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도리터에서 만난 꼬마 사진가들
서울에서 네 시간 고속버스를 타고 도착한 경북 의성 도리원. 세이브더칠드런 농어촌놀이터 1호, 도리터에서 사진수업이 열렸습니다. 그물 놀이 시설물 왼쪽에 붙어있는 실내공간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습니다.
“강아지가 이렇게 많아?”
“세 마리나 있어요.”
“이거 마당이야?”
“네, 마당인데 (사진에는) 잘 안 나왔어요.”
“저희 집 담장이예요.”
“김장배추도 너희 집 꺼야?”
지난 두 번의 수업 시간동안 아이들은 각자 필름 카메라를 받아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선생님이 인화한 사진들을 나눠주자, 아이들은 사진을 한 장 한 장 꺼내보며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자, 이제 한 명씩 사진을 모아놓고 함께 이야기 해볼까?
아이들은 다른 친구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제목을 짓고,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합니다. 비슷한 사진을 묶어보고 공통점이 무엇인지 찾습니다. 친구들 사진마다 지니고 있는 특징도 찾아보면서 이미지 읽는 법을 배웁니다.
“아연이 꺼 한 번 봅시다. 여기 보면 (사진에) 불빛이 들어가서 예쁘게 찍혔는데. 이거 빼고는 동생이랑 친구들 사진이야. 다른 친구들은 아연이 사진
보면 어때요?”
“사람이에요.”
“그렇지? 다른 친구들은
사람을 많이 안 찍었는데 아연이는 사람을 많이 찍었어.”
“아연이는 중요한 거, 소중한
걸 찍어 본거야?”
“사람. 살아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아연이는 인물사진을 정말 잘 찍어. 이런 순간들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은데 말야. 사진 속 아버지도 표정이 좋은데, 왜 좋을까?”
“기분이 좋아서.”
“아연이가 찍어서.”
“그렇지, 아연이가 찍어서 이런 표정이 나온거야. 다른 친구사진도 그렇지? 아연이가 잘 찍어서 이런 표정이 나온거야.”
“또 다른 점은 뭐가 있을까?”
“뭔가를 하고 있어요.”
“사진 속 사람들이 활동적이야. 다른 친구들(사진)보다 역동적이야. 활동을 잡아낸 사진이 많지.”
“아연이 사진은 색감이 굉장히 좋아. 노란색, 빨간색을 잘 잡아내는 것 같아.”
“저번에 선생님이 (제가 찍은 색깔이 실제)바지 색깔과 똑같다고 했었어요."
“이건(도리터 사진) 어떤 면에서 중요한 거야?”
“학교말고 제일 먼저 생긴 놀이터이니까요.”
“아, 학교가 아닌 제일
먼저 생긴 놀이터이니까?”
아연이가 찍은 '도리터 연작'을 함께 살펴볼까요?
사진을 보면 사진 찍은 사람이 무얼 좋아하는 지 잘 나타나는데, 아연이 사진에는 사람, 도리터가 많았습니다. 마지막 사진 옆에는 애정을 듬뿍 담아 반짝이 풀로 '도리터'라고 적었습니다. 아연이 사진을 보면 도리원 아이들이 도리터에서 어떻게 지내는 지, 도리터가 도리원 친구들에게 어떤 공간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어서 자신이 찍은 사진 이야기를 종이 위에 풀어놓는 시간입니다.
“다섯 장 고른 것 있죠? 지금 나눠주는 종이에 사진을 붙이고 제목과 느낌을 쓰는 거야.”
아이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열심히 작업을 합니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반전이 숨어있습니다.
“너의 얼굴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예쁜 구름사진에 ‘엽사(엽기사진)’가 피처링을 했네요. 거인이 친구의 목을 잡고 있는 듯한 착시효과를 노려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영이의 센스있는 작품을 하나 더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파릇파릇 배추"입니다.
'곧 있으면 김장을 해야하는 슬픈 현실'이라는 설명이 눈에 띕니다. 곧 김장철인데,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공감 가시죠?
도리터에서 아이들을 돌봐 주시는 선생님은 “지영이는 말로 하라고 하면 잘 표현을 못하는데 글로 쓰는 걸 잘해요.” 라고 칭찬했고, 사진 수업 선생님도 “표현력이 좋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뒤늦게
한별이가 나타났습니다. 후다닥 책상 앞에 앉습니다.
신나는 표정으로 작업을 하길래 슬쩍 살펴보니,
강아지를 사진을 붙이고 하트를 뿅뿅 그리고 있네요. 한별이에게 소중한
것은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인가 봅니다.
“우리 반 선생님. 선생님
되게 예뻐요.”
“맞아, 맞아. 우리 반 쌤 예쁘다.”
사진들을 살펴보니 한별이와 아연이가 선생님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
꾸미기를 하면서도 학교 담임 선생님 자랑을 하며 수다를 떱니다.
“이제 완성작을 벽에 붙일 거예요. 친구들이 (사진)잘 찍었는데 도리터에 오는 사람들에게 보여 줘야지.”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사진 작품들을 벽 한 켠에 붙입니다.
“이제 마음에 드는 사진에 동그라미 표를 붙이고 이유를 적어보자. 1인당 세 장씩 할까?"
아이들이 마음에 드는 사진에 이유를 씁니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님들도 벽에 붙은 아이들 사진을 살펴봅니다.
“필름도 가져가렴! 사진관에 필름을 가져가면 언제든 사진을 뽑을 수 있어."
“지혜야, 그 필름을 가지고 있으면 그 지금 나온 사진 있지. 아무 때나 뽑을 수 있어. 사진관 가서 이거 뽑아주세요, 하면 뽑아줘. 그런데 하나로마트 옆 가게에 가야돼. 다른 데 가도 안해. 뽑아주는데가 없어요."
세이브더칠드런 영남지부 선생님이 사진인화를 도와주셨는데, 도리터에는 사진을 뽑을 수 있는 곳이 하나로마트에 있는 작은 사진관 한 군데 밖에 없다고 합니다.
"CD는 뭐에요?"
"찍은 사진들이 디지털 파일로 들어있어서 컴퓨터에서도 볼 수 있어."
작은 사진전을 열고 난 뒤, 도리터 사진수업이 끝났습니다.
도리터에 놀러 오는 다른 친구들도 감상평을 덧붙이며 날이 갈 수록 도리터의 작은 사진전은 더욱 더 풍성해질 것입니다.
사진전을 감상하다가 벽에 붙어있던 '도리터 송'을 발견했습니다.
도리터 송 가사처럼 더 많은 농어촌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놀이공간에서 친구들과 함께 꿈꾸고 뛰놀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이 함께하겠습니다.
※ 본 프로젝트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주최하는 2016년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됐습니다.
글 김하윤(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