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린이집, 유치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집 외에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에서 아이들은 안전할까요? 보건복지부의 2019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살펴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동복지시설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은 2010건으로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학대뿐만 아니라 안전사고가 발생해서 아이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보건복지부의 발표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 어린이집에서 연평균 7993건의 안전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아동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면 선생님에게 많은 책임이 돌아갑니다. 하지만 개인이 아동권리를 인식하고 법을 잘 지키는 것 이상으로 근본적으로 아동을 돌보는 기관에서 아동안전보호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등 아동을 보호하는 기관에서 아동학대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019년부터 <아동에게 안전한 기관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아동에게 안전한 기관 만들기>가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2019년부터 2년간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전 토기장이 지역아동센터 김미혜 센터장님과 안산 푸른나라 어린이집 황금순 원장선생님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동에게 안전한 기관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황금순 | 저는 안산에 있는 푸른나라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황금순이라고 합니다. 푸른나라 어린이집은 만 0세에서 만 2세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고요. 한국 나이로 4살까지만 보육하는 곳이에요.
김미혜 | 저는 대전에서 토기장이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김미혜예요. 센터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는데요. 유성구청 계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동에게 안전한 기관 만들기> 사업을 소개받아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동에게 안전한 기관 만들기> 사업에 참여해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황금순 |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워크숍을 하면서 아이들의 안전과 관련해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했어요. 어린이집에서 꼭 지켜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의논해서 행동강령도 만들고, 아동 안전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담당자를 세워서 아이들 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고요.
김미혜 | 행동강령을 만들 때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서 함께 만들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참여했는데, 어른들이 자기들을 어떻게 대해주면 좋겠는지 이야기하더라고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좀 기다려줬으면,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어떤 이유로든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학대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아이들도 저희도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토기장이 지역아동센터 행동강령
평소 어린이집이나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시면서 아이들 안전에 많이 신경을 쓰셨을 텐데요. <아동에게 안전한 기관 만들기>에 참여하시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황금순 | 원내 행사나 외부활동할 때 사전답사를 더 꼼꼼하게 했어요. 이전에 가봤던 곳이라도 다시 사전답사를 가서 나뭇가지가 없는 잔디밭이 있는지, 근처에 화장실이 있는지 살피고요. 아이들과 함께 차량 이동을 해야 할 때는 운전 기사분이 아동 안전 교육을 받으신 유치원 소속 기사님인지 혹은 일반 렌트 기사님인지 확인을 하고 안전벨트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합니다. 외부강사나 활동 도우미 선생님에게도 행동강령을 안내하고 지키겠다는 사인을 받고 있어요.
김미혜 |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을 채용할 때 의무적으로 하는 성범죄 경력조회 외에도 평판조회라든가, 아동학대 관련 인식을 확인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희 센터에 있던 오래된 CCTV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모든 곳에 CCTV를 달았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절차라든가,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 방법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게 됐어요. 아동안전과 관련해서 운영 규정까지 개정했어요.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황금순 | 아이들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중요성을 배웠어요. 어린이집 아이들 사진을 올리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이번 사업에 참여하면서 부모님들께 개인정보 동의를 받고,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졸업한 후에는 카페에서 탈퇴 처리가 되는 점을 안내했어요. 전에는 홍보를 위해 어린이집 외벽에 아이들 활동사진을 붙였는데 이것도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거라서 다 내부에 붙이는 것으로 바꿨고요. 선생님들한테도 절대 아이들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거나 개인 SNS에 올리지 않도록 교육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될 때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묻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김미혜 | 코로나 이전에는 아이들 데리고 캠프에 가거나 외부활동을 많이 했었는데요. 솔직히 <아동에게 안전한 기관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기 전에는 답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교육을 받고 난 후에 답사를 가서 아이들에게 위험한 요소를 파악하고, 현장에 안전요원 배치를 신청하거나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봉사자들을 추가로 모집하기도 했어요.
▲소풍에 앞서 아동안전을 고려한 내용이 담긴 푸른나라 어린이집 교사 회의록
<아동에게 안전한 기관 만들기>에 참여하신 소감을 듣고 싶어요.
황금순 | 솔직히 처음에 사업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면서 이미 어린이집에서 하고 있는데 이걸 또 해야 하나, 서류가 더 많아지지는 않을까 우려가 됐어요. 그런데 막상 참여하니까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실천하고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아이를 맡기시는 부모님들도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한다고 하니 어린이집의 안전에 관해 안심하시는 것 같았어요.
김미혜 | 진짜 감사해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나름 노력해왔다고 생각했지만 놓친 것들이 많더라고요. 아동안전이라고 하면 아동학대 교육만 생각했었는데, 다양한 부분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기관 운영 방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워크숍에 참여한 푸른나라 어린이집 선생님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황금순 | 대부분 어린이집에서는 아동에게 안전한 곳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한다 하면 ‘우린 이미 다 하고 있어요. 저희 교사교육도 잘 하고 있고 아이들한테도 안전교육 철저하게 하고 있어요’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사업에 참여하고 나니까 실제 아이들에게 안전한 생활을 위해 적용하고, 실천하고, 평가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많이 줄일 수 있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의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참여해 보면 좋겠어요.
김미혜 | 단순히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걸 넘어서서 아동에게 안전한 환경과 인식을 만들고, 체계를 잡아주는 기회가 많이 없는데,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동에게 안전한 기관 만들기> 사업이 확대되어서 더 많은 지역아동센터에서 참여하면 좋을 것 같아요.
글 손은아, 한국화 (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