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저는 손을 쓱싹쓱싹 비비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전해드릴 소식이 꽤 있는데다가, 그 소식들이 엄청나게 신나는 소식이거든요.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의 활약상을 지켜보고 계시는 분들은 벌써 저희가 네팔 사업을 시작한지 1년이 되었다는 것을 눈치 챘으리라 생각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시는 분들은 현장 속 이야기의 앞 페이지로 가서 복습을 하시길 바랍니다.)
>> Garu와 히말라야의 아이들① 홍길동 김윤정, 이제부터 네팔이에요!
작년 5월 바그룽(Baglung)의 안나푸르나 (Annapurna) 초등학교를 처음 방문했습니다.
아름다운 안나푸르나 산의 이름을 딴 이 학교는 그 이름처럼 땅보다는 하늘에 더 가까이 위치한 곳이었습니다. 그 척박한 곳에도 마을은 존재했고, 그 마을의 중심에 바로 8칸의 교실과 지붕 없는 두칸짜리 화장실로 이루어진 안나푸르나 초등학교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겨우 5명의 교사가 293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고, 교실의 흙벽은 거의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지요.
사진/ 2009년 5월 처음 방문했을 때 안나푸르나 학교의 모습
사진/ 시설은 열악해도 눈빛은 반짝반짝~
어린이들이 친아동적인 환경에서 최소한 초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저희의 사업내용은 사실 간단하지 않습니다. 학교만 새 건물을 지어준다고 해결이 되는 문제라면 전 세계의 개발도상국의 교육문제는 벌써 해결되었겠지요.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냐고요?
국제개발과 교육이라는 문제를 여러분이 이해하시기 쉽게 접근해볼께요.
여러분께 제가 질문>
안나푸르나 학교와 이 마을의 어린이들이 초등교육을 마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여러분들의 가능한 대답>
일단 학교 시설이 안 좋으니까 학교 건물부터 지어줍시다!
그런데, 새 건물이 섰는데도 아이들의 출석률이 높지 않네요. 학교를 오지 않는 어린이들을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락스미 (여아 10세) : 학교에 화장실이 남녀가 구분되어 있지 않아요. 저는 얼마전부터 초경을 시작했는데, 남자아이들과 같은 화장실을 쓰니까 창피해서 학교에 가기 싫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생리를 불결한 것으로 여기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더욱 남자아이들에게 보이기 싫거든요.
따룬 (남아 8세) : 선생님이 무서워서 학교에 가기 싫어요. 수업도 재미없고, 선생님은 툭하면 저희를 때리거든요. 배도 고프고, 수업도 재미없고, 그래서 졸기도 하는데 그러면 선생님은 저희를 사정없이 때려요. 학교가 무서워요.
우리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여아들의 고민이 락스미를 통해서 파악되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아와 남아를 구분한 화장실 두칸은 꼭 만들어야겠군요!
그리고 따룬이 학교에 돌아올 수 있도록 체벌을 없애고 재미있는 수업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는데,
선생님을 한번 만나볼께요.
마헤시 (교사, 38세): 사실 저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서 학생들에게 더 화를 내고, 심지어 때리게됩니다. 아이들은 가난해서 공책과 연필도 없이 학교에 오고, 저는 교과서 이외에는 다른 재료가 하나도 없어요. 다양한 학습자료를 쓰고 싶은데, 그런 자료도 없고, 또 어떻게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수업을 재미없다 여기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지요.
학용품 없이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글자쓰기 연습도, 산수 공부도 하기 어려워 졸기 십상이네요.
선생님들의 불만도 이해가 됩니다. 오래된 교과서와 회초리만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지요.
이렇게 학교건물 신축이 능사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남녀 구분된 화장실도 있어야 하고, 식수 시스템도 설치하여서 화장실 사용 후 꼭 손을 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보건위생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또 하드웨어만큼이나 소프트웨어의 개선도 중요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학습자료를 지원해주고, 이를 교사가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사연수 및 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저희가 네팔에서 진행하는 교육사업 내용 중 일부입니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오늘의 국제개발과 교육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다시 안나푸르나 학교로 돌아갈께요.
제가 네팔에 파견되기 전부터 이미 지역사회와 긴밀한 토의를 해온던 현지 파트너 기관을 통해서 지역 주민들은 교육의 중요성, 아동의 권리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으셨습니다. 지금까지는 가난과 문맹이 그저 팔자라고만 생각해왔었는데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상황을 바꾸어보겠다는 결심을 해주신 것입니다.
일단 학교 시설 문제가 나오자 저희는 조심스럽게 시설 지원의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단결하여 지역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사실 국립학교의 시설 문제는 정부의 책임이지만 네팔의 정부는 무심하고, 또 국민들은 신문고를 울리는 법을 모른답니다. 그러니 국민들의 의식증진을 통해 정부에 국민으로써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할 수 있게 돕는 것 역시 저희가 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이것이 바로 권리와 인권에 기초한 접근법을 가지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의 강점이지요!).
새 건물을 짓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성금을 모았고 한화 100만원에 이르는 성금이 모여 학교 부지를 살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네팔 국민의 평균 연수입은 250달러, 즉 27만원 정도입니다. 그러니 이 100만원이라는 돈이 이 마을에서 얼마나 천문학적인 금액인지, 지역 주민들이 얼마나 귀한 돈을 주신 것인지 상상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땅은 해결이 되었는데, 이 높은 마을까지 벽돌 및 기타 건축자제를 운반하는 것에만 적지 않은 돈이 들 것 같아 저는 또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을 주민들이 팔을 걷어 부쳤습니다. 몇 일간 농사일을 뒤로하고, 마을 주민들이 합심하여 건축자제를 운반해주셨습니다. 건축에 인력이 부족해지자 돌아가면서 일일 인부로 일해주시기까지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을에는 어머니회라는 계모임이 있었는데, 매월 회비로 일인당 5루피 (한화 80원)을 모아오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손님이 오시면 지역의 전통적인 춤과 노래로 환영식을 하고, 손님으로부터 몇 백루피 정도를 받아오셨는데, 그렇게 수년간 모으신 22,000루피 중 18,000루피 (30만원 정도)를 저희에게 주셨습니다. 이 학교는 우리 마을 어린이들이 글을 배우는 곳이고, 우리 마을의 유일한 희망이라면서요.
저는 정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주민들이 모아주신 100만원과 어머니회가 모아주신 30만원이 이 분들께 어떤 돈인지 너무 잘 알기 때문입니다.
새로 지은 학교 건물이 보이시죠?
2009년 사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지난달 안나푸르나학교를 다시 찾았습니다.
새로 지은 학교 건물과 화장실 앞을 종횡무진하며 저는 촌스러울 정도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빴습니다.
정말 기뻤거든요!
그러던 중 마을 주민들이 약속이나 한듯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들도 중간중간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구요. 네팔 어느 시골을 가나 자주 들을 수 있는 민요인데, 왠지 그날따라 가사가 다른 것 같아서 현지 직원들에게 노래가 새롭게 들린다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가사를 바꾸어서 부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안나푸르나 학교에는 우리의 자녀들이 다니고 있네.
30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좁고 어두운 건물에서 공부를 해왔네.
하지만 지금 둘러보세.
학교 건물은 새로 지어져서 깨끗하고 안전하지.
화장실도 생겼지.
교사들은 훈련을 받고 이제 학생들을 때리지 않는다네.
결과는 아이들이 행복해한다는 거지.
아이들이 학교가는 것을 좋아한다는 거지.
이 모든 것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 도와줘서 시작되었네.
우리의 돈도 포함되고, 우리의 땀이 들어갔네.
우리의 학교라네.
마을주민들이 개사한 노래를 북을 치며 부르고 어린이들은 전통 춤을 보여줬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을 믿고 지원과 후원을 아끼지 않는 한국의 후원자님!
2009년 동안 저희의 아동친화적 교육사업으로 네팔의 총 30개의 학교와 5724명의 어린이들이 혜택을 보았습니다. 이 어린이들과, 이들의 부모들을 대신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0년에도 Garu는 여러분의 열렬한 지지를 업고 네팔의 어린이를 위해 불철주야 일하겠습니다!
한국에 계시는 여러분께 단네밧~~ (네팔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