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학교는 내가 소중한 나를 만나는 곳"
―스쿨미 사업 설명회
“정말 아이들이 쓰는 칠판인가요?” “네, 분필로 이 칠판노트에 수학문제 풀고 글씨 연습도 해요.” 지난 5월 25일 세이브더칠드런 2층 `스쿨미 사업 설명회’ 앉을 곳 찾기 힘듭니다. 평일 저녁인데 후원자 71명이 모였습니다. 코트디브아르 아이들이 직접 바느질해 만든 생리대며 지역 어머니회에서 학교운영자금을 모으려고 만든 장신구들을 살펴봅니다.
김현주 해외사업부 팀장, 2012년부터 키워온 “금쪽 같은 내 새끼”의 성장기를 그것도 “스쿨미를 낳아준 분들께” 소개하려니 잔뜩 긴장한 모양입니다. “아프리카 학교는 어떨까요?” 먼저 사진 한 장 소개합니다.
“뭐가 보이세요?” 여기저기 손이 올라갑니다. “아이들이요.” “저 맨 뒤 친구는 화장실 어떻게 갈까요?” “필기도구가 없어요.” “맨발이요.” 이 사진에서 김 팀장이 가장 좋아하는 점은 “엎드려 자는 친구가 없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사진이 스크린을 채웁니다. 맨땅입니다.
“우리 눈에는 열악해 보일지 모르지만 마을 사람들에겐 자랑 거리입니다. 5년 전 정말 한끼 먹기 힘들 때 이 마을 사람들은 학교를 지었어요. 주민들은 여기서 희망을 봐요.”
세 번째 사진, 한 여자 아이가 물봉지들을 이고 있습니다.
시에라리온에서 만난 열 살 페라 무스입니다. 페라 무스는 물봉지들을 다 팔면 걸어서 40분 걸리는 학교에 갔습니다. 정식으로 학교에 등록하지 못해 창문 너머로 배웁니다. “왜 이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싶을까요? 페라 무스가 그러더군요. 교복을 입는 순간, 나는 학생 배우는 사람이라고요. 학교에 간다는 건 자기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시간, 내가 소중한 나를 만나는 시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페라 무스는 스쿨미 사업으로 이제 학교에 다닙니다.
이 아이들에게 학교가 어떤 의미인지, 네 번째 사진을 보면 저절로 느껴지실 거 같습니다.
“집중하면 자기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잖아요. 그런 몰입을 경험하고 있는 거에요. 보세요. 석판에 쓰는 손길이 얼마나 정성스러운지.”
아프리카 여자 아이들 학교 보내기 스쿨미 사업은 시에라리온, 코트디부아르, 라이베리아, 우간다에서 2012년부터 벌이고 있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상처가 깊은 곳입니다. 특히 앞 두 나라는 에볼라까지 할퀴고 갔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해 내 놓은 ‘여아 기회 지수: 여자아이가 살기 좋은 나라 순위’를 보면 144개 나라 가운데 시에라리온이 139위, 코트디부아르 135위, 라이베리아 131위, 우간다 120위입니다. “인구수가 아프리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국제 원조가 잘 가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가장 소외된 곳에서 스쿨미 1기는 2012년~2015년 23개 학교를 신축 또는 개보수 하고 학교밖 아이들이 직업교육 등을 받을 수 있는 지원센터 6곳을 세웠습니다. 화장실 300여칸, 기숙사, 급수대도 고쳤습니다.
지난해 시작한 스쿨미 2기는 더 야심 찹니다. “네 나라 직원들을 모아 1기를 평가해 보니 ‘학교에서 성평등 배워도 밖은 딴 세상이다’ 이런 의견이 많았어요. 여자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려면 지역사회, 선생님, 부모님 모두 변해야 했어요.” 그렇게 스쿨미 현지 직원, 120개 어머니, 아버지, 아동, 학교운영위 클럽 등을 ‘성평등 메신저’로 키워가고 있습니다. 지역사회가 직접 여자아이들 학교 보내기 위한 ‘액션플랜’도 짭니다. 이렇게 영글어갈 의식의 변화를 잴 객관적 평가도구도 만들었습니다.
한 후원자,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합니다. 라이베리아의 몬로비아에 있는 싱크홈 직업훈련센터에서 미용 과정을 듣고 있는 하와 이야기를 듣고 난 뒵니다. 하와는 18살인데 애가 둘입니다. “저 아이가 정말 머리 땋는 걸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학교를 마칠 수 있어요? 졸업하면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어요?” 김 팀장은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저도 참 그게 고민입니다. 하지만 누가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 나쁜 선택을 덜 할 수 있어요. 이 아이가 일년 후 완전히 다른 환경에 살게 되지는 않을 거예요. 하와는 동네 나무 아래에서 마을 여자들 머리를 만져줍니다. 하와가 그러더군요. 난생 처음 뭘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다고요. 이렇게 돈을 모아 나중에 기자가 되고 싶다고 해요. 지금 글을 배워 언제 기자가 될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상황이 바뀌지 않을지라도 남들 보기엔 별 것 아닐지라도, 이 아이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현실은 암울하고 미래는 점치기 막막합니다. 그래도 하나는 확실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자신에게 희망이 있다는 걸 배우고 있습니다.
설명회가 끝나고 성경숙(62) 후원자는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고 했습니다. “저희 세대는 공감이 많이 되죠. 오빠 대학 보낸다고 딸들은 학교 안 보내고 그런 시절이었으니까요. 설명을 들으니 후원하는 보람이 있습니다.”
▲ '스쿨미' 사업설명회에 온 윤지인, 수인 자매가 아프리카 여자아이들 응원하고 있습니다.
글,사진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