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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선수, 선수이기 앞서 아동입니다
전인적 교육 없이 아동의 안전은 지킬 수 없습니다
2019.1.17
[의견서]
세이브더칠드런은 조재범 전 감독과 유도 코치 A씨가 피해자들이 아동이었던 시점부터 반복적으로 폭행과 성폭력을 저질러온 만행에 매우 개탄하며, 아직 우리 사회에 만연한 2차 피해의 위험 속에서도 또 다른 피해자의 발생을 막기 위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한 심 선수와 신 선수의 용기에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많은 언론에서 지적하였듯 다수의 체육 분야 지도자들이 반성 없이 (성)폭력을 저질러 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합숙 훈련 등 폐쇄적인 환경과 선수 선발이나 출전 기회 등의 권한을 바탕으로 공고하게 위계를 다져온 스포츠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동 연령의 선수까지 (성)폭력에 노출되고 이후 별다른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는 전문 스포츠계만이 아니라 아동의 안전과 발달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아동복지와 교육 분야의 책임 또한 중대합니다.
우리나라 학생선수들에 대한 체육 교육은 신체 활동을 통한 아동의 잠재력 발달이 아닌 수상 실적을 목표로 삼음으로써, 학생선수들의 ‘운동 매진’을 명분으로 해당 종목 훈련 이외의 활동을 최소화하는 ‘외길’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습니다. 학생선수들은 체육 외 교과 과정을 충분히 이수하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동아리 활동과 학생회 등 아동의 다양한 능력 발달을 위한 과정에서 소외되어 있습니다. 이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일반논평 제1호 ‘교육의 목적’에서 “교육은 반드시 모든 아동의 필수적인 삶의 기술에 대한 학습에 대한 보장 및 어떠한 아동도 삶에서 마주칠 것으로 예상되는 도전에 대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목표로 해야만 한다”고 명시한 지침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상황입니다. 아동의 교육권 박탈은 진로 선택의 문제로 그치지 않습니다. 자신의 권리를 인지하고 주장하며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하는 ‘삶의 기술을 익힐 권리’를 침해함으로써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아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선수가 다양한 가치관과 배경을 가진 또래, 교사와의 교류에 제약을 받으면서 학교 공동체에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이들의 관계망이 운동부 내 작은 사회로 축소할 위험이 매우 큽니다. 그 결과 학생선수가 운동 과정 중 부당한 대우를 겪거나 진로에 대한 재고가 있어도 대안을 찾기 매우 어려우며, 체육 지도자의 재량에 크게 의존하는 선수 훈련·선발 과정과 맞물려 아동을 (성)폭력에 더욱 취약한 위치로 내몹니다.
아동학대 예방과 대응의 책무를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를 포함하여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교육부는 (성)폭력 가해 지도자를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아동의 권리, 전인적 발달을 지향하는 교육에 대한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매우 참담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이를 직면함으로써 아동에게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전수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진전이야말로 심 선수와 신 선수를 비롯해 진실을 밝힐 용기를 내어 준 피해 선수들에게 가장 값진 위로가 될 것입니다.
2019.01 세이브더칠드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