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상상놀이터에서 하는 체육교실
두 줄로 나란히 서서 길을 가다가도 신이 난 발걸음에 줄이 삐뚤빼뚤해집니다. 3시가 넘은 시간, 수업이 이미 끝났는데 세이브더칠드런 대구 입석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왜 다시 학교에 가고 있는 걸까요? 씩씩하게 걸어가는 2학년 윤하(가명)에게 물어봤습니다.
“오늘은 화요일이라 학교 운동장이랑 상상놀이터에서 튼튼 체육교실을 해요.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라서 화요일이 설레요.”
▲체육교실에서 꼬리잡기 게임을 하고 있는 입석지역아동센터 아이들. 뒤쪽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은 상상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학교 아이들도 보입니다.
체육교실 선생님과 함께 준비운동도 하고 친구들과 팀을 이뤄서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운동장에서 체육교실을 하지만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낼 때도 있습니다. 체육 시간이 제일 기다려진다는 윤하는 새로 지은 놀이터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얘기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놀이터 지을 때 회의하고 그랬거든요. 선생님이 저한테도 아이디어 내보라고 하셔서 저도 같이 의견 냈어요! 다 지어졌을 때 제 의견이 놀이터에 (반영되어) 있으니까 뿌듯했어요. 원래 모래만 있었거든요. 근데 놀이터가 새로 생기니까 친구들이랑 더 많이 놀게 됐어요.”
옆에 있던 보미(가명)도, 지환(가명)이도 놀이터 새로 생긴 놀이터가 마음에 든다고 합니다.
“옛날 놀이터는 아주 썰렁해요. 쇠 냄새가 나서 안 놀고 싶어요.”
“상상놀이터에서는 흔들 그네가 제일 인기가 많아요.”
소정이 이야기
6시 무렵이 되자 아이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갑니다. 가방을 메는 친구들 사이에서 아빠를 기다리며 책을 읽는 3학년 소정이(가명)에게 지역아동센터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하는 활동 중에 뭐가 제일 재밌어요?
지역아동센터에서 매일 다른 활동을 하거든요. 기억에 남는 건 금요일에 회의하는 시간이에요. 예전에 임원이었어요. 서기 했거든요. 친구들이 의견 내는 걸 종이에다가 적고 정리했어요. 힘들었던 건 글씨 쓸 때 모르는 것도 있고 글씨가 또박또박 안 써졌던 거예요. 그래도 친구들 의견을 듣고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입석지역아동센터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하면 좋겠는지 의견을 내는 아이들
지역아동센터 오니까 어떤 게 좋아요?
그냥 지역아동센터 오는 게 좋아요. 매일매일 재미있어서요. 저한테 언니 두 명 있는데 저랑 나이 차이 많이 나서 7살 때는 그냥 혼자 심심하게 지냈거든요. 조용하고 잘 안 웃고 소심했는데 1학년 때부터 지역아동센터 오면서 더 활발해졌어요. 친한 친구도 많아요. 보미언니도 있고, 예솔이(가명)도 있고.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도 배운다고 들었어요.
지역아동센터에는 펭귄선생님이랑 기린선생님이랑 수학 선생님, 영어 선생님들이 있는데요(아이들은 입석지역아동센터 이혜진시설장과 김선미복지사를 펭귄선생님, 기린선생님으로 부릅니다). 펭귄샘은 재미있고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설명도 알아듣게 잘 해주세요. 기린샘은 제가 부르거나 다치면 로봇처럼 쌩 달려와요. 만들기도 잘하고 글씨도 잘 써요. 어른이 되면 저도 글씨 꼭 잘 쓸 거예요. 수학선생님이랑 영어선생님은 공부 알려주시고 어려운 것도 잘 해결해 주셔서 고마워요. 센터에서 하는 공부가 학교에서 하는 것보다 더 빠르거든요. 학교에서 공부할 때 어렵지 않아서 좋아요.
소정이에게 지역아동센터는 어떤 곳이에요?
지역아동센터는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해주시는 곳이에요. 그리고 선생님들이 우리의 의견을 듣고 많이 반영해주는 곳이라 좋아요.
▲자치회의를 하는 입석지역아동센터 아이들
자원봉사자에서 후원자가 되다
대학교를 휴학하는 동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친구의 추천으로 입석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지미경 씨는 봉사활동을 마칠 즈음 세이브더칠드런에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지미경 후원자는 4월부터 8월까지 매주 4시간, 아이들과 함께했던 봉사시간이 아직도 많이 기억난다고 합니다.
“목요일마다 아이들 학습을 도와주는 활동을 했었어요.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봐서 아이들 가르치는 게 많이 어렵진 않았어요. 애들이 ‘저 미경선생님한테 배울래요’라고 말하는 것도 기분이 좋았고. ‘선생님 공부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들을 때마다 뿌듯하기도 했고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가지고 아이들한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구나 생각하니까 좋더라고요.”
▲지미경후원자. 세이브더칠드런 아동안전보호정책에 따라 지역아동센터 아동과 봉사자가 함께 촬영하지는 못했습니다.
미경 씨가 아이들에게 주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미경 씨는 아이들을 통해 더 많이 배웠습니다.
“아이들을 보면서 답이 꼭 한 개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아이들끼리 다투고 화해하는 걸 보면서 저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기도 하고요.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이 피드백을 해주시는데요. 아이들한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궁금한 것들을 여쭤보면 정말 잘 대답해 주셨어요. 그때 정말 많이 배웠죠.”
9월이 되어 다시 학교에 복학하면서 봉사활동을 계속하기 어려웠던 미경 씨는 아이들과 헤어지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세이브더칠드런을 후원하기로 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구나’ 느꼈거든요. 더이상 봉사를 하지는 못하지만 계속해서 무언가 기여하고 싶어서 후원을 시작했어요. 지역아동센터에서 직원분들이 행정업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세이브더칠드런이 정말 투명하구나 알게 됐거든요. 믿을만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생이라서 아르바이트한 돈을 후원하는 거라 많이 후원은 못 하지만 배달음식 한 번 덜 시켜먹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는데, 하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저소득 가정, 한부모 가정 등 지역사회 내에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위해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방과 후 아동보호, 학습지도, 급식 등을 지원합니다. 아동권리원칙에 기반해 운영 과정에서도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활하도록 아동안전보호정책을 적용합니다. 소외된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놀고, 공부하고, 생각을 말하고, 따뜻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아동센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한국화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지미경후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