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후원자 이야기 04]
때로는 격렬한, 때로는 서정적인 한 록밴드의 음악‘후원’
—매년 기부 공연을 여는 할로우잰 밴드 인터뷰
2016년 3월 19일 토요일, 홍대 앞 한 공연장에서 인디밴드 ‘할로우잰 프레젠트 쇼(Hollow Jan
Presents Show)’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록밴드 할로우잰과 레이지본이 같이한 공연으로, 매년 1회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공연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공연이 끝난 3월 23일, 이광재(밴드 리더, 기타) 님 일행은 세이브더칠드런을 찾아 직접 기부금을 전달한 뒤 돌아갔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어서 레이지본도 흔쾌히 수락해 같이 기부 공연을 했다.’고 합니다.
올해만이 아닙니다. 2013년부터
계속해오고 있는 기부 공연입니다. 첫 해인 2013년에는
록밴드 바세린과 함께 공연의 수익금을 기부했습니다. 빈곤아동지원에 써달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 해인 2014년
10월에는 해외보건영양(everyone 캠페인) 후원에
써달라고 보내왔습니다. 2015년에 건강을 이유로 공연을 건너뛰었을 뿐, 4년간 거의 매년 기부 공연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별다른 이유가
없는 한’ 기부 공연은 계속할 것이라고 할로우잰(보컬 임환택, 기타
이광재, 기타 서한필, 베이스 정동진, 드럼 류명훈, F/X 정크클래스)은
말합니다.
▲ 2014년 9월 30일에 열린 두 번째 기부 공연의 포스터.
“For Children. 수익금
전액 Save the Children에 기부됩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 2016년 3월 19일에 열린 세 번째 기부 공연의 포스터. 할로우잰과 레이지본, 이 두 실력파 밴드 이름이 들어간 포스터의 포스부터가 어마어마합니다. “벌써 세 번째 세이브더칠드런 공연이네요. 공연 수익금은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되어 국내 어려운 아이들에게 쓰여집니다. 공연장 내 모금함에도 기부 가능합니다.” 공연에 온 많은 록큰롤 팬들이 동참했다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음악, 너무 좋던데요. 직장인
밴드 수준이 아니고, 진짜 실력파 밴드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전문음악프로그램인 EBS <스페이스 공감>에도 출연하셨고요. 세이브더칠드런 후원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저희가 대부분 1980년대생들인데, 거의 애아빠들이 됐어요. 자선 공연에 대한 생각은 원래 다들 있었고, 특히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늘 생각했어요. 밴드 모두가 동의한 조건이, 종교색이 없을 것, 아이들을 돕는 단체일 것, 이라서 여기저기 검색했는데, 세이브더칠드런과 유니세프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모 포털에서 검색어 1위로 뜨던데요?(웃음) 유니세프엔 몇 년째 후원하는 친구가 있어서 이번엔 여길 후원하자, 해서 선택했죠. 또 제 아내가 세이브더칠드런의 해외결연 후원자라 괜찮을 것 같았고요.
2013년부터 거의 매년 방문해서 수익금을 기부하셨지요?
첫 해에 록밴드 바세린과 공연했고, 두
번째 해인 2014년에도 했고, 올해는 레이지본과 같이 공연했어요. 다들 좋아했어요. 사실 그 전에도 여기저기 조금씩 기부하기도 했고요. 2015년엔 제가 건강이 좋지 않아 건너뛰었는데, 앞으로도 별다른
이유가 없는 한 아마 기부 공연은 계속할 생각입니다.
그냥 이걸로 장비나 사자, 이런 밴드 멤버는 안 계셨나요?(웃음) 주로 어떤 분야에 후원하시는지요?
반대한 멤버는 정말 하나도 없었어요. 결혼
안 한 후배도 그랬고요. 6명 모두 만장일치로 찬성! 기부
자체가 적게 하더라도 중요한 뜻이 있으니까요. 요즘 후원 광고에 해외의 아이들이 많이 나오는데, 우리나라도 최근에 힘든 아이들이 많아지니까, 먼저 우리 주변의 아이들을
돕자, 해서 올해는 국내후원에 써달라고 부탁했어요.
할로우잰은 어떤 음악을 주로 하나요? 소개하고 싶은 할로우잰 곡이나, 좋아하는 다른 밴드 음악도 추천해주세요.
밴드가 생긴 지 제법 오래됐는데, 2003년인가
그래요. 지금은 창립 멤버가 셋 남아 있어요. 할로우잰은
스크리모/포스트록 음악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무엇보다
우리의 모토는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한다’는 겁니다. 생업은 각자 따로 하고, 좋아하는 음악도 하는 셈이죠. 먹고 살아야 하고, 또 음악도 계속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한국에선 이런 음악이 아직은
좀 드물고, 북유럽, 미국,
러시아 쪽에서는 좋아해요. 저희 앨범도 몇 장 있는데, ‘Day 7' 'Scattered by the breeze' 'Blaze the trail' 같은 곡을 먼저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다른 밴드로는 바세린, 데스메탈밴드인 서포케이션, 잠비나이, 류이치 사카모토를 좋아해요. 계속 바뀌지만.
▲ 홍대 인디밴드인 할로우잰. 거의 매년 공연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수익금을 기부하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을 방문한 밴드 리더 이광재 님(오른쪽).
요즘은 멤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공연 연습은 자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공연이 많을 때도 있지만, 요즘은 1년에 7~10번 정도네요. 올해 10월에 단독공연이 있고요.
연습도 다들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 자주는 못하고 있습니다.
기부 공연 하면서 인상적이거나 특히
기억에 남은 일이 있다면요?
올해 3월 공연이었는데, 공연장에 모금함도 갖다 놨거든요. 공연 포스터에도 ‘기부 가능합니다’
문구도 딱 넣고요. 티켓도 사서 들어온 팬들인데, 또 기부도
해주셔서 기분 좋았어요. 5만원짜리도 한 장 나왔고요.(웃음) 꽤 모여서 이것도 보태서 기부했죠. 사실 한 사람에겐 적다면 적지만
큰돈도 아니잖아요. 하루 술값, 하루 밥값으로 쓸 돈만 한
번 모으면 기부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다들 바빠 밴드 사진을 촬영할 시간이 없다가 간만의 연습이 끝난 어느 날,
지인의 바에 모여 찍은 사진. 로고를 넣어 할로우잰 밴드 프로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연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세요?
예전 일이지만, EBS 공연 인터뷰에
나온 건데, 우리 음악 듣고서 눈물 흘리신 팬이 있었다고 해요. 알고
보니 그분이 한쪽 귀가 잘 안 들리는 분이셨는데, 우리 밴드 연주할 때 간간이 그 한쪽 귀로 들리는
단어가 있어서 눈물이 났다고요. 우리 가사는 작사한 친구 말고 우리도 못 알아들을 때가 많은데 말입니다(웃음). 그때 다들 뭉클했지요.
밴드활동 계속하시는 게 멋집니다. 음악과 나눔이 닮은 점이 있다면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거예요. 자신이 좋아서 하는 거죠. 더 노골적으로 말해 우리에게 음악은 ‘자기만족’입니다. 내가 좋아서, 내가 만족스러우니까 하는 거죠. 사실 나눔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나눔 또한 내가 좋으니까, 내가 만족스러우니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세상이 아름답고 그랬다면
저희는 후원이나 기부를 할 생각, 아마 하지 않았을 거예요. 세상이
슬프고 때론 추하니까 조금이나마 아름답게 고치고 싶은 마음, 그게 우리에겐 자기만족이고, 나눔의 이유입니다.
후원하면서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면요?
변화라기보다는 뭔가, 보람이 확실히
있어요. 아무 이유 없이 공연하는 것보다 훨씬 기분도 좋거든요. 멤버
모두 그렇게 말해요. 세상에 조금이라도, 뭐라도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는 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거, 그것
자체가 좋은 거죠. 세상에 태어나 뭐라도 좋게 바꾸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한테나 있지 않을까요.
▲ 드럼, 베이스, 기타, 보컬 등 록밴드 라인업. 공연장의 열기가 고조되고
공기가 뜨겁게 불타는 순간,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마음을 나눈다는 실감이 납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밴드활동을 이어가실지
궁금합니다. 계속 이렇게 기부 공연도 할 계획인지요?
저희는 ‘지금처럼’ 하자고 말하고 있어요.
멈추지 않고 길게 가자, 이렇게. 무리하지 말고
꾸준히 하고 싶은 음악하자, 이렇게요. 그렇게 기부 공연도
계속할 거예요. 물론 자기만족이지만 그래서 자기희생 없이, 우리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조금은 세상과 남도 도울 수 있으니까 죽 이렇게 이어가야죠. 돈이 많아 기부를
너무 많이 해서 무리할 일도 없을 테고, 또 아예 기부하지 않고 살 것도 아닐 거예요. 우리 밴드는 ‘지금처럼’ 꾸준히 이렇게 해나갈 겁니다.
세이브더칠드런도 젊은 후원자들이 참
많습니다. 동년배 후원자들과 같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각자 살아남느라 세대별 공감대도 사라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해요. 세이브더칠드런 후원도 그렇잖아요. ‘혼자’ 하지 않고, ‘같이’ 하니까 커지잖아요. 기부도 지금처럼 같이했으면 좋겠어요. 한 사람이 하면 아주 적지만, 다 같이 하니까 배가 되고, 힘이 되고, 뭐라도 나아지니까요. 다 같이 하니까 뭐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거, 정말 멋진 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모처럼의 여름밤, 홍대 앞, 시간
맞는 밴드 멤버들이 모인 자리에서 인터뷰 삼아 두런두런 음악과 밴드와 공연, 후원, 세상, 아이들, 인생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왼쪽부터 기타 이광재, 기타
서한필, 베이스
정동진 님)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특별한 밴드의 기부금을 국내 위기가정의 아이들, 해외의 아이들 등 힘겨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돕는 일에 쓰고 있습니다.
할로우잰, 바세린, 레이지본…. 혹여 낯설게 들릴지 모르나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멋진
한국 록밴드입니다. 차분하게 시작되는 기타 솔로, 점차 고조되어
가다가 격렬하게 터지는 드럼과 보컬, 베이스의 인상적인 음색, 서정적이다가
폭발하는 듯한 음악의 에너지가 신선합니다. 한국에서는 유일무이한 스크리모/하드코어 계열로 ‘마음을 울리는 음악’이란 평을 받으며, 해외에도
소수지만 탄탄한 팬층이 형성된 밴드, 할로우잰. 록페스티벌
등 라이브 공연의 관록도 높고, 독특한 무대 매너로 인정받지만, 무엇보다도
세이브더칠드런의 후원자로, 해마다 기부 콘서트를 다른 밴드와 꾸준히 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때론 서정적으로, 때론 거칠고도
멋지게 세상을 노래하는 밴드를 만난 무더운 8월의 여름밤, 음악이
있고,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이 있기에 때로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글 이선희(후원관리부) 사진제공 할로우잰, 세이브더칠드런
세이브더칠드런을 존재하게 하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힘은 누구보다 후원자님들입니다. 매달 꼬박꼬박 보내주는 후원금에서, 가끔 전해지는 사연과 편지에서, ‘내가 늙어서 돈이 얼마 없어. 그래도 애들은 도와야지’ 하시던 할머니, 할아버지 후원자님들의 조용한 음성에서, 스무살 청춘 후원자님의 웃음에서, 아이 이름으로 후원신청하는 엄마 아빠 후원자님들의 마음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은 더욱 활력을 얻습니다. 후원은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좋아지게 바꾸는 힘입니다. 앞으로도 작은 도움이 누군가에겐 인생의 힘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 후원자님의 목소리를 찾아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