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일 뉴스를 통해 접하는 분쟁 지역 소식은 정부나 반군 조직의 대변인, 대통령의 트위터, 유엔을 대표하는 누군가의 입을 통해 전해집니다. 하지만 난데없는 분쟁으로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민간인, 꼭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이들의 목소리를 전달해 드립니다.
시리아에서 폭격을 피해 동굴에 숨어 지낸 가족의 사연이 공개됐습니다. 무려 6년간이나 동굴 속에서 지낸 것입니다. 시리아 하마(Hama) 지역에 거주하던 신혼부부는 인근 지역의 분쟁이 격화되자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폭격을 피해 도망가던 부부는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찾을 수 있던 가장 안전한 장소를 발견합니다. 동굴이었습니다.
▲ 아잠(25세, 아버지)의 가족은 현재 공터의 나무 아래에 천막을 치고 지내고 있다.
“지난달까지 6년간 동굴에서 지냈습니다. 저희 부부가 낳은 첫 딸은 건강한 아이였어요. 하지만 동굴에 온 지 4개월쯤 되었을 때 동굴 입구에 폭탄이 떨어졌어요. 이때부터 아이의 눈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아이의 눈이 계속해서 움직였고 시력이 계속 약해졌습니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 보니 눈동자떨림증(Nystagmus, 무의식적인 눈동자 떨림이 나타나는 증상)을 진단받았어요.”
첫째 딸인 살와(6살, 여)와 둘째 잇사(3살, 남), 막내 무라드(14개월, 남)는 어두컴컴한 동굴에서 모든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모두 시력이 나빠졌고 햇빛 아래서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합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폭격 아래에 아이들을 둘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 살와와 잇사는 밝은 빛 아래서 눈을 뜨기 어렵다.
“동굴은 어둡고 빛이 잘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폭격의 강도가 세지는 날에는 아이들을 밖에 나가도록 둘 수가 없었습니다. 10분 정도만 밖에서 놀도록 하고 다시 안으로 데려오곤 했죠. 때론 동굴 밖에서 놀도록 둔 적이 있었는데 헬리콥터가 지나가는 걸 본 거에요. 그 엄청난 굉음과 내리쬐는 햇볕을 보고 아이들이 놀랐는지 한참을 울었어요. 제가 어두운 곳으로 다시 데려오고 난 뒤에야 눈을 다시 뜨더군요.”
아이들 모두 극도의 심리적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폭격 소리가 들리면 둘째 잇사는 귀를 막고 주저 앉아 버립니다. 지난주에도 폭격 소리가 들릴 때마다 몇 번이나 그러는 걸 봤어요. 살와는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모르면서 내달리기 시작해요. 그리곤 뭐든 눈에 보이는 곳으로 가서 숨어버려요. 바위나 철근 뒤에 숨어서 제가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에요.”
▲ 한여름에는 36도까지 치솟는 기온이지만 가족이 쉴 공간은 담요을 이어 세운 천막 뿐이다.
얼마 전 심해진 교전으로 가족들은 동굴에서 나와 거주지를 옮겨야 했습니다. 현재 이들은 다른 피난민들과 함께 공터에 임시 텐트를 만들어 지내고 있습니다. 아버지인 아잠(25세)은 건축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였지만 이들리브로 피난을 온 뒤 직업을 얻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의 수술비입니다. 피난길에 오른 이들에게 수술비를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 세이브더칠드런의 지원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또래처럼 공부하고, 배우고 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딸 아이는 두 걸음만 떨어져도 잘 보지 못합니다. 교실에 앉아도 칠판을 볼 수가 없어요. 병원에서는 안경을 맞춰줬지만,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어요. 치료해주고 싶어 여러 명의 의사를 만나봤어요.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레이저 수술과 성형 수술을 병행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하지만 비용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저는 차도 없는데 그 멀리 병원까지 가기도 어렵죠. 피난을 온 뒤로는 직장이 없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잠의 가족을 위해 아이들의 병원 진료비를 지원했습니다. 치료를 위한 의약품과 안경 구매를 지원했고 가재 도구와 음식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세 아이를 위해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는 아버지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전쟁이 계속되는 한 아이들의 회복은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 시력을 교정하기 위해 안경을 맞춰보지만 이미 악화되기 시작한 탓에 수술이 시급하다.
북부 시리아 전역에는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가족들이 있습니다. 식량을 비롯해 구급 약품과 깨끗한 물이 필요합니다. 또한, 아이들을 위한 보호 활동과 교육 및 생활 지원, 보건 영양 프로그램이 시급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2개의 실향민 캠프를 비롯해 진입조차 어려운 북서부 시리아 전역의 50개 장소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쟁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세이브더칠드런의 창립자 애글렌타인 젭은 ‘오늘날의 근시안적 경제정책, 정치적 실패, 그리고 전쟁의 가장 가혹한 대가를 치르는 이는 바로 어린이들이다(It’s children who pay the highest price for our short sighted economic policy, our political blunders, our wars)’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시리아는 정부와 무장 단체만 남아 그들만의 전쟁을 치르는 곳이 아닙니다. 그곳에 아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아이들입니다.
글 신지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