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이야기는 4년째 전쟁이 계속되는 예멘에서 어린 아들을 키우며 사는 슈케이나Sukaina의 일기입니다. 슈케이나는 올해 28세로 세이브더칠드런 예멘 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예멘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삶의 어려움을 이야기를 통해 들여다봅니다.
예멘 엄마의 일기① - 떨어지는 폭탄, 지금이 마지막 순간 일지도 몰라
슈케이나
(원문: Will it be the end?)
▲“공습이 시작되면 양 인형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어요” ⓒ Takayo Akiyama / Save the Children
아침입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지금도 오늘 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 많은 생각이 들어요. 폭격이 시작될까요? 지난 몇 달간은 조용했지만, 최근에 공습이 재개됐거든요.
지금 사는 아파트에 처음 이사 왔을 때 남편이랑 아들이랑 셋이서 얼마나 신 났었는지 기억나요. 9층이라 사나Sana 시내가 훤히 보이는 뷰가 최고거든요. 물론 전기가 항상 들어오는 건 아니니 매일 계단을 올라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하지만 이사 온 바로 그날 공습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그날 밤 네 번의 폭격이 있었는데 하필 친정어머니와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가 사는 지역이었어요. 친정어머니께 전화해서 최대한 창문에서 떨어지고 조심하시라 말씀드리는 수밖에 없었죠. 어머니의 괜찮다는 문자를 받고 나서야 안심하고 잘 수 있었어요.
공습이 시작되면 세 살짜리 우리 꼬마와 누워서 외눈박이 양 인형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어요. 이 건물에는 대피소가 없어서 공습이 시작되더라도 집에 있는 수밖에 없어요. 계단으로 내려간다 하더라도 9층이나 되는데다, 딱히 갈 수 있는 곳도 없습니다.
가끔은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크게 틀어서 폭격 소리를 흘려보내려 해요. 아니면 머리 위에서 들리는 항공기 소음을 그저 듣고 있을 때도 있어요. 우리 꼬마는 엉뚱하게도 비행기를 좋아하는데, 어딜 가든 오렌지색 비행기 장난감 챙기고 항공기가 공중에 맴돌면 신나서 폴짝폴짝 뛰어다니곤 해요. 아이는 “우와! 비행기 보러 가요, 엄마!”라고 하죠. 하지만 아이를 창가에서 떼어 놓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나 공항이 폐쇄된 후로 운영하는 공항이 없는데 항공기가 떴다는 건 단 하나를 의미합니다. 폭탄. 비행 소리가 가까워지면 머릿속엔 같은 생각이 맴돕니다. “지금이 마지막 순간 일지도 몰라.”
아들을 위해서 차분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마음속으론 폭격을 당하면 절대 빠져나갈 수 없으리라는 걱정에 완전 패닉 했을지라도 말이죠. 아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엄마의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우리 아들도 “엄마 웃어요, 엄마 슬프지 마! 행복해야 해요” 하고 말하곤 하죠.
그래서 행복하려고 노력합니다. 우리나라가 전쟁 중 일지라도, 폭탄이 떨어질지라도, 사람들이 굶주릴지라도, 저는 아들을 위해 웃으려고 또 행복해지려고 노력합니다.
오늘밤 잠들기 전에, 저희를 떠올려 주세요. 공습의 소음도, 폭탄에 날아갈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없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그려주세요.
폭력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은 그 여정의 첫발부터 삶을 위협하는 위기를 마주합니다. 가장 먼저 마주치는 위험은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적인 의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사용되는 무차별적 폭발 무기입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5월까지 1,316명의 예멘 아동이 분쟁 기간 중 사망하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었습니다. 분쟁지역의 6대 중대범죄 중 하나인 사망 및 심각한 상해의 원인은 대부분 공습, 폭격 및 총격으로 발생합니다.
실제 지난 1년간 발생한 공습으로 최소 226명의 예멘 아동이 사망했고 217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중 아동 210명의 삶을 산산조각 낸 폭발은 아동이 집 안 혹은 집 근처에 있을 때 발생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예멘 사무소장 타메르 키를로스(Tamer Kirolos)는 “인구밀집 지역에서 폭발 무기를 사용하는 방식은 모든 것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잔인한 전술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안전함을 느껴야 할 집에 오히려 폭탄이 떨어지는 공포는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라며 예멘 아동이 처한 현실을 강조했습니다.
고향을 떠난 가족들이 모든 위험에서 살아남아 상대적으로 안전한 장소를 찾더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피난민을 받아들이는 지역사회 역시 전쟁으로 힘든 상황인데다 임시 캠프의 부족한 식량과 위생상태도 큰 문제입니다. 국가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붕괴한 까닭에 어린 아동들은 영양실조와 질병에 시달리며 약 1,400만 명의 사람들이 기아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2015년부터 이미 예멘에서 85,000명의 아동이 극도의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예멘 엄마의 일기② - 전쟁터가 된 고향을 떠나야 할까요, 남아야 할까요?
글, 번역 신지은(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