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영화는 상상 속 이야기이지만 때로 현실보다 더 현실을 잘 말해줍니다. <영하의 바람>도 그렇습니다. 어른들이 결정한 세상 속에서 ‘영하’가 혼자가 되는 시간은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실과 닮았는데요. 무관심과 폭력 속에서 자라가는 아이들은 한겨울 찬바람을 견디는 듯한 모습입니다. <영하의 바람>에서 아이들의 외로운 성장을 잘 담아낸 김유리 감독과, 아동학대 현장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안산시 아동보호전문기관 김민정 관장을 만나 수많은 ‘영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왼쪽부터) 김민정 관장, 김유리 감독
관장님께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영하’와 비슷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실 텐데요. 영화 보시면서 어떠셨어요?
김민정 | 아동학대 현장에서 아이와 학대행위자를 만나보면 마냥 학대행위자를 미워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았어요. 그들 역시 좋은 부모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부모가 되고, 처한 현실과 상황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었거든요. 영화를 보면서 현장에서 느꼈던 감정이 생각나서 감독님이 이런 부분을 어떻게 잘 아시는지 궁금했어요. 오늘 시네마 토크에서 직접 감독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니까 좋더라고요.
감독님께서는 오늘 시네마 토크 어떠셨나요?
김유리 | 아동권리영화제에서 <영하의 바람>을 상영하고, 이렇게 같이 얘기하는 시간이 있어서 굉장히 반가웠어요. 특정한 주제를 놓고 영화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이 없었거든요. 한편으로는 영화 속 상황을 명료하고 치밀하게 분석하는 점이 조심스럽기도 했어요.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보다 제 생각을 실제로 직접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 영화 <영하의 바람> 포스터
<영하의 바람> 감독으로서 영화의 관람 포인트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유리 | 영화가 세 개의 시간대로 구성되어있고, 그때마다 아이들 캐스팅이 달라져요.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모습이 바뀌는데, 아이들이 처한 현실은 조금도 변함이 없는 게 좀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기를 확실히 나누어서 캐스팅에 변화를 줬거든요. 관객분들이 배우 얼굴이 자꾸 변하면 집중하기 어려우실 것 같다는 우려도 있는데요. 이렇게 숨은 의도를 말씀드리면, 조금 더 편하게 영화를 보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 안산시아동보호전문기관 김민정 관장
관장님께서는 <영하의 바람>에서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셨나요?
김민정 | 여러 상황 속에서 부모들도 최선의 선택을 하겠지만 그 선택의 과정에 아이들이 없어요.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아동의 권리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도 아동의 교육권과 선택권을 생각하면서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동권리영화제에 참여하시는 분들께 <영하의 바람>을 짧게 소개해주세요.
김유리 | 세 문장으로 얘기하면요. 12세 관람가고요.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예요. 그런데 어른들이 더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김민정 |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해주는 영화예요. 혼자였던 아이들이 마지막에는 서로 곁에 있어주거든요.
▲ 영화 <영하의 바람>을 제작한 김유리 감독
<영하의 바람>을 보시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김유리 | 스스로 존엄하다고 인식하는 게 태어나는 순간, 혹은 성인이 되는 순간에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잖아요. 건강한 성인으로 사회에 나가기 위해 단순히 보호와 지원만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영화를 찍는 내내 아이들에 대한 존중이 얼마나 절실한지 생각했어요. 이번 영화제와 시네마 토크를 보시면서 아이들이 단순히 약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닌, 결정권을 지닌 한 사람으로서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김민정 | 아이들의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보통은 어른들 입장에서 최선의 상황을 생각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되잖아요. 바쁘게 살아가는 어른들이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글 한국화(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