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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변해야 소녀가 꿈을 키운다
‘스쿨미 2기’의 도전, 주민 참여 성평등 교육과 효과 평가 도구 개발
아프리카 여자아이들 학교 보내기 캠페인 ‘스쿨미’가 2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학교만 지으면 눈에 띄고 좋을 텐데, 뭔가 골치 아픈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1기인 2012년부터 2016년 2월까지 코트디부아르,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우간다에 학교 29곳을 세웠습니다. 아이들 목소리를 듣고 맞춤 지원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걸로는 부족하답니다. 여자아이들이 진짜 학교에 다니려면, 진짜 자신이 남자아이들만큼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려면, 지역 사회, 부모님, 학교 선생님 생각이 바뀌어야 했습니다. 어떻게 바꾸고 어떻게 그 결과를 측정할까요? 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업에 몰두하는 걸까요? 2016년부터 3년간 계속되는 스쿨미 2기의 도전입니다.
시에라리온 120개 주민 클럽, ‘성평등’ 메신저로
“학교 다니지 못한 게 한이 돼요. 아버지는 남자 형제들만 학교에 보냈어요. 그런데 결국 늙은 아버지를 돌보는 건 저예요.”
지난 2월22일 시에라리온 워터루와 포그너 지역 아버지, 어머니 38명이 모였습니다. 스쿨미가 벌이는 지역사회 ‘핵심그룹’ 성평등 수업 이틀째입니다. 스쿨미는 30개 커뮤니티에 120개 아버지, 어머니, 아동, 학교운영위원회 클럽을 만들었습니다. 각 클럽에서 4명씩 ‘핵심그룹’이 됐습니다. 이웃들에게 자신이 배운 걸 전할 ‘젠더 챔피언’ 메신저들입니다.
“오렌지를 팔면 학교 다닐 수 있다고 해서 열심히 팔았는데, 결국 조혼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부모님들은 자신이 여자라서 남자라서 겪었던 일들을 토로했습니다. “여자아이가 뭐가 더 힘드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대별로 하루 동안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하는 일을 꼼꼼하게 써 보는 작업을 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여자아이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물을 긷고 데우고 아침을 차리고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밤 11시까지 집안일을 하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자유 시간이 훨씬 많았습니다. 18살까지 몸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보호 받아야할 아동이라는 점도 배웠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장애물이 뭔지, 해결책이 뭔지, 체벌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인식이 바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시각의 변화는 감지됩니다. 여덟 아이를 둔 재단사 아마두 AK 세세이(43)는 “젠더와 아동권리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었다.”며 “다른 아버지들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두 소년의 어머니인 루쓰 자투 투레이(34)는 “이 교육을 받기 전에도 여자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고 이웃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여자인 내 말이 잘 먹히지 않았다.”며 “세이브더칠드런이 함께 해 주니 내 말에 힘이 더 실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핵심그룹들은 마을로 돌아가 이웃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이 배운 걸 전합니다. 한 마을에선 이분들이 꾸민 연극이 벌어졌습니다. 한 가족의 일과입니다. 부인은 꼭두새벽부터 물 뜨고 애 씻기고 발을 동동 구릅니다. 아뿔싸, 밥이 탔네요. 남편이 바로 때립니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 이 장면 보고 웃습니다. 이제 ‘핵심’ 그룹 아버지 어머니들이 묻습니다. “동네 사람들, 부인이 놀았어요? 때려도 돼요?” 한바탕 토론이 벌어집니다. 물론 세이브더칠드런 현지 직원도 투입됩니다.
현지 ‘스쿨미’ 스태프의 고백
한 마디로 성평등 탑재 작업인데, 세이브더칠드런 현지 직원부터 시작했습니다. 직원이 핵심그룹과 선생님들을, 그 핵심그룹이 이웃들을 바꿔 가는 거죠. 성평등 교육을 받은 프레데릭 하딩 세이브더칠드런 시에라리온 스태프는 쑥스러워합니다. “이 교육을 받고 저를 돌아보니 달리 보여요. 제가 조카 둘이 있는데 저녁에 들어와서 배가 고프면 여자 조카한테, 빵 사 오라고 시켜요. 아침에 여자 조카에게만 물 길어 제 세숫물을 준비하라고 하고요. 그게 잘못된 줄도 몰랐어요. 지금은 제가 직접 빵 사 오고 세숫물 덥혀요. 여자 조카가 그 시간에 공부하고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이요.” 세이브더칠드런 현지 ‘스쿨미’ 팀의 여성 비율을 확 늘렸습니다. 26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여성입니다. 프로젝트 전체를 관장하는 매니저도 여성을 뽑았습니다. 카리스마가 어마어마하다죠.
‘스쿨미’의 고민···하드웨어만으로는 안된다
이 작업, 성과만 보자고 들면 몸에 사리 생길지 모르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이걸 하는 까닭은 ‘스쿨미 1기’ 뒤 깊은 자기 성찰 때문입니다. 스쿨미의 목표, 남녀 고루 성평등 의식을 갖게 하고 초등교육 졸업률을 높이려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여자아이들은 학교에 딱 4시간 머물러요. 아무리 남녀가 평등하다고 배워도 학교 밖에만 나오면 딴 세상인 거예요. 아이들이 헷갈려 했어요.” “학교에 다녀도 선생님들이 성평등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여자애들에게 기회를 안 줘요.” “제가 스쿨미 직원인데 왜 여자아이들한테만 장학금을 주느냐고 하면 답을 못하겠어요.” 현지 스태프들이 본 현실입니다. 지역사회와 부모님, 학교 선생님, 또 스쿨미 현지 직원들 자신도 바뀌어야 했습니다.
시에라리온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남자아이 68%, 여자아이 55%가 초등교육을 마칩니다. 중학교는 남자아이 47%, 여자아이는 29%만 졸업합니다. 내전과 에볼라가 할퀴고 갈 때마다 여자아이들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프레데릭 하딩 현지 스태프는 “에볼라로 모든 경제가 파탄 나면서 여자아이들은 성폭력이나 성매매로 임신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세계에서 10대 조혼이 늘어나고 있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스쿨미가 시에라리온에 꾸린 지역사회 120개 어머니, 아버지, 아동, 학교운영위 클럽이 이 현실을 바꿔 갈 겁니다. 이들이 주체입니다. 이 지역 대표들이 이웃과 함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원인과 이를 해결할 ‘액션 플랜’을 짤 겁니다. 아이들 스스로 자기들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지역을 표시해 지도를 만들 겁니다. 그들이 필요에 스쿨미가 답할 겁니다.
눈에 안 보이는 변화, 어떻게 측정할까
성평등, 여자아이들의 역량 강화, 말은 멋집니다. 이 공을 들였는데 그 결과가 뭐냐고 묻는다면? ‘스쿨미’ 직원들, 온갖 문헌을 뒤졌습니다. 학교 단위 졸업율과 입학률만 봐서는 실제로 아이들과 지역 사회 주민들의 마음속에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여자아이들이 교육의 결과로 자존감이 얼마나 더 강해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여자아이들의 역량 강화를 수치로 제시할 수 있는 연구자료, 부족했습니다. 결국, 만들었습니다. 이름하야 ‘스쿨미 임파워먼트 평가도구’입니다. 설문 질문 하나하나 현지 사정에 맞춰 아이들과 지역 주민이 이해하는지 검증했습니다.
60개 학교 4학년 아이들 1,413명과 보호자 1,413명이 설문 대상자입니다. 이들을 3년 동안 추적합니다. 절반은 스쿨미 프로젝트가 벌어지는 지역 아이들이고 다른 절반은 통제군입니다. 문해율, 산술능력 등 학습능력은 당연히 봅니다. “네가 힘들 때 도움을 구할 사람이 있니?”(사회적 능력) “네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개인적 능력) 등도 묻습니다. 학교, 지역사회, 집에서 학습 환경도 조사합니다.
이들을 모두 관통하는 게 양성평등입니다. 학교 학습 환경을 알아볼 때 이런 질문도 하는 겁니다. “최근 수업시간에 손을 몇 번 들었어? 선생님한테 몇 번 발표 기회를 얻었어?” 그 결과는 이랬습니다. 남자아이들은 평균 2.6번, 여자아이들은 3.3번 발표하겠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실제로 기회를 얻은 건 남자아이들이 3.3번, 여자아이들이 2.4번에 그쳤습니다.
주민이 직접 만드는 변화
이 수치들만 보면 씁쓸합니다. 그런데 바뀔 겁니다. 성평등을 배운 더 많은 아이들이 남녀 고루 초등교육을 마치게 될 겁니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변화는 지속될 겁니다. 김현주 세이브더칠드런 해외사업부 사업운영3팀 팀장은 “스쿨미의 접근이 맞다는 게 증명된다면 다른 여아 교육 사업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쿨미 1기 성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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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 김도화(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