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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떠주신 모자가 길을 떠납니다
사람들
201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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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떠주신 모자가 길을 떠납니다



지난해 10월 시작했던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 시즌8이 올해 3월 6일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시즌 동안에는 12만 1673명의 참여자분들이 신생아 모자 약 22만 개를 보내주셨습니다. 이번 시즌이 마무리 된지 어느덧 한 달이 되었는데요, 그 동안 모자뜨기 캠페인 담당 직원들과 자원활동가들의 손은 바빴습니다. 모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배송 과정까지 꼼꼼하게 기록하고, 함께 보내주신 사연을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원활동가 13분의 도움을 받아 지난 3월 27일 모자 약 12만 개가 드디어 신생아를 만나러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로 나섰습니다. 

 


이로 해서 지난 2월 13일 타지키스탄으로 출발한 모자 10만 개까지 총 22만 개가 아기를 만나러 길을 떠났습니다.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에 함께해주신 12만 참여자 여러분, 자원활동가 여러분 참 고맙습니다. 오는 10월에 시즌9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모자가 모자랄 때 생각나는 사람, 뜨개 자원활동가 김정순 씨


모자와 함께 보내주시는 편지에 자주 등장하는 글귀 중 하나는 “어설프지만 엄마(할머니)가 도와주셔서 완성했어요” 입니다. 그런데 ‘엄마 찬스’, ‘할머니 찬스’를 쓸 수 없어 미완성 상태로, 어른 엄지만한 구멍이 뚫린 상태로 도착하는 모자도 있습니다. 비록 모양은 어설프지만 이런 모자에도 따뜻한 체온을 전해주고 싶은 정성은 마찬가지일텐데요. 



이렇게 정성은 담겼으나 아기가 쓰기엔 모자란 모자에게 ‘엄마 찬스’를 주는 분들이 계십니다. 바로 뜨개 자원활동가들인데요. 체온을 잘 보호할 수 있도록 모자의 구멍을 메우고, 아기가 불편을 느낄 만한 부분을 미리 손 써줍니다. 채 마르지 않은 채 발송해서 축축하거나 세탁이 완벽하지 않은 모자를 다시 빨아 고이 말려주는 사람도 바로 이분들입니다. 털실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던 뜨개 전문가 김정순(70) 씨는 지난 시즌 5부터 뜨개 자원활동가로 활동해왔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자원활동가처럼 모자를 보내주는 분들의 기록을 정리하는 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가만 보니 미완성된 모자를 두고 발을 동동 굴리더라고. 그래서 그 자리에서 몇 개를 고쳐주고 너무 작은 모자를 집에 가져가 늘려주면서 시작했어요. 스팀 다리미로 잘 펴서 늘리고 아래 몇 단을 추가로 짜 넣으면 아기가 쓸 수 있는 크기로 되거든요. 코를 놓쳐 구멍이 뚫린 모자는 실을 덧대 꿰매고 수를 넣어줘요. 가끔은 정말 손대기도 황당한 모자가 오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최대한 짜서 보낸 부분은 살려서 완성하려고 해요. 못 생기긴 해도 열심히 짰을 거 아니에요?


2시간이면 신생아 모자 1개는 너끈히 만든다며 ‘맞아요, 나 고수예요’라고 활짝 웃으시는 김정순 씨가 처음 뜨개 바늘을 잡은 것은 첫 아들의 돌 무렵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뜨개나 수예를 한 번도 안 배웠어요. 엄마가 ‘여자가 손재주 있으면 고생한다’고 못하게 하셨거든요. 그런데 당신 첫 손주였던 제 아들이 돌이 되니까 엄마가 스웨터를 떠서 입혀주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배우고 싶어졌죠. 당신께서 잘 하시니까 나도 금새 배우더라고.”


모자를 고치는 것 이외에도 다니는 가족과 교회 지인들, 아이들에게도 캠페인을 적극 권해왔습니다. 덕분에 김정순 씨가 다니는 교회의 도서실은 일요일이면 책도 읽고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모자도 뜨는 사랑방이 되었습니다. 김정순 씨는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이 만들었다는 삐뚤빼뚤한 모자를 꺼내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오면 뜨개질도 가르쳐주고, 이 모자가 왜 필요한지도 얘기해줘요. 너희가 모자를 만들어주면 (캠페인 포스터의 아기를 가리키며) 저런 아기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요. 그러면 아이들이 모자를 쓸 아기들은 누구인지, 아프리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고 관심을 갖더라고요. 저도 모자를 만들 때만큼은 저 포스터의 아기를 바라보며 이 모자를 쓸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 땀 한 땀 만들어요.”




시즌9에는 이렇게 해보세요! 모자뜨기 고수가 알려주는 TIP

① 모자를 세탁할 때 굳이 거품을 많이 낼 필요가 없어요. 액체 세제를 딱 한 방울만 풀면 거품은 거의 안 나지만 때는 쏙 빠져요. 

② 세탁한 모자를 수건을 이용해 물기를 꼭 짠 다음에 TV 등에 반쯤 걸쳐 두면 집게로 집은 자국 없이 잘 말라요.

③ 뜨개질이 익숙하다면, ‘전문가 찬스’가 가능하다면 줄 바늘 2개를 이용해 원통형으로 떠보세요. 이음새가 없어 아기에게 더욱 편한 모자를 만들 수 있어요.




글 & 사진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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