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마음의 거리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뉴스에 스쳐 지나가는 전쟁의 비극은 더 이상 우리의 눈과 귀를 잡아끌지 않습니다. 외면해버리고 나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도 전쟁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화 <사마에게>는 여전히 여기 누군가 살아있다는 외침 같습니다. 그 외침을 듣고 함께 말하기 위해 역사 강의의 큰별쌤 최태성 강사와 이은선 영화전문기자가 아동권리영화제에 함께했습니다.
▲ (왼쪽부터) 이은선 영화전문기자, 최태성 역사 강사
어떻게 아동권리영화제 시네마 토크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이은선 | 일상에서 ‘권리’를 쉽게 혹은 깊이 있게 생각해 볼 계기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계기가 주어지면, 관심이 따르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평소 아동의 권리에 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지만, 이렇게 영화제에 참여할 때마다 새롭게 환기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하는 아동권리영화제가 저한테 유의미한 활동인 것 같아요.
최태성 | 일상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까 아이들에 관한 여러 일들을 이해하고 경험하기 쉬운데요. 아동권리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어요. 바쁘다 보니 공감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이런 기회를 통해서 아이들과 권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싶어요.
▲ 영화 <사마에게> 포스터
영화 <사마에게> 보시면서 어떠셨어요?
최태성 | 시리아 내전의 배경이라거나, 역사는 알고 있어서 주제 자체가 생소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영화 속 사람들과 눈높이를 못 맞추는 것 같아 깜짝 놀랐어요. ‘나 되게 무심했구나’ ‘왜 이렇게 건조하게 살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시리아 내전을 몰랐으면 나름 면죄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시리아 내전을 잘 알고 있음에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음에도, 그렇게 많은 난민들이 생기고 있음에도, 내가 그저 어느 나라 뉴스의 한 조각으로 치부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저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어요. 너무 미안했어요.
이은선 | 저는 뉴스에 나오는 단편적인 모습을 보면서 시리아 내전을 잘 안다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내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전장의 상황과 일상은 전혀 다른 그림이거든요. 영화를 보면서 내가 얼마나 표면적으로 세계를 이해해 왔는지 돌아보게 됐어요. 많은 분들이 ‘내가 왜 이렇게 어둡고 참혹한 현실을 영화로 봐야해?’라고 자문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뉴스 화면이 아닌 ‘진짜 시리아’를 담은 <사마에게>는 여러분께 진솔하고 용기 있는 고백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봅니다. 관람을 마음먹기까지 쉽지 않지만, 꼭 봐야하는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어요.
▲ 영화 <사마에게>의 한 장면
<사마에게>는 시리아 내전의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있나요?
최태성 | 우리가 역사를 공부할 때 일반적으로 정치사에 집중해요. 정치적 환경 속에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역사에서 잘 다루지 않아요. 그런데 진짜 역사를 구체화하려면 그들의 생활사를 봐야 하거든요. <사마에게>는 정치사적 변수 속 ‘삶’이라는 종속변수에 주목해요. 그 종속변수가 산 역사일 수 있어요. 삶이 역사니까요. 역사를 밖에서 바라보는 우리를 쭉 안쪽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현장 속에서 사람들과 호흡하도록 하는 그런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이은선 | 시리아 내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같은 내용을 다루더라도 외부의 시선으로 찍었다면 완전히 다른 영화였을 거예요. 말하자면 병원이 폭파되는 외관을 담은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누가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담은 영화거든요. 정확한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최태성 역사 강사
<사마에게> 한줄평을 남기신다면요?
이은선 | 한줄평…. 저는 직업으로 한줄평을 접근하는 일이 많다 보니까, 영화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으면서 재치도 있어야 해서 부담을 느끼거든요(웃음).
최태성 | 저는 직업으로 하지 않으니까요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웃음). 여기에도 노멀 라이프(normal life)가 있다.
이은성 | 사마, 희망의 다른 이름
최태성 | 오, 묵직한데요?
▲ 이은선 영화전문기자
많은 분들이 참여하시도록 아동권리영화제 추천 부탁드릴게요.
최태성 | 일상에서 무뎌진 우리의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귀 쫑긋하고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둘러보는 삶을 지향하는 분들께 아동권리영화제를 추천합니다.
이은선 | 사회에서 혼자 외딴 섬처럼 살아갈 게 아니라면, 본인이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감각을 느끼며 사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와 가까이 있지 않은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건 어려운 일인데, 영화라는 매체와 영화제라는 자리가 내가 알지 못했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해줘요. 또, 타인의 고통과 기쁨, 좌절에 공감하는 감각을 지닌다는 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 중 하나거든요. 생활이 바빠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지 못하셨다면, 아동권리영화제에서 공통의 감각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최태성 | 저 한줄평 바꿔도 되나요?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있다. (웃음)
글 한국화(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