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문소리, 아동권리영화제 관객 만나다
201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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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아동권리영화제가 열린 지난 24일,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네마토크에 배우 문소리가 참여했습니다. 2016년 방영됐던 <희망TV SBS>에서 코트디부아르 아이들과 연극을 올려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고, 같은 해 제2회 아동권리영화제 홍보대사로 활동한 이래 세이브더칠드런과는 세 번째 인연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하는 일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 따뜻한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김하윤 사진 ANGE BIA, 세이브더칠드런, 판씨네마                     



2년 전에 세이브더칠드런과 코트디부아르에서 아이들을 만나 연극을 만드셨죠? 연극을 하면서 의기소침했던 아이들이 자기표현을 하고 밝아진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어요.
가서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눈물 짓고 오고 싶지 않았어요. 그 친구들한테도 빛나는 추억이 있었으면 좋겠다, 무대에서 박수 받고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빛나는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연극을 너무 하고 싶어하더라고요.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구성하면 연극이 되겠다 해서 극본을 썼어요. 워낙 목소리도 움직임도 큰 아이들이어서 연기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어요. 소박하고 어설프게 했지만 재미있게 준비했어요.


2016년 <희망TV SBS>에서 아비장 슬럼가 아이들과 아동권리 연극을 올렸던 문소리 배우


연극 제목이 <우리들 이야기>였죠? 아동권리가 테마였는데, 연극을 올리면서 아동권리를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교육받을 권리, 보호받을 권리.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인데 그러지 못하니까 안타까웠어요. 아이들 스스로 목소리 내서 자기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잖아요. 우리 어른들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신경 써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를 키우든, 그렇지 않든 어른으로서 마땅히 져야할 책임이 아닐까 해요.


아동권리라는 것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인데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영화제를 열어 4년째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영화가 가진 힘은 무엇일까요?
관객들이 영화를 미술이나 음악, 문학과 같은 다른 예술 장르보다 쉽고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어 부담이 적기도 하고요. 영화에서 어떤 메시지를 담거나 커다란 주제를 다룰 수도 있는데요. 영화 한 편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관객들에게 ‘이런 것에 대해 혹시 느껴 보셨어요, 당신 생각은 어떤가요’하고 질문을 던지기 좋은 매체인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서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 영화가 가진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 딸과 함께 영화를 본다면 어떤 영화를 보고 싶으신가요?
<땐뽀걸즈>. 요즘 연두(딸)가 발레를 배우고 싶다고 하니 <빌리 엘리어트>도 좋겠어요. 요즘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노는 시간도 적고 잘 안 움직이려고 하잖아요. 연두가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푹 빠져서 꿈이 요리사예요. 방과후교실에서 요리를 배워서 만들어와요. 집에 오면 저하고도 같이 만들자고 하고. <리틀 포레스트>가 아이에게 큰 영향을 줬나봐요.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주인공 줄리앙이 아버지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시네마토크에 참여하시는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에서는 아빠에게 가정폭력을 겪은 아이와 엄마가 법원에서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셨나요?
아이의 불안한 심경이 생생하게 잘 느껴져서 영화를 끝까지 보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클로즈업 샷이 많은데 아이가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제가 초등학교 3, 4학년쯤 해질녘에 불안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 기분이 지금도 떠오르면 싫거든요. 어렸을 때 느꼈던 감정이 오래가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글로 써놓으면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아닌 것 같은데 연출 면에서 긴장감이 있었고 마지막 부분이 가슴 아팠고 큰 이야기로 다가왔어요.
처음에 법원에서 피고, 원고 입장이 팽팽하게 그려져서 판사가 어떤 판결을 내릴까, 이쪽이 맞을까, 저쪽이 맞을까 하면서 본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그건 모두 어른들의 시각이었구나, 아이 입장에서 봤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도 아이의 진심이 무엇인지, 아이 상태가 어떤지 관심을 갖고 우리 모두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영화를 보시게 되면 관객 여러분도 끝내 주인공 아이 입장에서 영화를 보실 수 밖에 없어요.


우리 사회에서 가정폭력, 아동학대사건으로 유년시절을 잃게 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면 훈육차원에서 그랬다는 대답을 합니다. 아직까지 이런 사건들을 사적인 부분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부모가 아이를 사랑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이 결과적으로는 학대가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경우에는 어른들이,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내 뱃속에서 나왔으니 내 것 같고 아이가 나인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어요. 아이 생각은 나와 다를 수 있으니 들어주고 기다려주고 해야하는데 말이죠.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어른들이 배워야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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