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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
201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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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갈 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정말 큰 차이입니다”


 


정상대(21, 사진)씨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렸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정말 멋있어요."

여기서 어머니는 ‘위탁’ 어머니입니다. 형, 누나, 동생, 아버지까지 지금 ‘가족’이 생긴 건 그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그 집에 간 첫 날, 울었다고 합니다. 그날 하루 울고 말았습니다. 형, 누나는 허물이 없었습니다. “처음에 부모님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잘 해주셨어요.”


“처음 (위탁)부모님을 만났을 때는 경계했죠. 그땐 누구든 경계하고 보는 아이였어요.”

‘경계’할 만했습니다. 다섯살 때부터 4년 동안 아동양육시설에서 자랐습니다. 아홉살에 친어머니가 데려갔는데 석 달 만에 같이 살 수 없는 게 분명해졌습니다. 그는 “많이 싸웠다”고 했습니다. 그가 태어난 지 100일 됐을 때 가출했다는 친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습니다.


2010년, 친어머니가 병으로 숨졌습니다. “2주 후에야 그 소식을 들었어요. 그것도 위탁 부모님이 알아보신 거예요. 병원 쪽에선 연락을 못 받았어요. 상도 제가 못 치른 거예요.“ 친어머니를 알아가는 중이었다고 합니다. 만나고 이야기 했습니다. 위탁 부모님이 북돋워 줬습니다. “완전히 이해는 못 하지만 친어머니가 힘들다는 건 알게 됐죠.” 그러던 터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 후 비뚤어졌어요.” 또래 애들이 던진 “너네 친엄마 아빠도 아니잖아”라는 날 선 말들 탓에 그는 더 엇나갔습니다. 학교도 거의 가지 않았습니다. 대학에 안 가겠다는 그를 설득한 이는 위탁부모님이었습니다. “정말 더럽게 말을 안 들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싶죠.”


위탁 어머니는 기다려줬습니다. “힘들면 얘기해”라고 말해줬습니다. 그를 기다려 준 사람은 또 있었습니다. 가정위탁센터 상담사입니다. 정씨가 주저 없이 “내가 닮고 싶은 사람”으로 꼽는 이죠. 위탁 어린이로 자라는 아이는 13,000명, 전국 상담사 수는 150명, 한 상담사가 돌봐야하는 아이는 얼추 100명입니다. 그럼에도 이 상담사는 ‘형’이 돼 줬습니다. “지금도 맥주 같이 마시는 사이에요. 항상 절 믿는다고 말하죠. 느낄 수 있어요. 이 사람이 나를 ‘사례’로 관리하는지 동생으로 챙겨주는지.”


그 기다림으로 그는 철이 들었습니다. 2013년엔 위탁 가정 청년들이 꾸린 동아리 ‘라온제나’ 활동을 하며 시도의원들에게 정책 제안도 했습니다. 한달 15만원이 채 안 되는 보조비 현실화 등 다섯가지 제안입니다. 그 가운데 그가 가장 힘 주어 말하는 부분은 위탁 부모님들에게 법정 대리 권한을 주는 겁니다.


“실제로 애 엄마인데 애 휴대폰만 만들어주려 해도 엄마 자격이 안 되는 걸 확인해야 되는 거예요. 아이를 맡겨놨으면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죠.”  


지난 해로 위탁 기간은 끝났지만 그는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삽니다. 4년 전엔 5살짜리 남동생이 생겼습니다. 역시 위탁 어린이입니다. “동생은 막내로 사랑 많이 받죠. 첫 1년 어머니가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동생이 엄청나게 울었거든요. 동생 키우는 걸 보면서 어머니를 더 이해하게 됐어요.”


그는 세상을 탐색 중입니다. 유통경영학을 공부하다 휴학하고 우유 판촉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유형의 사람을 알게 된 시기였다”고 합니다. 10개월 전부터는 경기나 연습 중에 부상 당한 선수들의 통증을 덜어주는 재활의료, ‘테이핑’을 하고 있습니다. “출장이 많아 힘들 때도 있는데 선수들이 덕분에 잘 뛰었다고 하면 보람 있죠.” 내년엔 학교로 돌아가 공부를 마칠 생각입니다.


다른 청춘들처럼 그도 불안할 때가 많습니다. “중심을 잡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도 칭얼거릴 부모가 있습니다.


“돌아갈 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정말 큰 차이입니다. 저는 (위탁) 부모님 돌아가실 때까지 아들로 지켜드릴 거예요.”


·사진 |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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