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생명을 살리는 모자!”
- 열 살 모자가 보낸 편지
안녕하세요, 모자예요. 추운 겨울이 되니까 따끈한 국물과 폭신한 제가 생각나시죠? 후훗. 저 벌써 열 살 됐어요. 두 살 때 말리에서 만났던 쌍둥이에게 연락이 왔는데 이젠 학교에 다닌대요. 저 대견하죠? 쓰담쓰담 해주세요. 지난 9년간 여러분이 보내준 모자가 32만 명의 신생아를 살렸대요. 와우!
▲ 사푸라(좌)와 푸네(우), 겨울호 표지를 장식한 쌍둥이가 건강하게 자라 학교를 다닙니다.
우리나라 비영리기관 캠페인 중에 제가 맏이래요. 저를 만들어주고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여러분이 제 모습을 인증샷으로 인터넷에 올리니까 다른 분들도 저를 알게 되고 많이 만들어줬어요.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 (해시태그에 하늘색 적용해주세요) 9년간 70만 명이 모자를 보냈어요. 국민 73명 중에 한 명꼴로 참가한 거래요. 인기 많은 모자라서 행복해요. 2013년 대학수학능력평가 영어 듣기문제에도 제가 나왔어요. 요새는 겨울마다 연예인 팬들, 학교 반 친구들이 모여 나와 친구들을 만들어 보내줘요. 9년 간 6,910여 개 단체가 함께했어요.
어릴 적 추억이 방울방울 떠오르네요. 그 때도 두 살이었는데, 해병대 군인 아저씨들 서른 명을 만났어요. 그중 한 분이 저를 완성했어요. 얼마나 기쁘던지! 군인, 간호사, 환자, 어르신, 아주머니, 아기를 낳은 어머니, 아이를 잃은 어머니, 아이들까지 다양한 분들이 ‘희망의 편지’에 모자 하나에 사연 하나씩 손글씨로 꾹꾹 담아 보내준답니다. 사연을 읽다 보면 울컥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해요.
▲다섯 살 때 생일잔치도 했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와서 축하해주고 함께 신나게 놀았답니다.
▲ 올해는 박경림 씨, 강하늘 씨가 희망의 편지에 답장을 써주었어요. 두근두근.
▲ 시즌 10 선물키트(위), 가족키트(아래). 스쿨키트와 배포용 키트를 제외한 시즌 10의 모든 키트에서 베니 손거울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실 두 타래, 바늘, 설명서, 봉투가 든 일반키트, 매번 참여하는 분들은 바늘이 있으니까 바늘없이 실 하나 더! 실키트, 엄마와 아기가 건강할 수 있도록 필수의약품 3종, 마마키트(출산에 필요한 물품)를 지원하는 선물키트가 있는데요. 모자뜨기로 수업을 하는 선생님, 반 친구들을 위한 스쿨키트는 홈페이지 단체참여 신청으로 구매할 수 있어요. 반가운 소식! 10주년을 맞아 가족키트, 리미티드 키트가 나왔어요. 가족키트에는 어린이도 쉽게 모자를 뜰 수 있도록 뜨개도구가 들어있답니다. 시즌 10에는 구작가님이 재능기부를 해주셨는데요. 스쿨키트, 배포용 키트를 제외한 모든 시즌 10 키트에는 베니 손거울이 들어있어요.
그런데 이 편지를 읽는 분들 중에 저를 뜨다 만 채로 서랍 속에 고이 넣어둔 분도 있을 거예요. 걱정말아요, 그대. 모자학교에 입학하면 돼요. 선생님은 뜨개질 10년 차 박경림 씨! 강하늘 씨가 신입생으로 들어왔죠. 11월 22일 첫 강의 때, 수많은 학생들이 세이브더칠드런 페이스북으로 동영상 라이브 강의를 들으며 댓글도 달아주었답니다. 강의를 놓치셨다고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3강 더 남았거든요. 지난 강의도 세이브더칠드런 페이스북에서 다시 볼 수 있어요. 저를 뜨면서 세상을 돕다 보면 여러분이 더 행복해지는 기적의 시간이 될 거예요.
예전 키트로 저를 만들었어도 깨끗이 빨아 말린 뒤 대봉투에 넣고 우체통에 넣으면 돼요. 참 쉽죠? 이렇게 모자 친구들은 세이브더칠드런 모자방에 모입니다. 나란 모자, 은근 손이 많이 가는 모자. 여섯 살 때부터 매년 모자세이버라는 이름으로 40명의 봉사자들이 모여 7개월 동안 저를 보살펴주고 있어요.
서울, 경기, 인천 지역 단체 참여자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쳐주는 강습팀, 모자들을 정리하는 캠페인운영팀이 있어요. 구멍이 났으면 메워주고 곰팡이가 슬거나 목욕을 하지 않은 모자는 씻겨서 잘 말려주고요. 차곡차곡 박스에 정리해줍니다. 봉사자님 손길은 언제나 따뜻해요. 어느 참여자가 몇 개를 떴는지 몇 해째 참여했는지 조사하면 다 나와요. 이번에 모자뜨기 달인 두 분을 만났는데요. 10년째 한결 같이 모자를 떠오신 김포소방서 김경미 대원, 시즌 5때부터 모자를 고쳐주신 금손 김정순 봉사자예요. 이분들의 뜨개질 솜씨뿐 아니라 고운 마음씨도 닮고 싶어요.
▲ 해병대 아저씨들이 뜨개질 삼매경에 푹 빠진 모습입니다.
▲ 잠비아 아기가 여러분이 떠준 모자를 쓰고 있어요.
▲시즌 5때 모자방에서 봉투 정리, 모자 정리 봉사활동을 하신 원명스님. 충북 보은에서 올라오셔서 봉사활동을 하셨어요.
시즌 마감은 3월. 3월 이후에 보낸 모자는 해당 시즌에 못 가요. 마감을 넘겨 모자를 보내면 봉사활동 증명서 발급도 다음 시즌으로 미뤄진답니다. 꼭꼭 마감을 지켜주어요! 시즌이 끝나면 모자세이버들이 저를 차곡차곡 컨테이너에 넣어줍니다. 이제 아기들의 머리를 따뜻하게 감싸러 갑니다. 저는 9년 동안 11개 나라를 다녔어요. 라오스, 캄보디아, 앙골라, 말리, 에티오피아, 네팔, 잠비아, 타지키스탄,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우간다. 올해는 우간다랑 타지키스탄에 갈 거예요. 제 안부가 궁금한 분들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제가 가는 나라들은 일교차가 심한 곳이에요. 아프리카는 아침저녁 온도가 20~30도까지 차이가 나요. 모자로 아기 머리를 감싸면 체온이 2도 올라가고, 아기가 저체온증, 감기, 폐렴에 걸리는 것을 막아준답니다. 나는야, 생명을 살리는 모자! 네 살 때 네팔에 갔는데 한 시간 전 막 세상으로 나온 아기를 만났죠. 아기가 얇고 오래된 천으로 감싸져 있었어요. 저와 친구인 조각담요가 아기를 감싸자 엄마가 정말 좋아했어요. 1월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열 명의 기부테이너가 저와 함께 잠비아 아기들을 만나러 갑니다.
직접 뜨개질하는 것 말고도 인터넷에서도 저를 만날 수 있었어요. 다섯 살(시즌 5)때는 폰 화면에 있는 아기 위에 손을 올려 체온을 전달해줄 수도 있었고요. 아홉 살(시즌 9)때는 기적의 모자라고 해서 PC와 모바일로 가상 뜨개질을 할 수 있었어요.
아, 봉사시간 받아야 하는 분들은 3월 이후에 꼭 우리 홈페이지 와서 영상도 보고 퀴즈도 맞추고 해야 봉사확인증 나오는 거 알죠? 이제 온라인으로도 여러분이랑 자주 연락하고 싶어요. 내 카톡 아이디는 ‘세이브더칠드런’이에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서 친구추가하면 톡할게요. 안녕~!
글 김하윤 (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