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획특집] 희망찬 미래를 위해
아이들의 교육 받을 권리는 지켜져야 합니다 ②
유엔 총회에서 2000년 합의 한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중 제2항은 전 세계 모든 아동들이 초등교육 전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간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목표달성 마지막 해인 2015년에도 기초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6000만 명에 달합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학교가 너무 멀어서, 여자이기 때문에, 분쟁지역에 살아서 등등. 이렇듯 어린아이들이 교실에서 선생님들과 즐겁게 배움을 나누지 못하는 이유도 다양합니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죠. 그러나 기초교육보급을 위해 소외된 아이들에게 교실을 마련해주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닙니다. 교실 내에서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배움 없이 그냥 앉아 있다 집에 가는 일도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기획특집을 통해 지금껏 새천년개발목표 달성 과정에서 장애가 되는 이유들 그리고 이러한 불공평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한 사업들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에티오피아 소말리주 낙타이동도서관 “우리는 이제 책이 좋아요.”
약 270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멘차 마을의 초등학교는 서울에서 비행기를 16시간 가량 타고 도착한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 아바바 (Addis Ababa)에서 국내선을 갈아 타고 한 시간 가량 가야 하는 행정도시 디레다와(Dire Dawa)로 이동한 뒤, 다시 차로 3시간을 이동해야 도달할 수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수도에서도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어 비포장도로도 40분 정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소말리 주의 미에소(Mieso)구역 내에 사는 이 아이들은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고 있는 낙타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낙타 도서관
주민의 85% 이상이 유목생활을 하는 소말리 주에 사는 아이들은 학교 교재 외에는 읽을거리가 없었습니다. 1년에 3,4개월 가량을 이동하면서 사는 이들은 원래 책을 읽는데 익숙하지 않고 독서문화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책을 빌려 읽을 도서관도 20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인근 암하라 주의 3536개와 오로미아 주의 5127개와는 확실히 차이가 많이 납니다.
에티오피아의 공용어는 암하라어와 영어입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에서 나이지리아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이 나라는 80개의 다른 민족들이 섞여 있으며 제각각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문화보존 방침에 따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각 지역에 살고 있는 민족의 언어로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 민족어로 제작된 책의 보급이 공부에 지속적인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어린 아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낙타도서관이 이 아이들에게 보급하는 도서는 바로 이들의 언어인 소말리어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 낙타도서관이 오는 날이면 아이들은 주말에도 학교 앞에 모여 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책을 읽을수록 하고 싶은 게 더 많아졌어요”
“지금은 13살 3학년인데 2학년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저는 도서관이 설 때마다 찾아와서 지금까지 6권의 책을 읽었어요. 이제 영어공부를 시작해서 영어를 더 공부할 수 있게 도서관에 영어사전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자라면 하늘을 날 수 있는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아메드 아담 유세프는 우렁찬 목소리로 책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수줍은 소녀 아스마 압둘라는 8살인데 벌써 3학년에 재학중이라고 합니다. 매일 1시간 반 가량 걸어서 통학을 한다고 합니다. 낙타도서관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는데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독서지도를 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나중에 자라서 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은 NGO단체에서 일을 하며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했습니다. 대화를 나눈 몇몇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듯 아이들이 꾸준히 독서할 수 있도록 지원한 사업을 통해 아이들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어른들
유목생활을 오래 해 온 어른들에게는 독서라는 건 특히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자녀들을 통해 주경야독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원래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시작했던 낙타도서관이지만 밤이 되면 작은 태양전지 손전등을 밝히며 책 읽는데 동참하는 어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딸 둘을 둔 할리마 아브라함(40)씨는 “저는 글자를 하나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 이름을 쓸 줄 알게 되었어요. 바람이 있다면 일을 끝낸 성인들도 저녁에 여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태양등이 더 많이 보급되었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글을 쓸 줄 알게 되었다는 걸 너무나 자랑스럽게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목생활을 하며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가축무리를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면 때로는 암하라어나 다른 민족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말리어 외의 언어로 제작된 책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정성들여 만든 소중한 아이들의 책
책을 제작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구두로 전해오던 이야기들을 세이브더칠드런 에티오피아 직원이 수집 •정리하고 외부 삽화작가를 섭외하여 소말리주의 문화를 제대로 반영한 그림들을 그려 제작합니다. 그리고 교육부 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은 뒤에 아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합니다. 몇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그림책 한 권을 제작하는데 1년의 기간이 걸리지만 힘들고 긴 과정이 큰 보람으로 돌아옵니다.
“여태까지 우리 아이들한테는 교과서가 전부였는데 그것마저도 없다시피 했죠. 그러나 이제 읽을거리의 소재도 다양해 졌어요. 내용도 우리 문화를 제대로 반영해줘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생각해요”라며 일곱 아이의 엄마인 카디자 오무르 (35)씨가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이곳의 아이들은 50개의 다양한 소말리어 책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들에게 보급되는 책과 알파벳판을 권수로 따진다면 6500권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아이들에게 독서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다양한 낱장 이야기판도 있습니다.
책에 대한 관심을 넘어 지속적인 교육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이 소말리 주에서 진행하는 낙타도서관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인 2017년 초 즈음에는 멘차마을의 학생들은 물론이고 2만 명 가량의 사업 대상 96개 학교 아동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중 41% 이상을 차지하는 약 8500명이 여아입니다. 특히 낙타도서관이 생기면서 아이들이 그저 수업교재만을 들고 형식적으로 학교를 다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읽을거리를 접하여 독해능력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덕분에 많은 학부모는 중학교가 동네에 더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세이브더칠드런은 전 세계 현장에서 아이들이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교육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것입니다.
글 & 사진 육진영(커뮤니케이션부)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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