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불과 1년 사이 아프가니스탄의 아동의 삶은 미래를 알 수 없는 커다란 소용돌이에 휘말렸습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한 뒤로 국제 사회의 원조가 철회되고 은행 시스템이 마비되었죠. 경제 위기의 찬 바람과 더불어 3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은 수많은 아프간 아동을 굶주림으로 내몰았습니다. 오늘은 아프가니스탄 아동에게 지난 1년간 생긴 변화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을 정리했습니다.
“저는 올해 4학년인데 예전만큼 학교에 갈 수 없어서 슬퍼요.
저는 카펫 만드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카펫을 만들다 보면 슬퍼져요.”
- 사마르(가명, 11세) –
사마르(가명, 11세)와 잘마이(가명, 15세) 형제는 탈레반 집권 이후 집에서 카펫 짜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마르는 학교 수업을 절반만 듣고 올라와 형과 함께 카펫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제사회가 아프가니스탄 내 자금을 동결한 뒤로 아버지가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두 형제의 어머니 파르니얀(가명, 42세) 씨는 아이들이 공부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어려운 형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들 둘이 반나절 동안 일하면 카펫 하나를 만드는 데 2개월이 걸립니다. 그러면 6,000아프가니(약 8만 5천원)를 벌 수 있어요. 이 돈으로 집세를 내고 음식을 사야합니다. 아이들의 교육에는 좋지 않지만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집주인에게 진 빚도 남았고 전기나 수도세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탈레반 집권 전에는) 전쟁이나 자살 테러가 있었어도 미래를 꿈꿀 수 있었어요.
여성들도 교육받고, 시장도 가고,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 저는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어요.
만약 소녀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목소리를 되찾지 못한다면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얻지 못할 거예요.”
- 주할 (가명, 16세) –
주할(가명, 16세)은 탈레반이 여아의 중등 교육 출석을 금지하면서 더는 학교에 갈 수 없게 됐습니다. 아직 어린 여동생 사프나(가명, 14세)는 학교에 다닐 수 있지만, 여성에게만 부과된 복장 규정 때문에 까만 천으로 몸을 전부 가려야 합니다. 식료품점을 운영하면서 넉넉하게 생활했던 주할의 가정은 아프간의 경제 위기가 깊어지자 급격한 변화를 맞았습니다. 식량 가격과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식료품 가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하루 세끼를 먹었지만 이제는 한 끼를 겨우 먹고 있어요. 밀가루가 1,300 아프가니(약 2만 원)였는데 이제는 2,700아프가니(약 4만 원)로 올라서 사람들이 음식을 살 수가 없어요. 여자아이들은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안전에 대한 걱정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해요. 예전에는 저희 반에 3~40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이제는 두 세 명 밖에 남지 않았어요.” 주할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불안을 호소했습니다.
▲ 아프가니스탄 지진으로 폐허가 된 집 앞에 서있는 하킴(가명, 35세)씨 자녀와 조카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가니스탄 아동 1,690명과 부모 및 보호자 1,450명을 대상으로 탈레반 치하에서 변화한 삶에 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계점: 탈레반 장악 1년 후 아동의 삶>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세계에서 아동이 살기 가장 어려운 곳 중 하나였지만 최근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해지면서 아동의 삶이 한계점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지금 아프간 아동은 극심한 굶주림, 아동 노동, 조혼 등 심각한 보호 문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가정의 97%가 자녀에게 충분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동의 80%는 배고픈 상태로 잠들고 있습니다. 식량 부족은 아동의 건강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지만 더 나아가 아동의 미래를 위협합니다. 음식과 기본 생필품이 부족해지자 많은 지역사회에서 아동을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결혼을 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가정 내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결혼을 권유 받은 아동 중 88%가 여아입니다.
많은 여자아이들이 더는 학교에 갈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과 분노를 표현했습니다. 이전에 가졌던 권리와 자유가 사라지면서 미래를 절망적으로 그리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아동의 심리 상태에도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여아의 26%, 남아의 16%가 우울증의 징후를 보였고 불안을 호소하는 아동도 많습니다. 걱정과 나쁜 꿈 때문에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공원이나 쇼핑을 가는 등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던 일상적인 활동에서 배제되면서 이런 심리적 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보고서] 한계점, 탈레반 장악 1년 후 아동의 삶 자세히 보기
세이브더칠드런
아프가니스탄 지원 현황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아프가니스탄 아동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후원자님들의 마음을 모은 5억 8천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재난 대응 단계 중 가장 위험성이 높은 카테고리 1(CAT 1)로 선포하고 전 세계 후원자들이 보내준 성금에 더해 약 290억 원 규모를 목표로 대응 활동을 펼쳤습니다. 덕분에 탈레반 집권 이후 1년 간 아동 145만 1,402명을 포함해 총 255만 2,763명을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카불을 비롯한 9개 지역에서 보건 영양, 교육, 아동 보호, 생계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긴급 현금 지원
“세이브더칠드런 직원분들이 직접 저희 마을에 와서
가장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선정했어요.
저와 이웃도 그 덕분에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저희를 도와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아이나 (가명, 34세)
세이브더칠드런이 긴급 현금을 지원한 아이나(가명, 34세) 씨는 네 아이의 엄마입니다. 최근 남편을 여의면서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가장이 된 아이나 씨에게 세이브더칠드런은 식료품과 겨울옷을 살 수 있도록 현금을 지원했습니다. 첫 달에 110달러(약 14만 원)을 지원했고 총 네 차례에 걸쳐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아이나 씨는 “우리 가족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구하지 못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오늘 아침에도 아무것도 먹지 못한 빈속으로 왔습니다. 오늘 저는 9,300 아프가니를 받았어요. 이 돈 덕분에 아이들을 먹일 수 있고 아들에게 외투도 하나 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집에 가는 길에 빵, 채소, 샴푸, 옷을 살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아동 교육 지원
▲ 청각 장애 아동을 위한 수어 교육에 참여한 자이나브(가명, 4세)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가니스탄 아동의 교육권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청각 및 시각 장애를 가진 카불 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카불은 비록 수도이지만 아프가니스탄 내에서도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일자리를 잃은 취약 가정으로 넘쳐납니다. 특히 장애가 있는 아동에게 교육의 기회가 박탈될 경우 발달에도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수어 교육을 진행해 자이나브(가명, 4세)같은 아이들에게 음식, 동물 같은 단어를 표현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 당나귀를 활용해 쿠나르 주 소외 지역에 사는 아동에게 교육 키트를 나르고 있다. 교육 키트를 받아 들고 활짝 웃는 아프간 소녀 바즈야(가명, 9세)
아프가니스탄 동부의 산간 지역에 위치한 쿠나르 지역은 겨울에 눈이 오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소외 지역입니다. 하지만 이곳에도 아이들이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길이 없는 곳에서도 길을 만들어 갑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이들의 교육권을 지킵니다. 차로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인만큼 당나귀를 활용해 아이들에게 제공할 교육 키트를 옮겼습니다. 아이들이 받는 교육 키트 안에는 연필, 연필깎이, 지우개, 자, 학생용 가방, 색연필 세트, 물병, 펜이 들어있습니다.
보건 의료 지원
▲ 이동진료소에서 검진을 받는 사밈(가명, 3세)과 어머니 야사민(가명, 35세)
낭가르하르에서 여덟 아이를 키우는 야사민(가명, 35세) 씨는 현재 아홉 번째 아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탈레반 정권이 들어오기 전에는 남편이 카불에서 일할 수 있어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건강검진도 받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탈레반이 들어온 뒤로 남편이 직업을 잃자 집안에 가난이 들이닥쳤습니다. 몇 날 며칠을 빵과 물로 연명하는 날이 길어지자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하나둘씩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두 살 배기 아들이 고열과 발작에 시달리다가 끝내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병원까지 데려갈 교통비와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슬픔에 빠진 야사민씨는 유산을 했지만 병원 검진도 받지 못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야사민 씨 가족처럼 의료 서비스에서 소외된 아프간 주민을 위해 이동식 보건소를 운영합니다. 야사민 씨에게는 임신 기간 중 필수 영양소와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도록 영양죽을 제공하고 매주 산전 검진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폐렴에 걸린 야사민 씨의 아들 사민을 치료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이동식 보건소 62개소를 운영합니다. 기초 보건, 신생아 및 산모 건강 지원, 영양 및 정신건강 서비스를 비롯해 영양실조를 치료하고 아이들을 질병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수 예방접종을 실시합니다.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지 1년이 된 아프가니스탄 아동의 삶은 참혹합니다. 아이들은 밤마다 배고픈 상태로 잠자리에 들고 지치고 병약해진 탓에 이전처럼 놀거나 공부할 힘이 없습니다. 생계에 보탬이 되려고 학교보다는 벽돌 공장으로 나가고,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집을 치우며 하루를 보냅니다.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이 학교에 가는 동안 집에 머물면서 고립에서 오는 정서적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인도주의적 위기인 동시에 아동권리의 재앙이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앞으로도 아프가니스탄 아동이 노동, 조혼 등 권리 침해로 인해 어린 시절을 빼앗기지 않도록 지원해 갈 예정입니다. 언제나 함께 응원해주시고 소중한 마음을 보태 주시는 후원자님 덕분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세부 활동 내역
지원 규모 : 255만 2,763명(아동 145만 1,402명 포함)
분야별 주요 활동 내용:
분야 | 대응명 |
보건/영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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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안보/생계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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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위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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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비식량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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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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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보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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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지은(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