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좋아질 수 있으니까,
계속할 수 있어요”
김완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팀장
아동학대 관련 전화가 연이어 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현장조사를 위해 경찰과 동행해 현장으로 긴급출동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학대피해아동 사례파일이 무더기로 쌓인 사무실엔 초동조치를 확인하거나 법원, 경찰 담당자들과 주고받는 상담원들의 전화가 숨 가쁘게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현장을 직면하는 일 자체가 용기였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아동보호의 최전선, 그 주역 중 하나인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 김완 상담팀장을 만났습니다.
상담원으로 일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2012년부터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팀장 포함 상담원 14명)에서 일하고 있고, 벌써 7년이네요. 한국은 이제 체벌일체 금지국이에요.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도 높아져서 아이, 교사, 의사로부터 꾸준히 신고가 늘고 있어요.
우리는 1주에 평균 4일은 아동학대신고로 현장에 출동하는 것 같아요. 5개 구를 담당하는데 옹진군까지 관할지역이라 배 타고 백령도나 여타 섬에 갈 때도 있어요. 사례관리차 섬으로 정기방문도 하고요. 한 번은 배 타고 피해아동 데리고 나오다가 납치로 오인해 해경이 출동한 적도 있어요.(웃음)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어떤 자격이나 특성을 갖추어야 하나요?
사회복지사 1급자격증, 100시간 상담연수는 필수이고, 감정조절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이 중요해요. 학대상황의 공간을 찾아가고, 가해자와 아동을 상대하는 일이니까요. 즉, 어떤 말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명확하고 침착한 발성, 흥분된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설득력이 있어야 하죠. 일단 위협이나 돌발상황이 생기거나 격해질 수 있는 현장이고, 아동을 격리하고 가해자에게도 정확한 고지를 해야 하거든요. 그러니 경청연습도 필요하고, 해야 할 말을 제대로 전달해야 합니다. 의사소통이란 게 같은 말을 해도 다르게 받아들여지니 어려운 거고요.
최근에는 어떤 현장조사나 사례가 많은지?
신체학대가 전체 40% 정도로 가장 많아요. 또 방임학대도 늘고요. 부모의 경제적, 지적능력과도 상관없는 경우가 꽤 많아요. 멀쩡하고 교육받은 부모들이거든요. 상담원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생각이 들죠. 그리고 가해자는 항상 변명이 있어요. 아이들의 상황이 이렇고, 이게 어떤 결과를 가져온다고 거듭 말하면 부모도 그제서야 충격받고 개선되기도 해요. 이걸 우리는 ‘직면시킨다’라고 표현합니다.
또 물리적 충돌, 심각한 욕설은 실제로 아이들의 성장을 저하시키고, 만성적 가정폭력이나 정서학대는 신체학대보다 더 큰 상처나 스트레스가 됩니다. 이건 평생치료가 필요해요.
신고된 아동학대가정에는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6월까지 480건 정도 접수됐는데,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상담원 2인 1조와 정복경찰 출동, 학대정황 확인, 분리상태에서 피해자를 먼저 만나요. 항상 피해자 먼저, 이게 원칙입니다. 그리고 현장조치 결정으로 격리/비격리를 결정해요. 격리가 20% 정도 돼요.
그 후 가해자를 만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회의하고 지속적으로 사례관리 하죠. 이때 심리검사를 해서 치료연계를 해요. 최소 9개월 이상 사례관리를 해서 재학대발생 방지하고요. 그 후 잘 되면 종결처리 합니다.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힘든 일은?
남들이 일반적으로 누리는 건 많이 포기한다는 점? 당직이면 경조사도 참석 어려워요. 야간출동의 부담도 크고, 3년차까진 일요일에도 잠을 제대로 못 잤죠. 나중에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보복협박이나 욕설도 많아요. 가정파탄 시켰다고 국민신문고에 글 올리는 분들도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사례관리 도중에 안 좋은 일을 겪으면 정말 힘듭니다.
그야말로 헌신 없이는 버거운 극한직업입니다.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와 기쁨이라면?
체력과 감정소모가 커서 그만두는 분들도 많아요.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학대받는 아이들을 위해 일하니까, 계속할 수 있어요. 즉,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그게 이유입니다. 성학대나 신체학대를 심하게 당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 방임학대 유형도 다양해요. 초등학교 갈 아이를 학교 안 보내고 유예신청해서 교묘히 미룬 부모가 있었어요. 혼자 집에 있는 아이는 사회와 단절되고, 대인관계나 지능 형성이 느려져요. 끈질기게 찾아갔죠. 결국 몇 년을 부모가 학교 보내는 것을 미뤄서, 피해아동보호명령을 받아내 아이는 지금 시설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학교에도 다니는데 또래친구도 많이 생기고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그래서 아이가, 가정이 변화되는 과정을 가끔이나마 볼 수 있을 때, 아이가 가정으로 돌아가고 사례가 종결될 때, 그 동안의 힘든 게 사라지고 참 기쁩니다. 또 아동학대방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교사, 경찰, 공무원들과 끈끈해져요. 힘들지만 사명감도 생기고, 많이들 잘 견뎌내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같은 입장에서도 존경스러운 상담원을 만난 적은?
방임가정을 담당한 상담원이었어요.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증거는 없었고요. 그런데 집 앞에서 그 상담원이 며칠 동안 야간잠복근무를 해서 아이만 방치한 상황을 포착했습니다. 대단했습니다.(웃음) 여자분이었어요.
아동학대방지 현장의 베테랑으로서 재충전 비법이나 후원자님들과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저는 힘들 때 그냥 잤어요.(웃음) 그리고 목표가 없으면 더 쉽게 소진돼요. 그래서 매일, 매월 목표를 만들어요. ‘오늘 나는 일 마치고 운동을 하겠다’ ‘영화를 보겠다’ 등 작은 것부터요. 정신력과 체력 다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현장에서 안타까운 가정을 많이 보게 되는데, 저소득가정이나 방임가정의 경우, 위기가정지원사업 신청이 더 확대되면 좋겠어요.
폭력, 위협, 분노, 방임. 가정이란 공간에서 행해지는 이 아픈 일을 아직 여린 아이들이 겪는 현장에 상담원들이 있습니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구하는 것’,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상담원이라도 만날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상담원들이 버텨내는 이유입니다. 아동학대라는 지옥의 시간을 통과하는 아이들 옆에 언제나 이들이 있습니다. 두툼한 사례파일을 넘기고 상황을 기록하고, 계속 전화를 걸고, 찾아가고 눈을 마주치면서.
글 이선희(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 지난 2016년 한 해, 세이브더칠드런은 산하 아동보호전문기관(5곳, 그룹홈 2곳)에서 학대피해아동을 3,862명 지원했습니다. 올해에는 추가로 울산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 1곳을 더 개소했으며, 더 많은 아동을 도울 수 있게 됐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후원자님과 함께 아동학대가 영원히 사라지는 세상을 위해 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