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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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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한 시간 마음껏 놀았더니...공부태도, 또래 관계 좋아져
- 경기도 시흥초 4, 6 학년 넉달 간 매주 한 시간 씩 학교 안 놀이 친화적 공간에서 수업 대신 놀이
- 공부 태도 6%p 좋아져…공격성, 우울감 등 줄고 스트레스 대처 능력도 늘어
초등학교 4, 6학년 어린이들을 넉 달 간 매주 한 시간 정상 수업 대신 학교 안 놀이공간에서 마음껏 놀게 했더니 공부태도가 좋아졌다. 교사, 또래와 관계가 나아져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다. 또 공격성, 우울감, 불안이 줄고 스트레스 대처능력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잘 노는 우리학교 만들기’ 일환으로 명우임상심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경기도 시흥초등학교 4, 6학년 학생 58명(실험집단 30 명, 통제집단 28명)을 대상으로 실험 전후 설문조사와 집중 면접, 그림 검사, 뇌파 검사를 벌인 결과다. 실험 집단 아이들은 세이브더칠드런이 운동장 한 켠에 마련한 놀이 친화적 공간에서 매주 한 시간씩 자유롭게 논 반면, 통제집단은 정상수업을 했다. 실험집단 아이들의 학부모와 교사는 ‘아동,청소년 행동평가척도’를 바탕으로 실험 전후 아이들을 관찰했다.
놀았더니 공부태도 좋아져
아동 설문 결과를 항목별로 보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다’ ‘우리 반 학생들의 의견을 잘 듣는다’ 등에 대한 답으로 알아본 학습태도가 한 시간씩 자유롭게 논 실험집단에서 6%p 상승했다.(통계적으로 유의미, 34.17→37점/총점 50점 기준)) 반면, 정상 수업을 한 통제집단은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학습태도와 관련해 하위 10%p(3명)의 상승폭이 21%p(22.33→33.00점/총점 50점 기준)나 돼 하위그룹이 놀이로 긍정적 효과를 더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실험집단 학부모와 선생님들의 관찰과도 일치한다. 학부모와 선생님은 주의집중 문제, 사회적 미성숙 등 11가지 부정적 항목의 정도를 평가하는 아동,청소년 행동평가척도를 실험 전후로 작성했다. 그 결과, 학부모는 주의집중 문제가 13%p(56.76→43.30점/총점 100점 기준) 나아졌다고 보고했다. 불안/우울은 14%p(55.10→41.90점/총점 100점 기준), 심리적 문제들은 12%p(56.46→44.26점/총점 100점 기준) 개선됐다고 봤다.
선생님들의 평가는 학부모보다 더 긍정적이다. 아이들의 주의집중 문제가 34%p(52.25→18.96/총점 100점 기준)나 줄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총문제행동은 41%p(49.50→8.71/총점 100점 기준) 줄어드는 등 11개 모든 영역에서 크게 나아졌다고 봤다.
실험집단 아이들 가운데 28명이 실험 전후로 받은 뇌파검사 결과도 이런 긍정적 변화를 뒷받침한다. ‘뇌의 CEO’로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건강한 정도를 알아보려 알파파 파워스펙트럼 분석을 했더니, 실험 전 아이들의 알파파 파워 평균은 좌뇌전두엽 23.09, 우뇌전두엽이 24.93이었던 것이 실험 후에는 좌뇌가 30.56, 우뇌가 30.71로 늘어 건강한 상태를 나타내는 파워값 40~45에 가까워졌다. 좌우불균형도 줄었다.(그림1) 전두엽은 아동의 인지, 사회 정서 발달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주의집중과 안정에 관여하는 알파파는 전두엽이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는 상태인지 알아보는 척도로 쓰였다. 연구진은 “스크린 미디어 과다 노출로 아동들의 전두엽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며 “놀이가 전두엽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을 이번 실험 결과가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학교, 친구, 선생님과 관계 개선
한 시간씩 더 논 실험집단에서는 ‘학교생활이 즐겁다’ 등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넉 달 간 6%p(21.53→23.33점/30점 총점 기준) 오른 데 비해 통제집단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또래 관계에 대한 만족도도 실험집단에서 9%p(22.20→24.83점/총점 30점 기준) 올랐다. 통제집단 아동들 역시 또래 관계가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증가 폭은 실험집단에 비해 낮았다(22.32→23.07점). 선생님에 대한 만족도는 실험집단에서 11%p(20.37→23.60점/총점 30점 기준)나 껑충 뛰었다. 특히 하위 10%p(3명)의 학교생활만족도는 30%p나 상승했다.(14→23점/총점 30점 기준) 실험집단에 속한 6학년 권승원 군은 “친구들이랑 놀 수 있어 더 친해진 것 같고 친구랑 친하니까 학교 오고 싶은 마음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놀이가 학교 생활 다양한 영역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이들 스스로 보고한 긍정적 변화는 그림 검사 결과에서도 또렷이 나타났다. 학교 생활을 그린 그림 2)을 보면 실험 전에는 책상에 줄 맞춰 앉자 수업 듣는 걸 묘사했다. 책상으로 심리적 구획을 표현했다. 또래 친구들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고 상호 작용도 없다. 넉 달 뒤 이 학생의 그림이 오른쪽처럼 바뀌었다. 친구들과 선생님의 표정이 살아있다. 그림3)은 쉬는 시간을 묘사한 것인데, 책상은 비어 있고 아이들은 누워있다. 실험 뒤엔 친구와 축구 하는 모습을 그렸다. 연구진은 “또래 상호작용이 좋아진 점은 이 두 아이 뿐 아니라 실험에 참여한 대부분 아이들의 그림에서도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각 항목의 결과들은 서로 연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연구진은 “놀이로 학교생활이 즐거워지자 공부태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주의집중 향상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힘이 생겼다
사회성 영역에서 실험집단의 개선 폭이 더 또렷하게 나타났다. 실험집단에서 협동은 11%p(32.23→37.63점/총점 50점 기준), 자아 통제력은 11%p(30.27→35.57점/총점 50점 기준) 올랐다. 통제집단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공격성은 통제집단은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은 반면, 실험집단에서는 폭행 5%p(16.47→15.43점/총점 20점 기준), 간접적 공격 7%p(15→13.83점/총점 20점 기준), 흥분 9%p(16.60→14.87점/총점 20점 기준) 언어적 공격성 8%p(19.17→17.20점/총점 20점 기준) 등 모든 세부영역에서 줄었다.
스트레스 대처에서도 실험집단은 긍정적 변화를 나타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방법을 찾는 적극적 행동대처는 실험집단에서 8%p(14.93→16.47점/총점 20점 기준) 늘었다. 또 부모나 친구 등에 도움을 청하거나 마음을 나누는 방식으로 스트레스 상황에 이겨내는 사회지지추구적 행동대처도 10%p(12.07→14.13점/총점 20점 기준) 뛰었다. 반면 통제집단에서는 공격적 대처가 8.4%p늘었다.(7.32→9.00점/총점 20점 기준) 연구진은 “놀이로 갈등이 발생하면 해결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어 사회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덜 우울하고 더 행복하다
한 시간 씩 더 논 아이들은 ‘최선을 다 한다’ 등 긍정적 자아상(자아특성)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기 능력을 바탕으로 한 행복감이 커졌다.(각각 5%p, 9%p 상승). 반면 통제집단에서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우울감은 통제집단은 거의 그대로인 반면, 실험집단에서는 5%p(9.53→6.6/총점 54점 기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감도 실험집단에서 6%p(40.23→35.60/총점 80점 기준) 떨어졌고 통제집단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놀이를 하니 사회성이 늘고 긍정적 자아상이 향상되며 이에 따라 우울 등 부정적 정서는 줄어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놀이로 학교가 즐거운 것이 되니 공부태도도 좋아졌다.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놀이 공간과 시간을 주는 것은 아동의 인지, 사회 발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학교에서 아동들이 자율적이며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정책적 뒷받침이 요구 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실질적으로 아동들이 또래와 충분히 상호작용 하며 놀이를 계획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5년 1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낸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 실태 연구Ⅳ’를 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 25% 이상이 하루에 1~2시간밖에 여가 시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17%는 하루 평균 1시간도 여가 시간을 즐기지 못했다. 유희정 세이브더칠드런 ‘잘 노는 우리학교 만들기’ 담당자는 “학교는 아이들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공간이자 방과후에 학원으로 흩어지는 요즘 아동들이 또래 친구들과 만나 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으로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가 만난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 안에서 놀 수 있는 곳이 학생 수에 비해 부족하고, 주어진 쉬는 시간도 온전히 자유롭게 놀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고 지적했다. 백현주 연구원은 “놀이시간 부족뿐 아니라 놀 공간이 매력적이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친구들과 함께, 실컷, 맘껏 놀 수 있는 학교 만들기’를 주제로 열린 어린이옹호활동가캠프에서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들은 “교실이 좁아 놀기 불편하다” “학교 안 다양한 시설을 개방해 달라” “놀이 시간을 늘려 달라” 등 의견을 내놨다.
실험에 앞서 세이브더칠드런은 ‘잘 노는 우리학교 만들기’ 사업 일환으로 시흥초 놀이공간 개선사업을 벌였다. 운동장 한 켠 스탠드에 이 학교 학생 30여명으로 꾸린 ‘꼬마 건축디자이너’들의 의견을 반영해 놀이공간을 만들었다. 통제집단 아이들이 정상수업을 받는 사이 실험집단 아이들은 이 놀이공간에서 놀았다. 시흥초 놀이공간 마련은 ㈜손오공이 후원했다.
이번 연구는 아동, 부모, 교사 동의로 이뤄졌고 아동 전문가의 감수를 받아 아동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끝>
★ %값이 (이후 점수-이전 점수)/이전 점수*100 계산과 다른 까닭은 각 항목별로 총점이 100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각 항목별로 기존에 증명이 된 각각 다른 척도를 사용한 까닭에 총점이 항목별로 다릅니다.
그림1) 4학년 한 어린이의 알파파. 맨 왼쪽은 매주 한시간 씩 놀기 전, 중간은 넉 달 실험 뒤 모습. 오른쪽은 건강한 전두엽 기능을 보여주는 알파파. 매주 한 시간씩 넉 달 논 뒤 좌우 모두 전두엽 기능이 활성화 됨. 좌우 불규형도 개선됨.
그림 2) B아동의 학교생활 그림. 칠판이 가장 큼. 실험 뒤엔 공기놀이 하는 모습을 그림. 인물이 커지고 표정이 생생함. 또래 사이 활발한 상호작용을 나타냄.
그림3) C아동이 그린 쉬는 시간 모습. 책상이 비어 있고 아이들은 교실에 누워있음. 넉 달 뒤엔 축구 하는 모습을 그림. 적극적인 또래 관계와 친밀감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