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5천 번의 폭격에도… 우리는 아이들을 살린다
세이브더칠드런 예멘 사업장 직원들의 삶
아프가니스탄뿐만 아닙니다. 유엔이 “가장 큰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밝힌 곳, 예멘에서도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을 살리려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밤마다 전투기가 나는 이곳에서 예멘 사람들은 이미 1,000일의 공포, 1만 5,000번의 폭격을 견뎌야 했습니다.5세 미만 아동 40만 명이 생명을 위협하는 기아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사우디 연합군의 봉쇄로 구호물자조차 들어가기 힘듭니다. 언론사 <알 자지라>가 예멘 수도 사나에서 일하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 두 직원의 하루를 보이스 메일로 받아 팟캐스트로 알렸습니다.
“내 이름은 수케이나”
“저는 27살이에요. 두 살짜리 아들이 있습니다. 임신했을 때 정말 기뻤어요. 그런데 임신 사실을 알고 얼마 뒤, 제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밤을 겪었어요.
그 밤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사우디가 전쟁을 선포하면서 내전이 격해졌어요. 전투기 떼가 날았어요. 그리고 갑자기 폭격이 시작됐어요. 남편하고 저는 벌떡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어요. 층계참에는 이웃들이 모두 겁에 질려 모여 있었어요. 모두 울면서 기도했어요. 가족, 친구들 이름을 불렀어요.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그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를 했어요.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그 밤 저희는 살아남았어요. 그 후 임신기간은 정말 힘들었어요. 그렇게 아이를 낳았어요. 제 인생의 기쁨입니다. 제가 바라는 건 한 가지뿐이에요. 이 아이가 안전하게 자라는 거, 밝은 미래가 쳐지는 거,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 미안해요. 지금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울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거 같아요.
지금은 아침이에요. 정말 너무너무 추워요. 손가락, 발가락, 볼, 언 거 같아요. 집 안에서는 여러 겹 옷을 입고 있어요. 전기가 안 들어오니까요. 벌써 3년째예요.
지금 출근하려고 차에 탔어요. 아무일 없이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 행운을 빌어주세요. 예전에는 직장까지 5분밖에 안걸렸어요. 그런데 폭격을 피해 더 안전한 곳을 찾아 두 번 이사해야 했어요. 우회로를 거쳐 군부대를 지나 (안전한 길을 찾아) 돌아돌아 회사로 가요.
지금 하루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지쳤어요. 하지만 최고의 순간입니다. 아들 엘리야스를 볼 수 있으니까요. “아가야.” “엄마, 엄마” “이리 와. 안아 줄게? 너무 보고 싶었어. 네 양은 어디 뒀어?”
밤. 미안해요. 저는 정말 화가 나요. 잠깐. 저 전투기 소리. 그리고 이 소리를 들어보세요. ‘삐~~~~’ 이 소름 끼치는 소리가 제 일상의 소리예요. 경보음이에요. 그나마 저는 월급을 받으니 태양열 발전기를 살 수 있었어요. 그 발전기로 하루에 딱 여섯 시간 전기를 얻을 수 있어요. 그리고 저 소리는 이제 더 전기가 없다는 경보음이에요. 암흑의 밤이 올 거예요.
“내 이름은 아나스”
한 살짜리 딸을 둔 아빠예요. 지금은 아침입니다. 해가 반짝이네요. 사람들이 들락날락해요. 움직이면서 몸을 녹이는 거예요. 난방할 수단이 없거든요.
자, 지금은 점심 시간입니다. 군부대 주변으로 왔어요. 거기 말고는 갈 곳이 없어요. 길에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네요. 지금 이 시간에 사람들이 더 안전하다고 느껴요. 지금은 폭격이 일어나는 시간이 아니거든요. 시장, 식당 다 바빠요. 그리고 몇 시간 뒤 이 거리가 다시 텅 빌 거예요.
지금은 밤 11시예요. 지금 자러 갈 거예요. 예멘 사람들에게는 지금이 가장 추운 때예요. 격투기들이 하늘을 나르는 소리만 들리는군요.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요. 지금 자러 가면 내일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 몰라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정말 너무 견디기 힘든 일이에요. 매일 밤 저는 딸이 잠들기를 기다립니다. 딸이 잠들어 저 폭격 소리를 듣지 않기를…. 아기가 괜찮은지 확인해 볼게요.”
“내 이름은 나딘”
“수케이나와 아나스의 상관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고 있는 영양 클리닉에서 본 한 어머니를 잊을 수 없습니다. 18개월 된 아기였어요. 너무 약해서 울 때 소리를 못 냈어요. 아기는 탈수가 심했어요. 너무 말라 숨쉴 때 갈비뼈 사이로 허파를 볼 수 있을 것 같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 엄마는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너무 고통이 큰 거죠. 그저 “나는 아이를 먹일 돈이 없다.”고만 했어요. 이 어머니는 마을이 폭격 당하자 아이들과 함께 피난 갔어요. 거기가 또 폭격 당했어요. 그리고 다시 사나까지 온 거예요. 이 아이 전에 벌써 아기 하나를 잃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이 벌이고 있는 급수 사업은 예멘 사람들에겐 생명줄이에요. 그런데 트럭에 쓸 연료가 부족해요. 깨끗한 물을 공급하려면 펌프를 돌려야 하는데 펌프를 돌리기 힘들어져요. 이 물이 없으면 수인성 질병이 창궐할 거예요.”
2015년 5월 분쟁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세이브더칠드런은 예멘에서 300만 명을 지원했으며 그 가운데 절반은 아동입니다. 식량, 위생 용품, 교육 용품을 나누고, 보건 시설을 정비하고 설사, 수분보충, 영양실조 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케이나, 아나스, 나딘…. 내일 눈을 뜰지 확신하지 못하는 그들은 오늘 아이들을 살리고 있습니다.
글 김소민(마케팅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