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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하면 격리...네팔 악습 '차우파디' 사라 질때까지
지난 7월 7일 네팔 서부 다일레크, 18살 소녀가 외양간에서 홀로 잠 자다 독사에 물려 숨졌습니다. 지난 해 12월에는 헛간에서 자던 15살 소녀가 추위에 불을 피우려다 질식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소녀들은 왜 외양간, 헛간에서 잠들어야 했을까요?
네팔 일부지역에는 생리 기간이나 출산 직후 여성을 격리하는 ‘차우파디’ 관습이 있습니다. 생리혈이나 출산혈을 불순하게 여기는 탓에 이 기간 동안 여성들은 집에서 쫓겨나 헛간, 창고, 외양간 등에서 한댓잠을 잡니다. 목욕하거나 화장실을 쓸 수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접촉도 금하고 먹거리도 제한합니다. 우물에도 마음대로 가지 못합니다. 이들이 만지면 오염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한 소녀는 “동물 배설물이 널려 있고 벌레가 득실 거리는 데다 밤에는 남자들이 놀리며 괴롭힌다”며 “생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15~49살 네팔 여상 19%가 차우파디를 겪었습니다. 중부와 서부 일부지역에서는 그 비율이 50%까지 치솟습니다. 특히 차우파디가 횡행하는 아침지역에서는 2006년 이후 10명 이상이 차우파디 탓에 목숨을 잃었다고 이 지역 여성발달국 관료 반가와티 아리알이 밝혔습니다.
그 ‘차우파디’가 드디어 처벌받게 됐습니다. 지난 달 네팔 의회는 여성에게 차우파디 관습을 따르라고 강요한 이는 최고 징역 3개월이나 3천 네팔루피(3만340원)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법률을 통과시켰습니다. 1년 뒤부터 시행에 들어갑니다. 이미 2005년 네팔 대법원은 차우파디를 금지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흐지부지 되고 말았습니다.
‘차우파디’에 법적 제동을 건 데 세이브더칠드런도 한 몫했다고 자부합니다. 차우파디가 뿌리 내린 중앙 서부쪽 지방 관료들을 대상으로 정책 자문 워크샵을 꾸준히 벌였습니다. 네팔 정부 여성부, 보건복지부 등에 차우파디를 범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전달해 왔습니다.
그런데 법이 제정됐으니 이제 안심해도 될까요? 네팔에서 조혼이 법으로 금지된 건 이미 54년 전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네팔 소녀들 가운데 37%는 18살이 되기 전에 결혼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최근 연 ‘시(poetry)로 발언하자’ 워크샵에서 여성들에게 ‘차우파디’에 참여할 거냐 묻자 “관습을 이어가겠다”는 답이 꽤 돌아왔습니다. 인습이 지역 사회 주민들 의식 속에 깊이 뿌리내린 탓입니다.
그래서 세이브더칠드런은 멈출 수가 없습니다. 이름이 참 긴, 차문다브라이스니에서는 ‘차우파디 없는 동네 만들기’ 캠페인을 벌입니다. 차우파디가 성행하는 아참에서는 더욱 강력하게 제동을 걸 수 있는 추가 법령을 2018년까지 제정하도록 지역 정부, 의회, 주민을 설득해 나갈 계획입니다. 성인 남녀, 소년, 소녀 모두와 손을 잡습니다. 차우파디를 근절하려면 이 모두가 필요합니다. 차우파디 이면에는 성차별, 사회적 불평등, 아동학대 등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소녀들이 교육 등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보건시설이 삶에 가깝게 들어와 있어야 합니다. 소녀들이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원하는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때까지 세이브더칠드런의 일은 끝나지 않습니다.
글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