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래퍼 비지가 노래하는 아프리카 소녀들의 꿈
-1000명이 함께 만드는 뮤직비디오에 ‘스쿨미송’으로 재능기부
8월 초부터 스쿨미 캠페인 ‘컬러링 뮤직비디오’ 콜라보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아프리카 소녀들의 등굣길을 담은 노래와 일러스트, 1000명이 색칠한 프레임들이 만나 뮤직비디오가 완성되는 프로젝트인데요. ‘스쿨미 송’ 음악작업에 MFBTY(타이거JK, 윤미래, Bizzy)가 재능기부로 참여했습니다. 학교를 가고 싶은 아프리카 소녀들의 마음을 랩 가사에 녹여낸 Bizzy 씨를 만났습니다.
▲ MFBTY 멤버들이 좋아하는 색인 회색, 초록색, 보라색으로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을 손수 칠한 Bizzy 씨.
Q 안녕하세요, Bizzy씨! 그동안 그룹 MFBTY로 타이거JK, 윤미래 씨와 함께 활동하시다가 오랜만에 솔로앨범 ‘검은 머리 파뿌리’를 내셨죠. 제목도 독특한데 가사도 예쁘고 따뜻한 느낌이에요.
A ‘검은 머리 파뿌리’는 사랑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곡이에요. 요즘 힙합이라고 하면, 서로 디스하고 자기 자랑하는 게 전부인 것으로 비춰지고 있잖아요. 물론 힙합적인 요소이긴 한데 그게 전부가 아니거든요. 힙합의 다른 부분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 ‘강산이 변해도 나는 안 변할 거야’하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더 좋은 쪽으로 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위키드’라는 어린이 음악프로그램에 참여한 것도 곡 작업하는 데 영향을 줬어요. 아이들과 함께 방송을 하면서 아이들에게도 들려줄 수 있는 노래, 밝은 노래를 해야겠다 생각했죠.
Q ‘위키드’ 프로그램을 보니까 Bizzy씨가 아이들을 많이 좋아하는 게 느껴졌어요.
A 지금도 ‘위키드’ 에 출연한 아이들과 연락해요. 아이들에게 “비지 쌤, 솔로앨범 언제 나와요? 기다리고 있어요.”하고 톡도 많이 왔죠. 아이들을 좋아해서 어렸을 때 아르바이트로 베이비시터도 했어요. 동네에서도 아이 잘 본다고 소문나서 아이들 많이 봐줬거든요. 제가 요즘 복싱도 하고 있는데 초등학교 꼬마 아이들부터 중고등학생까지 두루 친해요. 나중에 체육관 차려서 아이들 복싱 가르쳐주는 관장님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Q 아이들을 돌보는 노하우가 있으세요?
A 제가 아이들과 놀아준다고 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저랑 놀아준다고 생각해요. 보통 제 친구들 보면 아이를 오래 봐준다고 해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인데 저는 4-5시간 정도 봐줄 수 있어요. 더 넘게도 잘 놀아요. 나중에 결혼하면 와이프가 질투할 것 같아요(웃음).
▲ ‘비지롤러코스터 개장’이라는 문구로 소속사 SNS 계정에 올라온 위키드 비하인드 사진. 아이들이 Bizzy 씨에게 다가가 장난을 치며 놉니다.
Q Bizzy 씨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A 제 노래 중에 ‘음악은 타임머신’ 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어릴 때는 자장면 한 그릇, 치즈 한 장이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잖아요. 행복한 그때로 음악을 타고 돌아가자는 노래인데, 어릴 때 모습을 회상하는 부분이 있어요. 이번 스쿨미 송 작업하면서 계속 그 노래가 생각났어요.
돌아가자꾸나 그때 그 시절로 /모든 게 신기했던 그때 그 계절로 /첫눈이 오면 설레었던 꼬마아이/나비를 쫓아 달렸던 나의 맘이/언제부터인가 변해버려 아마도 나이 탓/시간은 흘러간다고 많은 이는 말했다/ 허나 듣지 않았어 난 그냥 바삐 달렸다
Q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셨네요.
A 저는 운이 좋았죠. 부모님께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셔서 하고싶은 것은 웬만큼 할 수 있었어요.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사랑도 많이 받고 예의범절도 배울 수 있었어요.
Q 다른 기사에서 봤는데, 아버지께서 음악적 재능도 Bizzy씨에게 주신 것 같아요.
A 아버지가 워낙 말씀이 없으셔서 잘 몰랐는데, 아버지가 악기를 잘 다루시고 음악을 하는 게 꿈이셨다는 걸 최근에 알았어요.
Q 어릴 적 꿈이 무엇이었나요?
A 좋은 아빠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아버지가 과묵한 분이신데, “아버지처럼 무뚝뚝하지 않고 친구 같은 아빠가 돼야지.”하고 다짐했어요. 제가 둘째이자 막내인데, 어머니께 딸같은 아들이죠. 어머니와 집안일도 같이하고요. 나이가 들면서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오신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어요. 요즘은 부모님께 매일 안부전화 드리고 있습니다.
▲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정성을 기울여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을 색칠하는 Bizzy 씨.
Q 학교에서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A 교실 뒷자리에 앉아서 친구들끼리 글 써주면서 놀았어요. 그러다가 끝에 운율을 맞추는 것에 재미를 붙였어요. ‘지금 시간은 한 시. 배가 고팠는지.’ 라임을 맞추는 게 점차 늘면서 랩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그러다 보니 그게 제 일기장이 돼버렸어요. 지금도 힙합의 꿈을 키우는 친구들에게 일기를 쓰라고 추천해주거든요. ‘가사를 써야지’ 하고 펜을 잡으면 일처럼 다가오잖아요. 일기를 쓰면 부모님께 혼났던 것, 서러웠던 것도 쓸 수 있는 거고 그러다 보면 진심이 솔직하게 나오는 거니까. 그동안 썼던 일기장을 이만큼 가지고 있어요. 가사가 막힐 때나 심심할 때 커피 마시면서 읽어봐요.
Q 언제부터 모으신 거에요?
A 중학교 때부터 썼죠. 요즘은 그때처럼 많이 쓰지는 않지만 다이어리에 매일 5-7줄 정도 써요. ‘오늘 뭐 했고 내 마음은 이랬고 운동했는데 이랬고 내일은 이럴 것 같아.’ 이런 정도로.
Q 이번에 스쿨미 송 제작에 타이거JK, 윤미래 씨와 함께 재능기부로 참여해주셨어요. 평소에도 나눔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A 네, 기회가 닿을 때마다 나눔을 실천하려고 해요. 미래 형수와 JK형도 좋은 일에는 앞장서서 하는 스타일이에요. 음악을 하면서 뿌듯한 점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곡을 만들게 되니, 손도 마음도 저절로 움직이더라고요.
Q 스쿨미 송을 만들 때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나요?
A 스쿨미 영상을 봤는데 아이들 학교 가는 길이 너무 멀고 험난했어요. 노래를 듣는 분들에게 이런 부분들이 와 닿을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썼죠. 여덟 줄, 열여섯 줄 안에 아이의 마음이나 아픔을 다 담을 수 있을까 싶어 몇 번을 고쳐 썼어요. 제 곡 작업하는 것보다 더 고민했던 것 같아요.
Q 제일 마음에 드는 가사는 무엇인가요?
A “배우고 싶어 꿈꾸고 싶어”. 라임도 살아 있고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요.
“Better me, Better you. Save me, Save you”.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이들을 돕는 것이 결국 나 자신을 돕는 거라는 걸 느꼈어요. 바쁜 세상살이에 지쳐 있다가도 “이런 아이들이 있지. 내가 도울 수 있어.” 하면서 제 자신도 치유 받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잖아요. 자기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함께 어려운 친구를 도와 세상을 바꾼다는 스쿨미 프로젝트 내용이 좋았어요.
Q 스쿨미 콜라보 프로젝트에 참여하시면서 어떤 점이 인상 깊었나요?
A 아이들이 학교 가는 길이 이렇게 험난하고 멀 줄은 몰랐어요. 아이들에게 적어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말이에요. 기본적인 권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조차 아이들에게 주어지지가 않는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Q 이 곡에 나오는 아이들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A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활짝 웃어주고 싶어요. 맛있는 것도 먹고 기타 치며 노래도 함께 부르고요."너희들은 혼자가 아니야."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이 아이들에게 좋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겠지만 잠시나마 함께 하면서 아이들이 행복하다면 저도 뿌듯할 것 같아요. 스쿨미 해결책 속 주인공인 린다를 만난다면, 나는 꼭 네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 네 꿈을 꼭 이루렴.” 하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Q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A 9-10월 쯤 싱글 두 세곡을 준비하고 있고요. 어렸을 때부터 친한 (양)동근이랑 둘이 프로젝트를 하자고 한지가 15년이 넘어서요. 더 나이 들기 전에 얘기하고 싶던 것들을 얘기해보자고 해서 요번 년도 안에 발표할 예정이에요. 가족애와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담아보고 싶고. 가정을 꾸리고 나서는 아기가 생겼을 때 심정을 담은 음악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Q 컬러링으로 뮤직비디오를 함께 만들어갈 1000명의 참여자분들과 후원자분들께 한 마디 해주세요.
A 좋은 일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러분이 한 컷씩 색칠해주 실 때마다 단 몇 초만이라도 아이들 얼굴에 웃음을 띠게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색칠하시면서 일상 속 스트레스를 잊고 치유하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9월 9일에 도네이션 파티를 하는데 스쿨미 친구들에게 수익금을 전달할 예정이에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김하윤 (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김소민 (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