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공포"
아동 위기상황에 놓인 로힝야족 아이들
세이브더칠드런 긴급구호 업데이트(2017년 11월 17일) 로힝야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난민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며 가까스로 탈출한 아이들 앞에 영양실조라는 또 다른 위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 머물고 있는 아동 4명 중 1명은 급성영양실조이며, 7.5%는 치료가 시급한 중증 급성영양실조입니다. 이것은 아동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기상황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로힝야 난민아동 사태를 초대형 재난(CAT1)으로 선포하고 지난 9월 5만 달러(한화 약 5,600만 원)에 추가로 15만 달러(한화 약 1억 6,600만 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떤 아동도 인종, 종교, 정치적 이념에 의해 폭력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잔인한 폭력과 영양실조의 위험에 처한 로힝야 난민 아동을 도와주세요! 잔인한 폭력과 영양실조의 위험에 처한 로힝야 난민 아동을 도와주세요! |
지난 8월 25일 이후 미얀마 북부 라카인주(州)에서 일어난 학살을 피해 로힝야족 약 60만 명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습니다. 그중 약 60%는 18세 이하 아동으로 추정됩니다. 올해 말까지 방글라데시에 있는 로힝야족 아동 숫자만 6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원은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심각한 아동 위기상황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지난 9월 13일 방글라데시 로힝야족 피난 지역에 5만 달러(한화 약 5,600만 원)를 지원했습니다.
다행히도 지난 10월 중순 있었던 UN 회의(UN Pledging Conference)에서 2018년 2월까지 약 4억 3,2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4개월 동안 로힝야족을 돕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을 충족시키기엔 여전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방글라데시 당국, 지역주민 그리고 세이브더칠드런을 비롯한 구호단체들이 음식과 임시 피난처 등을 제공하며 밤낮으로 돕고 있지만, 피난민 유입 속도가 빠르고 규모가 커서 필요한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동 수만 명이 굶주림과 질병, 착취, 학대의 피해자가 되지 않게 하려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현재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지역은 깨끗한 식수와 기본적인 보건의료 서비스에 접근이 어려워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질병 발발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로힝야족 수만 명이 여전히 노숙하거나 임시 피난처에서 머물고 있어 일반적인 위생과 영양 공급 수준도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또한, 아동 약 1,200명 이상이 부모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많은 아이들이 폭력과 살해 장면에 노출되고 어떤 아이들은 부모님이 살해당하는 것까지 직접 목격해 정서적 보살핌과 지원이 특히 필요합니다.
▲ 영양실조 검사를 받는 샤피크(18개월). 급성 영양실조를 앓고 있습니다.
게다가, 방글라데시에 있는 로힝야족 5세 미만 아동 4명 중 1명이 급성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어 우려했던 것보다 더 나쁜 상황입니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 중 약 33%는 극심한 영양실조에 걸려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은 아이보다 9배나 더 사망할 확률이 높고, 위생 시설이 열악하고 깨끗한 식수를 구하기 힘든 현지 상황으로 설사병이나 흉부 감염 등에 훨씬 더 취약합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심각한 상황으로 얼마 전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는 치료센터에 찾아온 로힝야족 성인 남성 몸무게가 약 33kg 밖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안전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장소인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방글라데시 학령기 아동 약 45만 명. 그중 27만 명은 지난 8월 이후에 피난 온 아동입니다. 여기, 학교에 가야 할 아이들이 굶주린 채, 홀로 붐비고 혼란스러운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서 세이브더칠드런 긴급구호팀(Emergency Response Team)으로 활동하고 있는 에반 슈어만(Evan Schuurman)의 글을 공유합니다.
로힝야 아이들에게 도움과 일상 그리고 교육이 필요합니다.
에반 슈어만(세이브더칠드런 긴급구호팀)
(원문: Rohingya children need support, normality and education)
9살 쇼캇(Shawkat)과 처음 만났을 때 머리에 붕대를 감은 쇼캇은 몸과 마음이 동떨어진 것 같이 공허한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 그렇게 공허한 아이의 얼굴을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쇼캇은 현재 이미 11명을 먹여 살리고 있는 삼촌 알리(Ali)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 난민 캠프 내 텐트에서 만난 쇼캇(9살)
삼촌 알리에 따르면 쇼캇은 이제 더는 말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쇼캇이 유일하게 말할 때는 바로 매일 밤 땅거미가 질 때입니다. 바로, 공포가 돌아오는 때이지요. 알리는 밤이면 쇼캇이 “울기 시작하고, 엄마를 찾으며 소리를 지릅니다.”고 말합니다. “낮에는 괜찮아요. 그러나 해 질 녘이면 모든 게 변하죠. 쇼캇은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잠을 자지 못합니다.”
저는 알리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쇼캇의 엄마, 아빠 그리고 세 형제가 모두 미얀마 군인들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쇼캇의 가까운 가족 전부가 몇 분 만에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군인들은 미얀마 북부 라카인주에 있는 쇼캇네 마을에 갑자기 들이닥쳤습니다. 그리고 마을을 향해 발포하며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집들도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혼돈 속에서 사람들을 살기 위해 앞다퉜고 쇼캇도 마을 사람들과 정글로 도망쳤습니다. 그 누구도 집에서 뭔가를 챙겨 나오거나, 쇼캇의 가족을 구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알리는 마을에서 있었던 일은 아주 잔혹하고 인정사정없는, 계획된 학살이었다고 말합니다. 알리의 부모님도 그 당시에 살해당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정글로 도망친 마을 사람 중 몇몇이 쇼캇을 돌봐줬습니다. 빈손으로 도망친 마을 사람들과 쇼캇은 몇 날 며칠을 산을 오르내리고 폭우를 뚫으며 걸어야 했습니다. 지치고 상처 입은 그들은 겨우 콕스바자르에 도착했습니다. 콕스바자르는 지난 몇 주간 폭력을 피해 도망쳐온 로힝야족 수십만 명이 이제 집으로 삼고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이들이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의 국경을 가르는 나프(Naf)강으로부터 걸어서 약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임시정착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로힝야족 주민들은 지금도 강 건너 고향 미얀마 언덕을 볼 수 있습니다.
알리는 쇼캇을 찾아 사방으로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쇼캇이 지역 한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끝없는 절망의 시간 속에서 이 재회는 몇 안 되는 기쁨이었습니다.
로힝야족이 자리 잡은 콕스바자르의 광경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초록이 무성했던 언덕은 이제 벌거숭이가 되었습니다. 계단식 논은 진흙 바닥으로 변해 대나무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주거지 공간이 되었습니다. 비가 오면 땅에는 흙탕물 폭포가 생기고, 더럽고 오염된 물웅덩이가 널려 있습니다.
난민 캠프에 있는 도로는 수천 톤의 구호 물품을 싣고 다니는 큰 트럭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웃통 벗은 남자들은 대나무 묶음을 옮기고, 아이들은 홀로 음식이나 돈 혹은 할 일을 찾으러 떠돌아다닙니다. 도로 곳곳에 우산들이 있는데, 이는 뜨거운 햇볕이나 폭우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마치 중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 가족과 함께 콕스바자르로 피난 온 모리움(5살)
이제 이 낯선 이국의 땅은 쇼캇에게 ‘집’입니다. 지난 8월 이후 피난 온 약 3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아동 모두에게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중 많은 아이들이 쇼캇과 비슷하게 트라우마로 멍하게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지난 몇 주간 저는 약 25명의 로힝야족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미얀마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방글라데시에서 그들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마을을 향했던 끔찍한 공격과 필사적인 탈출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비통함이 가득했습니다.
▲ 배급품을 받으러 세이브더칠드런에 찾아온 퍼빈과 퍼빈의 딸 굴(1살)
인터뷰는 생생했고 아주 감정적이었습니다. 몇몇 여성분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들의 친지들이 살해당한 사실과 그들의 집이 활활 타오르는 화염으로 변했을 때를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5년간 남수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수많은 인도적 위기 지역에 방문했지만 이번과 같이 수많은 사람, 특히 아이들이 너무나도 눈에 띄게 괴로워하고 정신적 충격을 받은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 트라우마를 다루는 것은 인도적 지원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은 기관들은 이미 ‘아동 친화 공간(Child Friendly Spaces)’으로 불리는 어린 아이들을 위한 치료적 놀이 시설을 인도적 지원 현장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 축구를 좋아하지만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음식을 찾으러 다녀야 하는 모하메드(10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입니다. 학교는 단지 배우는 곳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일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친구들을 만들 수 있고, 놀 수 있고, 스스로 아이인 것이 무엇인지를 기억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학교는 아이들을 인신매매나 착취와 같은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도 방글라데시에 있는 로힝야족 학령기 아동 45만 명 이상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비상사태에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생명을 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쇼캇처럼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많은 아이들의 공허한 얼굴을 보면서, 저는 교육의 중요성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로힝야족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인 아동친화공간을 개소해 운영하고, 동시에 24시간 쉼터(Safe Space)를 열어 아이들을 보호하고 부모와 떨어진 미동행 아동이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은 1,100개 이상의 임시 교육 공간을 만드는 등 교육 사업을 통해 로힝야족 아동 약 18만5천 명이 안전하게 배우고 또 보호받을 수 있게 준비 중입니다. |
글, 번역 김도화(커뮤니케이션부)
잔인한 폭력과 영양실조의 위험에 처한 로힝야 난민 아동을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