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잘 될 거야’라는 말보다 책의 한 구절이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책 읽어주는 남자’로 잘 알려진 전승환 작가는 SNS에서 책 속의 좋은 글귀를 소개하며 위로를 건넵니다. 올해 초에는 인생의 문장들을 엮은 에세이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는데요. 최근에는 좋은 글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과 더불어,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자 세이브더칠드런에 후원했습니다.
어떻게 세이브더칠드런에 후원하게 되셨나요?
혼자 잘 사는 것보다 더불어 살면 더 행복하다는 생각에 후원하게 되었어요. 누군가는 제가 누리는 것들을 누리지 못하잖아요. 제가 가진 걸 사람들과 나누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죽으면 다 가지고 가지도 못할 텐데요. (웃음) 나누면 기분도 좋고요.
작가님은 어린시절 어떤 아이였나요?
왜소하고 키가 작았어요. 고2 때부터 고3 때까지 1년 만에 키가 25cm 컸어요. 그전까지는 반에서 1, 2번을 도맡아 했었고요. 외동아들이었고, 중학교 때는 왕따를 당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사랑받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외로웠으니까요.
어렸을 때 작가님에게 힘이 된 책이 있었나요?
닥터 노구찌라는 만화책이 있어요. 손에 장애가 있는 아이가 의사가 되어서 많은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이야기예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거든요. 그림체는 별로 안 예쁜데, 사람들에게 미움받던 주인공이 역경을 이겨내는 이야기가 저에게 큰 힘이 됐어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셨나봐요.
열린글방이라고 돈을 내면 책 빌려주는 곳이 있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거의 5000권을 봤던 것 같아요. 3500권 정도는 만화책이었고, 만화책을 다 보고 나서 볼 책이 없으니까 무협지를 봤어요. 무협지를 다 본 후에 볼 책이 없어서 토지라든가 태백산맥을 봤어요.
작가님의 책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을 잘 위로할 수 있을까요?
잘못 위로하면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위로가 필요한지 물어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옆에 가만히 있어 주는 것도 좋고요. 에세이(『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를 쓸 때도 제가 받고 싶은 위로를 썼어요. 제가 읽고 위로받았던 글귀들을 모아서, 어떻게 위로받았는지를 적은 거죠.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위해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많은 시설과 물품이 다 어른에 맞춰져 있어요.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도 어른 높이고, 계단도 그렇고요. 아이들 옷을 사러 가도 어른 눈높이에 걸려 있잖아요. 아이들의 시선에 맞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님께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해주시는 것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가 경험해보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느껴지긴 해요. 어린 시절 따돌림당했을 때 누군가 위로의 말을 해주면 ‘니가 뭘 알아’라는 반항심이 훨씬 컸거든요. 그래서 조심스럽긴 한데, 꼭 얘기해야 한다면 잘 버텨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가 어릴 때로 돌아간다면, 금방 지나갈 거라든가, 이겨낼 수 있다는 말보다 지금 잘 버텨내고 있다는 위로를 듣고 싶을 것 같아요.
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