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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너희 아빠 블로그에 재밌는 거 참 많더라.˝
2021.04.28
민지는 입술을 움찔거리면서 얘기해 줄까, 말까
고민하는 듯 하더니 말을 꺼냈다.
“너희 아빠 블로그에 재밌는 거 참 많더라.”
“너 우리 아빠 블로그 어떻게 알았어?”
“어제 메신저로 주소 받았거든. 다은이가 보내 줘서.”
“다은이가?”
“거기 완전 보물창고더라.
네가 좋아했던 남자애들 이야기도
다 올라와 있고. 기저귀만 차고 기어 다니는 사진이랑,
코 파는 사진이랑, 침 흘리면서 자는 사진이랑, 또.”
“그만!”
박다은. 해 보자 이거야?
내가 그렇게 사과했는데도?
다은이를 보다가 옆 분단에 앉아 있는
진혁이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몰래 좋아하는 진혁이.
진혁이가 나를 보고 있었다.
진혁이도 우리 아빠 블로그에 들어가 봤을까?
제발, 진혁이만은 못 봤기를.
글 황지영 그림 안경미
『리얼 마래』(문학과지성사, 2018)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