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급수트럭, 보건소 지원…목마른 주민들 손 놓을 수 없어”
―'아프리카 뿔 지역' 극심한 가뭄 ③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에티오피아 가뭄 대응 사업
“물, 물, 물이 필요해요.” 에티오피아 아다들레이, 칼라포, 카브리다할 지구(Woreda) 가뭄 상황을 보고 온 김아름 세이브더칠드런 해외사업부 팀장은 여러 번 물을 강조했습니다. 에티오피아 상황은 케냐보다 더 심각합니다. 가뭄이 몇 년째 계속돼 290만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유목민인 이 지역 주민들 삶 전체가 말라갑니다. 가축을 돌보던 주민들은 이제 물을 찾아 헤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소말리 지역에 급수트럭을 보내고, 빗물 수집장치를 설치했습니다. 보건소에서 아이들을 살리는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지역 사업을 점검하고 온 김아름 팀장과 윤혜인 대리가 위급한 상황과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을 전합니다.
▲ 물을 받으려고 20L들이 물통 '젤리캔'을 놓고 기다리는 사람들
사람 목숨이 달렸을 때 보내는 급수트럭
가뭄인데 저 푸른 나무들은 뭘까? ‘크리소비스 트리’랍니다.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증거입니다. 독성 탓에 베어버리지 않으면 농사도 못 짓습니다. 이 나무들이 에티오피아 소말리 지역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아다들레이 지구. 우물은 거의 다 말라버렸습니다. 하나 남은 우물은 소금기로 가득합니다. 약 5,000명이 살고 있는 말카살레 마을, 동물 사체가 널려 있습니다. 어떤 가족은 소 30마리 중 29리를 잃었습니다. 나머지 소 한 마리마저 죽을까 텐트 아래서 보호하고 있습니다만 그 소도 갈비뼈가 다 튀어나와 있습니다.
▲ 더위를 피하려 텐트 아래서 보호받고 있는 소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다들레이 지구에 10㎥짜리 물탱크를 지역사회 내 식수분배장소(Distribution point)에 설치하고 급수트럭으로 물을 공급했습니다. 원래 한 달간 약 10,000명에게 공급할 거로 예상했던 물이 17일 만에 다 떨어졌습니다. 약 35,000명이 몰렸기 때문입니다. 원래 가뭄 현장에서 UN과 여타 NGO들이 급수트럭을 보내는 일은 잘 없습니다. 높은 비용에 비해서 효과가 작기 때문입니다. 정말 급할 때, 물이 없어 사람이 죽어갈 때만 급수트럭를 보냅니다. 지금이 그런 때입니다.
물탱크 앞 뙤약볕 아래 주민들은 20L들이 물통을 들고 몇 시간씩 줄을 섭니다. 그렇게 한 사람당 물 5L와 물을 정화할 수 있는 알약 ‘아쿠아탭’을 받아갑니다. 5L는 에티오피아 정부가 정한 최소한 기준입니다. 식수로 쓰고 요리하고 나면 세수하기도 부족합니다. 매일 일곱 가족이 쓸 물을 물통 세 개에 받아가는 라모 모하마드(30)는 “인생이 가뭄으로 완전히 변했다”고 말합니다. 그나마 세이브더칠드런이 물탱크를 설치하고 생활이 나아졌습니다. 생기기 전에는 매일 우물까지 매일 20km를 걸어가야만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집 근처에서 물을 받을 수 있어 물을 얻는 데 들여야 할 시간이 하루 종일에서 5~6시간으로 줄었습니다. 설사병으로 자주 고생했던 라모, 물과 함께 아쿠아탭을 받아 깨끗한 물을 마시니 더는 아프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유와 유제품으로 생활하던 라모 가족의 가축 70마리 중 50마리가 죽어버린 지금,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 물통에 넣으면 물을 정화해주는 아쿠아탭
▲ 물을 받고 있는 주민
국내 실향민 문제도 심각합니다. 가축을 데리고 다니던 유목민들이 물이 메마르니 물을 나눠주는 식수포인트로 모두 모이고 있습니다. 한 국내실향민 거점에는 약 2,700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매일 약 3~4가족이 더 모입니다. 가족들은 평균 가축 80%를 잃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방수포를 나눠줘서 임시거처와 물을 제공합니다. 지역사회 지도자 왈리 압디(48)는 “세이브더칠드런의 도움으로 우리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가뭄에 맞서 아이들 지키려 안간힘
식수와 식량이 부족하고, 생계가 어려워지니 영양실조를 겪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더운 날씨와 비위생적인 환경 탓에 설사병, 말라리아, 폐렴도 늘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소말리 지역 내 10개 지구에 약 10개 보건소와 103개 외래환자진료소에 영양실조 진단 물품과 항생제, 구충제, 아연, 비타민A 등 기초 의약품을 제공했습니다. 빗물을 모을 수 있는 물탱크도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65개 설치해 진료를 온 가족들이 물을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은 상태에 따라 5세미만영유아진료(OTP)에 등록해 8주간 집중 관리합니다. 보건소마다 20~30명이 이 프로그램에 등록했습니다. 아이 두 명이 이 프로그램에 등록돼 있는 다마 모하마드(33)는 “필요한 약과 영양을 채울 수 있는 플럼피넛을 받아 아이들 체중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다히르 구레(30)는 보건소에서 머물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열이 나고 토해 보건소에 왔더니 급성 영양실조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다히르 구레(30)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의사가 아들 상태를 체크해 주고 소정의 현금을 지원해줘 편하게 아들과 이곳에서 머무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 보건지소에서 '뮤악(MUAC)밴드로 영양실조 정도를 검사받고 있는 아이
가뭄은 홍수나 지진과 달리 느리게 진행되는 만성적 재난으로 상대적으로 급박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재난이 발생하고 긴급구호를 한 다음 복구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다른 재난과 달리 가뭄은 계속해서 긴급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뭄이 끝날 때까지 끝이 없습니다. 유목민이 대다수인 소말리 지역, 유일한 재산이자 가족인 가축도 죽어가 생계를 꾸리는 것도 점점 어려워집니다. 지역사회 지도자 라시드 아부코르(40)는 “많은 주민이 중요한 생계수단인 가축 대부분을 잃었고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세이브더칠드런으로부터 받은 급수트럭 및 물탱크, 가축사료, 보건서비스 등은 우리가 삶을 지속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에 가뭄이 끝날 때까지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간절하게 말했습니다.
▲ 보건지소에서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영양공급을 잘할 수 있는지 교육받고 있는 어머니들
세이브더칠드런은 그 간절한 바람에 화답합니다. 이번 에티오피아를 방문해 파악한 문제점들도 고쳐나갈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물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식수탱크에서 더 빨리 물이 나올 수 있도록 펌프를 교체하고 기다리는 동안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그늘막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에티오피아 10개 보건소와 103개 외래환자진료소에 빗물수집 물탱크 65개를 설치하고, 가정용 식수 정화제 101만 5,000개를 배포했습니다. 또, 체중계 등 영양실조 진단 물품과 기초 의약품도 추가로 배치했습니다. 아다들레이 지구엔 급수트럭으로 약 34,667명에게 17일 동안 매일 1인당 5L의 물을 공급했고, 1,882가정에 정화제 56,458개를 배포했습니다. 급수트럭으로 공급한 물을 보관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 물탱크도 설치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민간 NGO 가운데 유일하게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남수단, 예멘, 나이지리아 등 아동기아 긴급구호 모든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
글 김도화(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