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네? 이제 진우가 혼자 걸을 수 있다고요?
- 원인도, 치료법도 모르는 병과 싸우는 진우에게
위기가정지원사업으로 의료비와 생계비 지원
4월 초 세이브더칠드런에는 봄꽃 같이 어여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병명조차 알 수 없는 희귀성 난치질환으로 고생하던 진우(4살)가 아주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였습니다. 진우가 좋아졌다는 소식에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작년 10월에 지원을 시작했는데 좋아져봐야 얼마나 좋아졌겠냐는 의심도 살짝 들었습니다. 그렇게 진우를 만났습니다.
▲ 물건을 잡지 않고도 혼자 잘 서 있는 진우
진우는 정말 많이 달라져있었습니다. 이불 위에 눕거나 앉아만 있던 아이가 제 발로 서서 걷습니다. 가끔 발도 동동 구릅니다. 소리를 내지 못해 울지도 못하던 아이가 목소리를 냅니다. 물건 하나를 제대로 잡지 못하던 아이가 작은 면봉 하나를 손으로 집어 올립니다.
진우는 어디가 아픈가요?
진우(4살)는 병명조차 알 수 없는 희귀성 난치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위가 약해 배에 연결한 관으로 하루 5번씩 특수분유 200cc를 넣어 필요한 영양분을 채웁니다. 음식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으니 음식을 씹어 삼키는 방법도 알지 못합니다. 게다가 선천적으로 폐의 크기도 작아 목 바깥쪽에도 관을 연결해 그 구멍으로 겨우 숨쉬고 있습니다. 목에 관을 연결하면서 목소리도 잃었습니다. 진우가 울 때 소리 없이 우는 표정만 짓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귀 또한 잘 들리지 않아 2017년 12월엔 인공와우수술(보청기로는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청각 장애가 있을 때 사용하는 인공와우기를 장착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전반적인 신체기능과 운동기능이 떨어지다 보니 혼자 서거나 걷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지원받기 전 엄마 품에 안겨 우는 진우. 이때 진우는 목소리조차 낼 수 없어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진짜, 진우가 혼자 걸을 수 있다고요?
(사업)담당자: 아버님, (자랑스럽다는 듯) 이제 진우 혼자 잘 걷죠?
(진우)아빠: 무언가를 잡고 일어서기만 하면 그 뒤론 혼자 걸어요.
담당자: 진우가 언제부터 걸었다고 하셨죠? 한 달? 두 달?
아빠: 두 달 정도 됐어요. 처음에 자기 혼자 알아서 걷는 거보고 진짜 좋았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죠.
담당자: 그런데, 아버님 진우가 이렇게 서 있다가 주저 앉진 않아요? 아무리 유아매트가 깔려있어도 아플 거 같은데… 아, 이 매트도 저희가 사다 드린거 맞죠?
아빠: 네, 맞아요. 처음엔 막 주저 앉더라고요. 근데, 요즘 앉는 거 보면 (진우가 앉는 모습을 흉내 내며)요렇게 살짝 앉아요.
사업담당자: 불안하게 서 있지 않고, 혼자도 잘 서있네요!
(진우)엄마: 원래 이런 벽이나 가구를 잡고 있어야 서는데 오늘은 혼자도 잘 서있네요.
▲ 조용히 뽀로로를 보던 진우가 갑자기 일어나 혼자 걷기 시작했습니다.
감각통합치료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아빠: 감통치료 후 작은 물건을 (손으로)잡을 수 있게 됐어요. (면봉 통을 든 진우를 가리키며)보세요! 이제, 저렇게 작은 것도 잡을 수 있어요. 그 전에는 작은 물건은 전혀 못 잡았거든요.
담당자: 아버님이 말씀하시는 감통치료는 감각통합치료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빠: 진우는 주 1회 감통치료를 받고 있어요. 치료 한번 받을 때마다 40분 정도 걸려요. 치료할 때보면 뾰족한 장난감이나, 이런 저런 물건들을 만지게 하며 감각을 익히게 하더라고요. 제일 먼저 지원해주고 싶은 게 걷기 재활치료였는데 이제 걸을 수 있으니 감통치료와 언어치료에 집중하고 있어요.
▲ 면봉을 집어 올리며 장난치는 진우. 감통치료 후 진우는 면봉같이 작은 물건을 손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어? 지금 진우가 ‘엄마’라고 한 거 아니에요?”
아빠: 언어치료 받기 시작한지 한 달(?)정도 됐어요. 이제 듣긴 듣는데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인지를 못한대요. ‘엄마’라고 하면 정확하게 ‘엄마’하고 듣는 게 아니고 소리만 들리는 거래요. 뒤에서 ‘진우야’하고 부르면 소리가 들리니 일단 뒤돌아보는 거죠. 그때 사람이 말하는 입 모양을 보고 ‘아 이게 나를 부르는 거구나.’하고 인지한다는 거예요. 우리 진우가 얼마만큼 빨리 받아들이는가가 중요하대요.
TV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진우가 갑자기 ‘어! 어!’ 큰 소리를 냅니다.
담당자: 요즘 진우가 이렇게 소리를 내요. 전엔 정말 소리를 하나도 못 냈거든요.
어? 어머니 지금 진우가 ‘엄마’라고 한 거 아니에요?
아빠: 기도를 막고 있던 살을 떼어 낸 뒤로 이렇게 소리를 내더라고요.
담당자: 2월에 했던 수술을 말씀하시는 거죠?
아빠: 네! 의사 선생님이 ‘기도를 막는 살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진우가 소리를 못 내는 것 같다’고 하셔서 (수술을)받았죠.
담당자: 제가 진우네 한 달에 한 번 방문하거든요. 예전엔 진우가 짜증도 많이 냈었는데 요즘은 표정도 많이 밝아지고, 가끔 표현도 하더라고요. 웃기도 하고요.
아빠: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감정표현을 할 수 있어 그런가, 조금씩 좋아지더라고요.
의료 물품도 꽤 부담됐을 거 같아요.
아빠: 진우 우윳값만 해도 한 달에 40 몇만 원이에요. 두 상자만 사도 20만 원인데 진우는 두 상자론 부족해요.
담당자: 저희가 한 번에 100만 원어치를 사는데 그걸 3개월치로 생각하고 진우네 전달하고 있어요.
▲ 진우에게 필요한 특수분유. 이만한 상자 하나가 8,000~10,000원입니다. 현재 진우는 이 상자 하나로 2일을 버티고 있지만, 진우가 조금 더 자라면 1일 섭취량이 될 겁니다.
아빠: (특수)분유하고, 크린조(목에 달린 의료기구 소독에 사용하는 액체)만 몇 개 사도 절반이 나가요. (크린조)많이 쓸 때는 한 번에 10개, 적게 쓸 때는 한 번에 5개 정도를 써요. 진우가 습관성 기침을 자주하는 편인데, 그럴 때 목에서 피가 나요. 요즘 자주 그래서 (크린조를)더 많이 썼어요. 피가 많이 나면 기도가 막힐 수 있어 소독을 자주해줘야 하죠. 그래도 피가 굳어 관이 막힐 때가 있어요. 집에서 뚫어줄 수 있을 땐 괜찮은데 관의 밑부분이 막혀버리면 병원에 가야지 방법이 없어요. 기도가 막히면 한 20%정도 밖에 숨을 못 쉬거든요.
담당자: 아버님이 말씀하신 것 외에도 한번만 쓰고 버리는 의료품들이 더 있는데, 정말 너무 비싸요.
▲ 진우에게 필요한 일회성 의료품들. 담당자가 직접 3개월에 한번씩 진우네로 의료품을 전달합니다.
아빠: 그래도 의료품을 지원해주신 덕에 생활이 많이 달라졌어요. 전엔 월급 타서 진우 의료품 사면 (돈이) 없는 거예요. 집세에 관리비까지 공과금에 생활비까지 밀리면 은행에서 대출 받아 생활했어요. 저희에겐 정말 부담스러운 비용이었는데 그 부분이 해결된 거죠.
▲ TV에 뽀로로가 나오자 진우가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런 진우의 모습에 환하게 웃었습니다.
병원에 가면 어떤 진료를 받나요?
아빠: 기본적으로 매번 들르는 곳은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예요. 소아청소년과에서만 폐, 고혈압, 목, 뇌병변 등 3~4개 정도 관련 진료를 받아요.
담당자: 과마다 진료비가 다르지만, 비용도 꽤 많이 들어요.
아빠: 적은 곳은 2만 원, 많은 곳은 6만 원 정도 들어요. 진우가 MRI같은 사진을 찍느냐, 피검사를 하느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져요. 뭐, 심전도 검사나 폐 검사는 (의료비가) 좀 많이 나오는 편이죠.
담당자: 진우는 태어날 때부터 신체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곳이 없다고 보시면 돼요. 한번 병원에 가면 기본적으로 4~5개 과에서 검진과 치료를 받아요. 빈혈이 심해 내과도 가고, 소아청소년과 진료, 재활치료까지 모든 외래진료비를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전부 지원하고 있어요.
▲ 진우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마다 받아 놓은 외래진료비 영수증들
후원자님들께 전하는 메시지
아빠: 우리 진우에게 관심 가져주신 분들(후원자님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모르는 사람을 보고 그렇게 마음을 쓰고, 신경을 써준다는 게 진짜 고맙죠. 사실, 결혼 전엔 진우 같은 아이를 봐도 아무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아빠가 되고,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마음 고생도 많이 하다 보니 진우 같은 아이들을 보는 마음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냥 우리 진우를 바라볼 때와 똑 같은 마음이 생겨요. 그게 참… 진짜 마음의 변화가 오더라고요. 그분들(후원해주신 분들)도 그런 마음이겠지 생각하면 미안할 정도로 정말 감사해요.
▲ 카메라를 들이밀자, 얼굴에 손을 가져가며 포즈를 취합니다.
진우의 치료는 이제 시작일지 모릅니다. 섭식치료도 받아야 합니다. 아직도 받아야 할 외래진료도 많습니다. 얼마 전 뇌병변 1급 장애진단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진우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재활치료에 적응했습니다. 벌써 이만큼 따라와 준 진우가 기특하고,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지원을 시작한지 이제 반이 지났습니다. 2018년 가을, 진우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할지 상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후원자님들의 소중한 후원금 덕분에 진우는 재활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빠르게 변화 중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앞으로도 후원자님께서 보내주신 관심과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고, 위기가정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진우네 지원내역] 의료비 5,807,900원, 생계비 3,360,960원
■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2010년부터 자연재해, 가족구성원의 사망, 소득 중단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과 가정에 의료비, 생계비, 교육비, 주거환경개선비 등을 지원하는 위기가정지원사업을 벌여왔습니다. 지난 2017년 진우와 같은 아동 338명에게 생계비 110,140,480원, 교육비 15,872,970원, 의료비 45,379,650원, 주거환경개선비 17,650,900원, 임시주거비 4,128,000원, 교복지원 23,000,000원을 지원했습니다.
글 이정림(마케팅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