한 편이거든요. 서로 이해를 못해요. 저는 큰아이와 이렇게 기질이 달라 매일 부딪치는데, 남편도 둘째 애랑 너무 다른데 문제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가만히 보니 남편은 다른 기질의 둘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겁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물으니 딱 한 마디 하더군요.
“애잖아.”
맞다, 전에 큰애가 밤 10시에 갑자기 신발장 정리를 한 적 있어요. 전 속으로 ‘왜 저래, 지금 몇 시야, 이 시간에 왜 해, 누가 하랬어?’ 화났죠. 전 “엄마가 정리할 테니 들어와!” 말했는데, 남편은 “괜찮아? 근데 밤 10시, 이 시간에 왜 이걸 하고 싶었어?” 묻는 거예요. 애가 뭐라고 대답하니까 남편이 “널 위해 (아빠가) 도와줄 일 있어?” 하더군요. 방법이 아예 다른 거죠.
그냥 괜찮아, (못마땅해도) 안아주고 이런 게 진짜 공감이 아니라, 묻고 공감하고 지지해주는 게 제대로 된 권리존중이더라고요.
저는 일주일의 반성 이야기가 참 재밌고 인상적이었습니다.(웃음)
금요일이면 저는 막걸리를 삽니다. 남편과 금요일 밤에 막걸리 마시면서 제가 일주일 동안 아동권리 침해한 걸 일일이 반성한다고 하면 다들 웃으세요. 진짜 저로선 반성하는 날이에요. 항상 남편이 제게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자!” 그래서 제가 “당신은 아이들이 진짜 이해가 되냐?” 하면 그때도 딱 한 마디, “애니까!” 이래요.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교육 전엔 몰랐던 것을 많이 반성하고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됐다고 하실 때? 그렇게 변화하려고 하시는 모습을 볼 때 저도 정말 보람 있습니다. 서로 “저도 그럴 때 있어요.”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좋고, 이제부터라도 안 그러면 되니까요.
사실 이렇게 결심해도 제 경우를 봐도, 한 사흘 갑니다.(웃음) 사흘이라도 애들이 좋다면 전 만족합니다.
학부모님들은 이 강의를 ‘교사들이 꼭 들으면 좋겠다!’ 말씀들 하시죠. 교직에 있는 모든 이가 아동권리와 긍정적 훈육을 교육받는 게 중요하다, 아니, 아이들을 대하는 모든 이가 이런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하실 때 중요한 일을 제가 하고 있다는 게 조금은 실감 납니다.
아이들은 당연히 훈육의 대상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은데요.
요즘 세상엔 남편이 부인 때리면 난리가 나잖아요. 그런데 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것에는 관대해요. 사실 같은 폭력 아닌가요? 아이는 맞아도 된다는 생각이 틀린 거예요.
또 데이트 할 때 남자친구한테 반찬 골고루 안 먹는다고 몸을 때리지는 않잖아요?(웃음) 엄마가 된 후, 만약 아이를 골고루 먹게 하고 싶다면 다른 좋은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죠. 이번에 콩나물 안 먹으면 다음번에 한 가닥, 그다음 번엔 두 가닥…. 단 한 번도 아이에게 소리 지르지 않으면서 천천히 이걸 해야 해요.
즉, 아동은 어른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 주체적인 인격체라는 것. 또 다른 생명이자 어엿한 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하죠. 무엇보다 ‘존중받는 아이로 자라면 존중하는 인간이 된다.’는 것도요.
아동권리, 이것만 되새겨도 좋다든지, 마지막으로 세이브더칠드런 후원자님들과 나누고 싶은 말은?
자주 맞은 아이는 어른이 되어 폭력을 당해도 ‘내가 맞을 짓 했으니까 맞는 거지.’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요. 근데 어릴 때 맞지 않고 자란 아이들은 같은 상황에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할 거란 말이죠.
즉,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학대, 사회적 폭력 등은 같은 연결고리 안에 있고, 이걸 끊어내려면 부모나 교사의 통념을 깨야 합니다.
▲ “잠깐 아이 벌 세우는 것만 해도, 혼자 격리되어 겪는 두려움이 애들한텐 생기는 경험이에요. 또 아이가 뭘 잘못했는지 잘 모르는데, 우리 어른들이 제대로 가르쳐준 적은 별로 없다는 거죠. 보통은 아이와 눈 마주하고 이야기하지 않고, 먼저 혼내는 것만 하고 그게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사의 말에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동권리교육에 참여한 아버님 후원자님들도 말합니다. “다른 데서는 알 수 없는 내용들을 배웠어요. 학대와 훈육의 차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심하게 때리는) 그 정도론 안하면 폭력이나 학대 아니잖아, 훈육이지.’, ‘등짝 한 대 친 거, 이게 무슨 아동학대야’ 같은 생각이 더 위험하다고 강변하는 김현정 선생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무심히 스쳐간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막상 부모 자신은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생각지도 못한 것을 다시금 강의를 들으며 깨달았다고 말씀하시는지 이유를 확인했습니다. 작은 것, 작은 순간, 아이와의 한순간이 달라집니다. 알고 나면. 깨닫고 나면!
아동권리교육, 아이와 만나는 모든 이가 들어야 할 이야기였습니다. “우리 부모님이 달라졌어요!” 아이의 칭찬을 원하시는 모든 세상의 부모에게 권해드립니다.
글 이선희(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권리 실현을 위해 교사, 학부모, 아동관련시설 종사자들에게 아동권리교육과 긍정적 훈육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2016년 37,283명을 포함해, 서울, 경기, 강원, 경상, 전라, 제주, 충청 등 전 지역에서 2014년부터 2017년 3월까지 총 1,235회에 걸쳐 성인 75,172명이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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