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튜브, 그거 애들 못 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뉴 키즈 온 유튜브 ①에서 이어집니다.)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분명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 있는 유튜브. 우리 아이들과 유튜브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까요?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유튜브 사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김아미 선생님과 금준경 기자의 발제 후에 다섯 명의 토론자와 함께 아동과 유튜브에 관해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하자센터(서울시립 청소년 직업체험센터) '문제없는 스튜디오' 이준택 PD는 청소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제없는 스튜디오’ 프로젝트를 소개했습니다. 문제없는 스튜디오에서는 청소년들이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안전한 공간에서 마음껏 이야기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자원을 제공합니다. 미디어에서 청소년 문제에 대해 공공연하게 다루지만 실제 문제를 겪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듣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사각지대 청소년이라고 하면 뭔가 사람들이 도움을 줘야 할 것 같고, 위축되어 있을 것 같다고 많이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청소년들은 사각지대로 밀려난 게 아니라 사각지대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사각지대가 더 안전하다고요. 어른들에게 발견되어 봐야 더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면서도 ‘어른들한테 절대 말하지 마’ 이렇게 결론을 내리는 청소년들이 많거든요. 이런 간극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하자센터(서울시립 청소년 직업체험센터) '문제없는 스튜디오' 이준택 PD
유튜브에서 루루체체TV를 운영하는 송태민 씨는 딸들과 함께 유튜브를 하면서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을 만들 때는 최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아이들이 다치거나 우는 내용은 절대 찍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우는 영상을 올리면 조회 수가 많이 나오지만, 그런 영상은 찍지도 않고, 딸들에게도 보여주지 않는다고요.
“요즘은 아이디어 회의를 많이 하거든요. ‘아빠, 종이 잘라서 인형 옷 입히는 게 있는데 이거 너무 재미있어. 이거 찍으면 안 돼?’ 그건 사실상 조회 수가 나오지 않지만 딸들에게 ‘할게’라고 하죠. 애들이 인기 있으려고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키즈채널 '루루체체TV'를 운영하는 송태민 씨
축하공연을 했던 래퍼이자 초등학교 선생님인 달지는 아이들이 유튜브의 혐오표현을 따라 하거나 자극적인 영상을 찍어서 올리려는 걸 보면서 처음에는 유튜브에 굉장히 부정적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유튜브에 관해 공부를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더 친해지고, 대화도 많이 나누게 되었다고요. 유튜브를 활용하니 아이들이 수업에 더 적극 참여하고, 아이들에게 온라인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생생하게 교육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집,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만큼 온라인에서 생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혼자 생활해요. 어른들과 함께 만날 수 없어요. 그런데 아이들과 제가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장이 열리다 보니까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온라인 사용 태도를 교육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래퍼인 달지
달지는 유튜브를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면 아이들과 유튜브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유튜브 영상과 채널, 그리고 온라인 사용 태도에 대해 돌아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덧붙여 유튜브를 제작하는 아이들에게는 자기 이해와 자기표현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조회 수나 구독자 수 에 끌려가지 않게 어른들이 계속해서 올바른 가치를 말하고 격려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제충만 아동권리옹호 활동가는 부모님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키즈채널에 대해 생각해 볼 지점들을 짚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의견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부모가 기획한 놀이의 틀 안에서 아이들의 반응을 촬영하는 경우 놀이에 대한 아이의 주도성과 자발성이 결여되기 쉽다고 합니다. 더욱이 키즈채널은 부모와 자녀 둘밖에 없기 때문에 영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아이가 아동노동의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제충만 아동권리옹호 활동가
“부모님들의 선의를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아동학대 같은 경우도 친부모에 의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80% 가까이 되거든요. 그분들이 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 ‘이게 그렇게 문제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중략) 편안한 집이 언제나 촬영이 이루어지는 환경이고, 자기의 마음을 열어놓아야 하는 부모가 어떻게 보면 자기를 계속 찍고 있는 사람인 거죠. 그런 상황에서 자란 아이가 유튜브 촬영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잘못된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수 있어요”
키즈 유튜버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너무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어려울 수도 있고, 나중에 자라서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의 영상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제충만 활동가는 우리 사회가 아동권리와 유년기를 지켜주기 위한 노력을 유튜브에서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승한 TV 칼럼니스트는 TV가 지금의 유튜브 생태계 구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했습니다. 1990년대에는 키즈콘텐츠, 로우틴 콘텐츠, 하이틴 콘텐츠가 각각 방영되었는데, 2000년대 이후에는 교육이나 청소년, 아동과 관련된 콘텐츠를 다루는 채널이 점차 사라졌다고 합니다. 물론 TV에서 12세 관람가, 15세 관람가 예능이 있지만 해당 연령대의 아이들이 보기에 그렇게 유해하지 않은 정도에 맞춰져 있을 뿐, 성인들이 성인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지요.
▲이승한 TV 칼럼니스트
“아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굳이 담아내지 않아도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익을 거두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에 TV에서 10대의 이야기, 어린이들의 이야기는 점점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등장하게 되더라도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게 아니라, 이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뻔한 연애담을 반복하면서 청소년의 욕망, 아동의 욕망이 대변되지 못하고, 성인들의 욕망만 과도하게 재현하게 되죠. 이런 영향들이 유튜브 생태계에서도 비슷하게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승한 칼럼니스트는 사람들의 관심을 얻어야 내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관심의 경제가 작용하는 곳이 바로 유튜브이기 때문에, 유튜브 채널에 대한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토론 후에는 유튜브 사용에 관한 구체적인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아이가 유튜브를 하고 싶다고 할 때 어디까지 들어줘야 할까요?’에 대한 답변으로 김아미 선생님은 유튜브를 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별것도 아닌 걸 찍어서 올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해도 된다고 하는 것보다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조금씩 시작해보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를테면 댓글을 닫아놓고 시작한다든지, 유튜브 촬영 과정에서 무엇이 좋고 싫은지를 얘기해 본다든지요.”
▲질의응답에 답변하는 발제자와 토론자
어느 고등학생이 ‘어떻게 유튜브 속 영상을 바르게 볼 수 있는지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해 여쭤보고 싶어요’라고 질문하자 래퍼 달지가 대답했습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들과 유튜브에 관해 얘기를 많이 해보면 좋겠어요. 추천 영상들만 계속 보는 게 아니라 역으로 검색도 해보고요. 어떤 영상을 그대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다른 시각이 있지 않은지 찾아보면서 세상을 스스로 넓혀보는 노력을 해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이승한 칼럼니스트는 어떤 채널을 좋게 봤고 안 좋게 봤는지 자기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건 그냥 재미가 없어서 싫어요’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왜 재미가 없다고 느꼈는지 서툴게나마 설명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변에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으면 블로그나 SNS에 기록하세요. 미디어를 분석하고 내 나름대로 재해석을 하는 과정에서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이야기를 나눠보는 거죠.”
▲포럼에서 질문하는 청중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했을 때 우리는 반쯤은 호기심, 반쯤은 두려움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어떤 부분이 두드러질 때 마치 그게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쉽고요. 유튜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유튜브가 종이의 앞면 뒷면처럼 단편적으로 나누어져 있는 게 아니라 입체 도형처럼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에 더 자세히 살펴보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온라인 환경은 청소년기 아동이 참여할 수 있는 범위나 수준을 확대하는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청소년은 온라인 환경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배우고,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놀고, 사교를 맺고, 정치적 의제에 참여하고, 구직의 기회를 찾는다’ 라고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온라인 환경에서, 특히 유튜브라는 새로운 미디어 속에서 다양한 기회를 발견하는 동시에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글 한국화(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사진 김흥구,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