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봉사자 이야기]
남편과 함께 수년간 서신번역봉사,
“진심과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특별한 편지들, 흐뭇해요.”
― 4년차 해외결연 서신번역봉사 WE SAVER 김미연 님
“‘지금은 네가 어려 잘 모르겠지만 어릴 적 배운 게 기억에 남고 오래 간단다. 나는 지금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네게 영어로 편지 쓸 날을 기대하며 영어 배우러 다닌단다. 어릴 때 많이 배우고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하니 너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더라. 어릴 적부터 무언가 열심히 하다 보면 너도 모르게 어느새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을 거야….’
어느 70대 할머니 후원자의 편지… 정말 제게도 감동을 주는, 뭉클하면서 교훈을 주는 정성과 사랑이 넘치는 편지였어요.”
4년째 매주 월요일마다 방문봉사를 위해 오는 김미연 님을 만났습니다. 남편에게도 권유해 부부가 모두 세이브더칠드런 봉사자입니다. 환하게 웃는 얼굴, 유쾌한 손짓에서 자원봉사를 즐기는 모습이 반짝반짝 합니다. ‘힘이 되는 평생친구’란 이런 모습일까요.
▲ 매주 월요일, 이젠 주변에서도 다 아는 서신번역봉사일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후원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자원봉사 4년차면 거의 ‘직원인 듯 직원 아닌’ 봉사자이신데요.(웃음)
원래 후원에 관심 있었고 봉사도 틈틈이 했어요. 가끔 아이 학교 데려다주는 길에 세이브더칠드런 건물을 봐왔기에, 어느 날 지나가다가 마음먹고 확! 들어왔죠.(웃음) 처음 온 날, 무작정 찾아와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작은 일이나 심부름이라도 하고 싶어요.” 했어요. 그런데 바로 방문봉사 할 수 있다고 친절하고 상세히 안내해주셔서 참 고마웠어요. 상담 후 그다음 주부터 시작해, 2014년부터 지금까지 늘 반갑게 맞아주는 해외결연팀에서 봉사하고 있어요.
해외결연 서신번역봉사단(WE SAVER)인데, 이젠 제가 오래한 사람이 됐어요. 해외결연 아동과 후원자 서신번역부터 분류, 스캔, 행정, 검수, 출력, 우편물 동봉작업… 거의 다 돌아가며 해봤어요. 매주 월요일 오후 2시부터 6시, 이젠 일상이 됐어요.
1주 1회 방문봉사, 힘들진 않으신지?
중요한 일이고, 감사하게 생각하죠. 월요일엔 약속을 안 잡을 정도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도 이젠 다 알아서 그날은 거기 가는구나, 생각하고요. 작은 일이라도 도울 게 있어 참 다행이라 생각해요.
남편분도 세이브더칠드런 재택봉사자라고요. 해외출장 중에도 서신번역봉사를 안 빠뜨린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먼저 하다 보니 감사하는 마음도 생기고, 또 후원자가 쓴 편지 보며 느끼는 게 많아서 권유했어요. 직장 생활 하면서 건조해지기 쉬우니까 제가 좋았던 그 기분, 감사하는 마음, 이런 것, 남편과 같이 느끼고 싶었거든요. 영어 테스트 받고 편지검수로 재택봉사를 해요. 금요일에 편지 번역자료 받고 월요일까지 보내는 식인데 한 주에 열 통 내외니까 괜찮나 봐요. 해외출장이나 여행 가서도 요즘은 다 인터넷 되니까 잘 챙겨서 하더라고요. ‘시작이 반’이라고, 하다 보니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 남편분에게도 권유해 같이 서신번역봉사를 합니다. 해외출장을 가셔도 서신번역봉사만큼은 안 빠뜨린다고 합니다. (사진제공: 김미연)
봉사활동 후원하시면서 생활이나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면?
봉사하면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우거든요. 여담이지만 오드리 헵번이란 배우를 보면, 할머니 돼서도 세계 아이들 돕는 일에 나섰잖아요.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라,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이런 말도 좋고요. 이렇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그런 사람’이 되자, 저도 휴대폰 화면에 담아두고 자주 보며 다짐해요. 친구들한테도 권유하고. 그러면서 오히려 정말 좋은 기운을 얻거든요.
해외결연 방문봉사를 하지만 지금 일반후원도 해요. 천재지변, 전염병, 전쟁 등 갑작스런 일로 세이브더칠드런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을 것 같다, 하는 생각으로요. 또 적극적으로 후원권유도 많이 하게 됐어요. 거리모금도 보면 저것도 봉사해볼까, 가끔 생각해요. 친구한테 후원신청용지 주고 쓰라고 한 적도 있어요.(웃음)
▲ 위세이버 '우수봉사자' 카드도 받았습니다. 정말 계속하고 싶은 일이라고 주변에도 권유합니다.
인상적이었던 편지가 있다면?
70대 할머니 편지였는데 너무 감동했던 적 있어요. 어느 나라 아이 후원인진 기억 안 나지만 내용이 지금도 생각나요. ‘지금은 네가 어려 잘 모르겠지만 어릴 적 배운 게 기억에 남고 오래 간단다. 나는 지금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네게 영어로 편지 쓸 날을 기대하며 영어 배우러 다닌단다. 어릴 때 많이 배우고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하니 너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더라. 어릴 적부터 무언가 열심히 하다 보면 너도 모르게 어느새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을 거야.’ 저도 감동했어요. 할머니가 70대이신데도 영어나 여러 가지 배우러 다니시고….
정말 진심과 사랑하는 마음이 많이 담긴 특별한 편지들이 많았어요. 대학생들, 기업의 대표, 고사리 손글씨의 어린 친구들, 작은 회사의 단체후원자들… 모두 제각각이지만 사랑과 격려가 넘치는 편지를 읽다 보면 세상이 어려워진다고 해도 아직까지 이런 분들이 있으니 희망이 있고 살 만하구나, 마음이 흐뭇해져요. 우리 아이들한테도 “엄마 감동했어. 엄마가 봉사하니 이런 것도 알 수 있는 거야.” 느낀 것들도 말해줘요.
또 후원아동 편지 받고도 감동한 적 있는데, 잠비아 아이였어요. 어린애 그림이었는데도 자기가 사는 동네 멋지게 그려서 보내와서 섬세하고 정성스런 그림에 빠졌어요. 소질 있어서 키워주고 싶을 정도였어요.
최근에 기억에 남는 후원자들은요?
참, 신입사원 한 명 들어오면 해외결연아동 한 명 맺어주는 중소기업이 있었어요. 직원이 7, 80명인데 거의 다 하고 있다고 해요. 이런 회사는 대표 마인드도 존경스럽고, 고객한테도 잘할 것 같고, 회사 발전도 기대되죠.
또 다른 70대 회사 대표님도 있어요. 영어필체가 멋진 편지였는데, 길게 쓰셨어요. 아이 걱정하는 마음, 물 길으면서 일한다고 아이가 썼는지 집안일 많이 도와드리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지내라, 다정하게 쓰셨는데 그런 대표가 계신 회사는 어떤 곳일까 슬쩍 궁금했어요.(웃음)
따님에게서 ‘엄마, 아빠 봉사하는 거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신다고요?
이제는 둘 다 커서 괜찮아요. 봉사자로 일하는 게 ‘대단하다, 좋아 보인다’ 격려해줘요. 전에 조선일보 기사에 봉사자 인터뷰로 간단히 나간 적 있는데 예전 회사 동료들도 오랜만에 연락하고, 동창들도 그룹SNS에 기사 올려준 적도 있어요.
주변 친구분들 반응도 궁금합니다. 혹시 나도 해볼까 하시는 분은?
봉사일 하며 느끼는 것을 모임에서 말할 때도 자주 있어요. 저한테 꾸준히 하니 대단하다, 하는데 선뜻 나서기는 다들 상황이 다르니 쉽지 않겠지요. 본인은 못할 거라 생각하거나, 계속 못할 것 같아 아예 시작을 못한다고도 하고. 그래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긴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요. 사실 책임감이 큰 일이기도 하거든요.
혹여 그만두고 싶을 때, 그래도 계속할 수 있게 잡아주는 힘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몇 년간 나오고 있어요. 사실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은 거의 없어요. 오히려 나오지 말라, 할 때까지 계속하고 싶어요.(웃음) 가끔은 나이도 많고 빠질 때가 됐나? 하는 마음이 들지만, 후원자이름, 아동이름, 주소 확인이라든지, 꼼꼼하고 정확한 게 중요한 일이라 저랑 잘 맞고 무엇보다 보람이 있거든요.
기회가 되면 해외현장봉사도 하고 싶어요.
비슷한 4, 50대 우리 후원자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그 70대 할머니 후원자처럼, 우리도 여전히 도전하고, 또 건강하게 살자고 말하고 싶어요, 같이하자고 권하고 싶고요. 이게 선뜻 발을 담그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시작하면 참 좋은 일이거든요. 봉사자가 많아도 할 일도 많고요. 또 여기선 만난 자원봉사자 엄마들끼리는 같은 자원봉사자 대학생 친구들이 영어도 잘하고 봉사도 열심히 한다, 또 멋진 학생들과 함께하니 대학생들 생각도 알게 되어 좋다, 말한 적도 있어요.
별것 아니지만 꾸준히 봉사하면서 느끼는 건 ‘작은 일도 하다 보면 좋은 영향력을 서로 미칠 수 있다.’입니다. 제가 느낀 즐거움과 기쁨, 보람, 다른 분들도 느끼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 " 이젠 제가 오래한 사람이 됐어요." 해외결연 아동과 후원자 서신번역부터 분류, 스캔, 행정, 검수, 출력, 우편물 동봉작업…. 모든 일을 한번씩 거쳤습니다.
자원봉사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고, 또 특별합니다. 걸어온 인생이 다르고, 담아온 마음이 다르고 그래서 더욱 자원봉사자들이 풀어놓는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직접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지는 않지만, 아이들과 해외결연 후원자들의 마음을 잇는 서신, 그 편지를 꼼꼼히 읽고 번역하고 교정과 교열을 보고, 발송하고 분류하고, 그 마음을 기억하고 주변과 나누는 것. 자원봉사자들의 이런 수고는 해외결연이란 특별한 후원행위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멋진 일입니다. 만나서, 그래서, 좋았습니다.
글 이선희(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