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얼마전 뉴스 기사에서 익숙한 지역명을 보았습니다. 바로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인데 혹시 들어본 기억이 나시나요? 중학교 역사 시간에 배웠던 인류 최초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의 발상지이죠. 물이 풍부하고 비옥한 평야가 펼쳐져 있어서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 ‘비옥한 초승달 지대’로 불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 때문에 폭염과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의 수역이 매년 낮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 강의 수역이 낮아지면서 인근 지역으로 물을 나르는 알루크 운하가 바짝 말랐다(좌). 폭염의 피해를 입은 농작물(우).
두 강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시리아와 이라크입니다. 강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인근 지역에서 강에 의존하며 살던 수백만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분쟁의 여파로 상수도 인프라가 제때 수리되지 못하면서 지난 6월에는 물 공급이 끊이기도 했습니다. 분쟁으로 고향을 떠나 난민촌에 거주하는 수천 명의 시리아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지하네(37세, 가명) 씨는 5년 전 분쟁으로 고향을 떠나 국내 난민으로 시리아 알 홀(Al Hol) 난민촌에 살고 있습니다. 지하네씨는 난민촌 내 식수가 부족해져서 깨끗한 물을 마시지도, 씻지도 못한 딸 자이나(6세, 가명)의 건강이 나빠졌다고 호소했습니다.
“딸을 병원에 데려갔더니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못해도 열 명에서 열두 명은 있더라고요.
다들 물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씻길 물조차 없어서 젖은 수건으로 닦고 있어요.
어떤 때는 애들 옷가지 중에 딱 하나만 세탁할 수 있고 이틀 동안 설거지를 못할 때도 있어요.”
2021년 4월 이후 북동부 시리아에서 보고된 급성 설사병은 5만 6천 건에 달합니다. 또한,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은 1만 7천 건을 기록했습니다. 평소 때라면 더운 여름에 주로 발생하는 수인성 질병인데 올해는 깨끗한 물이 부족한 탓에 평소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 엄마와 함께 메마른 알 카부르 강을 바라보고 있는 바일라산.
북동부 시리아에 살고 있는 바일라산(13세, 가명)의 가족은 물 부족으로 4년째 농사를 지을 수 없었습니다. 더는 가망이 없다는 생각에 주변 이웃들과 새로운 땅을 찾아 이주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바일라산은 가뭄 때문에 모든 것이 망가졌다며 어린시절 누렸던 자연환경을 그리워합니다.
“예전엔 식물이 정말 아름답게 자라났어요. 이곳에 석류나무와 올리브나무도 있었어요. 무척 큰 블루베리나무도 있었습니다. 다 함께 열매를 먹곤 했어요. 저희 아버지가 나무에 그네를 매달아서 동생들과 함께 놀았어요. 하지만 이제 알 카부르 강에 물이 없어서 다 사라져 버렸어요.”
“제 모든 기억은 그 나무들과 함께 사라졌어요.
이제는 식물이 먹고 자랄 물이 없어요.
다 메말라버렸어요.”
이처럼 기후 위기의 피해는 아동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저소득 국가나 분쟁지역에 사는 등 소외 계층에 속하는 아동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이미 코로나19, 기아, 영양실조로 최악의 환경에 놓인 아이들에게 홍수, 태풍, 폭염처럼 극단적인 기후 현상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기후 위기는 아동권리의 위기
세이브더칠드런의 기후위기 보고서 ‘기후위기 속에서 태어나다’는 기후위기로 더 큰 피해를 입는 미래세대의 현실을 연구했습니다. 2020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1960년에 태어난 세대보다 평생 동안 폭염을 6.8배 더 많이 경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산불은 2배, 흉작은 2.8배, 가뭄은 2.6배, 홍수는 2.8대 더 겪게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노력으로는 지구 온도가 2.6℃에서 3.1℃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분명, 기후위기는 미래 세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문제인데도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는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와 결정에 아동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나라에서 집회가 금지되면서 아동과 청소년의 주도적인 움직임에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모든 아동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고 참여할 권리가 있지만 충족되지 못한 셈입니다.
10월 31일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는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논의할 예정입니다. 우리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인 만큼 미래 세대인 아동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 이유를 잠비아에서 청소년 기후 활동가로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유스티나에게 들어봤습니다.
목소리를 높이는 아이들
안녕하세요, 저는 아동의 권리에 열정을 가진 청소년 활동가 유스티나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동 참여는 아동에게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대해 말할 수 있는 플랫폼을 주고 직접 의사결정과 정책 제안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정부가 아동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실행 하기를 소망하고 있어요.
아동 참여는 정말 중요해요. 모든 아동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의사 결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어요.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 13번 조항은 모든 아동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잠비아에서는 사람들이 나무를 벌목하는 바람에 강수량 패턴에 영향을 줬어요. 그 때문에 가뭄과 홍수가 일어나고 집이 휩쓸려 내려가 버린 사람들이 생겨났어요.
▲ 극심한 물 부족과 가뭄으로 학생들이 떠난 빈 교실에 서있는 살리반 선생님. 칠판에는 마지막으로 수업을 진행한 날짜인 2020년 8월 19일이 적혀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이 누구일까요?
바로 저희와 같은 아동이에요."
아동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준다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잘라서 숯을 만드는게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하고 교육할 수 있을 거예요. 아동은 기후 변화를 겪으며 살아가야 하는 세대이고 이건 다음 세대까지도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기후 변화로 때문에 교육받을 권리가 박탈되고 있어요. 계속해서 심각한 폭우가 반복된다면 홍수로 물에 잠기기 쉬운 취약한 지역에 사는 아동은 학교에 가지 못할 수 있어요. 또 오염된 물 때문에 콜레라 같은 질병에 걸릴 수도 있고요.
각 국가의 정부는 우리 같은 아동의 경험과 요구사항이 COP26에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해요. 올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COP26은 세계의 리더들이 진정으로 기후 대책에 아동을 참여시키고 경청하는지 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기후 위기에 대항해 목소리를 높이는 아동 청소년을 지원하고 지지합니다.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는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을 기본적인 인권으로 인정하고, 기후 변화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특별 보고관을 임명토록 결의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와 같은 결정을 환영하며 이달 말 열릴 COP26에서 아동의 목소리가 최우선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세계의 리더들에게 촉구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의 정태영 총장은 “아동의 보편적 권리를 인정하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에게 적용되지만, 기후 위기는 취약한 환경에 살아가는 아동에게 차별적으로 작용한다. 국제 사회는 기후 위기는 곧 아동 권리의 위기임을 인지하고 미래 세대가 살아갈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기후 위기에 취약한 지역사회가 기후 위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며, 피해를 입은 아동과 가족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결정의 중심에 아동과 아동 권리가 최우선으로 고려될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은 계속해서 아동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나가겠습니다.
글 신지은(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