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이야기는 4년째 전쟁이 계속되는 예멘에서 어린 아들을 키우며 사는 슈케이나Sukaina의 일기입니다. 슈케이나는 올해 28세로 세이브더칠드런 예멘 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예멘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삶의 어려움을 이야기를 통해 들여다봅니다.
예멘 엄마의 일기② - 전쟁터가 된 고향을 떠나야 할까요, 남아야 할까요?
슈케이나
(원문: Giving birth as bombs are falling / Staying? Or going?)
생각만 하면 코끝이 찡한 우리 아들. 세 살이 된 아이가 세상에 대해 아는 거라곤 전쟁뿐입니다.
아이를 낳던 밤에 일어난 일을 말씀드릴게요.
진통이 시작된 건 자정이 다 된 시각이었어요. 전기가 끊긴 탓에 병원 세 곳을 전전한 뒤에야 출산이 가능한 병원을 찾을 수 있었어요. 곳곳에서 공습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 두려웠습니다. 결국, 제왕절개가 필요한 상황이 오자 전신마취를 하기로 했어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까지 폭격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첫 숨을 들이쉰 순간부터 전쟁이 아이 삶의 일부가 된 거에요. 이제 전쟁은 아이의 어린 시절을 앗아가고 있어요. 고작 세 살 밖에 안된 아이의 삶을 말이죠! 아이는 밖에 나가고 싶어하고 세상을 알고 싶어하지만, 안전한 실내에 데리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콜레라에 걸릴 수 있어서 물놀이도 어렵고 길가는 위험해서 축구를 할 수도 없어요.
아이에게 주고 싶었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어요.
전쟁 전에는, 온 가족이 모이는 행사를 열곤 했어요. 다 같이 식사를 하고 아이들이 함께 뛰놀던 행복한 시간이었죠. 이제는 모이면 전쟁 얘기밖에 하지 않습니다. 모두 많이 지쳤고 흘린 눈물만큼 녹초가 됐어요. 전쟁이 지겨워요. 아이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안전한 삶을 원합니다.
▲ 아이에게 주고 싶었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어요. ⓒTakayo Aklyama / Save the Children
떠나야 할까요, 남아야 할까요?
전쟁은 우리 가족뿐 아니라 예멘 전역의 모든 가정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놨고 많은 이들이 떠나갔어요.
남편은 좋은 직업을 갖고 있었지만, 경제가 무너지면서 직장을 잃었어요. 학위도 있고 영어도 잘하지만,지금은 그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벌써 2년 넘게 공무원, 공립학교 교사, 의사도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거든요.
오빠는 치과의사였는데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사에게 급여를 줄 수 있는 사립학교에 직장을 잡은 것만으로도 기쁘게 생각할 일이에요. 친척 중 하나는 정말 좋은 회사에서 재무 담당자로 근무했지만, 전쟁이 시작되자 회사가 문을 닫았어요. 지금은 아내와 두 딸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간절하게 원하고 있습니다. 딸들을 굶기지 않을까 매일 걱정하는 탓에 늘 지쳐있고 안색은 창백해 걱정돼요.
운 좋게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저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은 대가족을 책임지곤 합니다. 부모님, 오빠의 가족, 할머니, 그리고 친척의 가족까지 모두 제가 부양하는 대가족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주 기본적이고 그마저도 충분치 않을 때가 많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낫다는 걸 알아요. 상점에선 물건들이 아주 비싸게 팔리고 있어요. 예전엔 별생각 없이 샀던 기저귀도 이제는 사치품이 됐습니다. 기저귓값을 감당할 수 없어서 새로 태어나는 아기들은 비닐봉지와 큰 아이들 속옷으로 기저귀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어요.
▲ 전쟁이 아이의 어린 시절을 앗아가고 있어요 ⓒTakayo Aklyama / Save the Children
교통, 병원, 학교, 어린이집… 모든 것이 무너졌어요.
지난 6개월간 아들의 유치원을 7번이나 옮겼습니다. 아이들은 많은데 선생님이 부족하다 보니 집에 돌아올 때쯤엔 아이가 지저분해서 오곤 해요. 보통 아이 10명당 한 명꼴로 보육교사가 있습니다. 요새 들어선 직장에서 가까운 유치원을 찾고 있어요. 혹시라도 공습이 시작되면 바로 아이를 데리고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하니까요.
몇 달 전에는 예멘을 떠날 기회가 있었어요. 남편이 말레이시아에서 좋은 일을 찾았거든요. 처음엔 남편을 따라 합류할 생각이었지만 결국엔 다시 돌아오기로 했어요. 아마 다들 ‘도대체 왜?’ 하고 궁금해하시겠죠.
모두가 예멘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 가족을 책임지는 저는 그럴 수 없어요. 가족들을 버릴 수 없는 것처럼 국가도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나의 조국, 가족, 친구들이 생존을 위해 허덕일 걸 알면서 다른 나라에서 살아간다면, 정신적으로 너무 지치고 즐거워도 즐거울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전 여전히 예멘에서 살아갑니다.
바깥세상이 우리의 상황을 외면한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슬퍼요. 세이브더칠드런과 후원자님께서 저희를 잊지 않았단 사실에 너무나 감사해요. 세이브더칠드런이 예멘에서 하는 구호활동을 직접 볼 때 큰 위안이 됩니다.
글, 번역 신지은(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