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코로나19를 버텨 낸 지난 한 해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에게 특히나 힘겹고 불안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음 졸이며 교육부의 방침과 학교 공지를 기다리고 수시로 바뀌는 아이들의 등교 일정을 챙겨야 했지요. 원격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은 온 가족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긴급 돌봄을 신청하고 일터로 나가야 하는 부모님도, 온종일 아이와 씨름하며 돌봐야 하는 부모님도 쉽지 않은 한 해였습니다. 전 세계의 학부모가 같은 경험을 했다는 것도 전에 없던 일이었죠.
팬데믹와 함께 온 교육 위기는 학교라는 공간의 기능을 다시 생각해본 계기가 되었습니다. 학교가 단순히 수학이나 영어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학교는 아이들을 안전히 보호하며 그 안에서 마음껏 놀고, 관계 맺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어떤 어린이는 학교에서 먹는 식사가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영양을 섭취하는 기회입니다. 안전하지 못한 가정환경에 놓인 어린이에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어른이 있는 곳입니다. 그 모든 것이 일순간 멈추고 나서야 우리는 학교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됐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들의 원격 수업까지 챙기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그즈음 서아프리카에서 일하는 동료와 대화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팬데믹으로 학교를 빠진 남자아이들이 무장단체에 가입하게 될 수 있고,
여자아이들은 임신이나 결혼을 강요받는다는 동료의 말을 들으니 숨이 턱 막혔어요.
저의 딸과 아들은 그런 공포를 마주할 일이 없겠죠.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인 거예요.
코로나19의 경제적 여파로 학교에 돌아가지 못하게 될 아동이 수백만 명에 달하는데도 말이죠.”
– 안젤리크, 세이브더칠드런 캠페인 디렉터
교육 위기의 가장 어두운 면은 가장 취약한 가정의 아동일수록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점입니다.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아동 15억 명이 일순간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조금 완화된 뒤에도 여전히 아동 수백만 명이 등교 수업 중단으로 학교 밖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문제가 됐던 것처럼 수업에 적합한 기기가 없거나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가정의 아동은 원격 수업에서마저 배제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분쟁, 재난 등 인도주의적인 위기를 겪는 지역의 아동은 영영 학교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들
“원격 수업이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선생님이 되는게 꿈이에요.”
- 아민, 시리아
시리아 북서부의 실향민 캠프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던 임시 학교는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중단됐습니다. 아민(가명, 12세)이는 비는 시간에 학교 대신 공사장이나 밭으로 향합니다. 전쟁 통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민이와 동생 넷을 홀로 키우는 엄마를 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업이 중단된 지 한 달 후 세이브더칠드런의 원격 수업 프로그램에 등록한 아민이는 집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원받은 휴대폰으로 선생님이 보내주시는 수업 영상을 보고 메신저로 숙제를 제출합니다. 낮에는 종일 일하고 밤에는 공부해야 하는 고된 일상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따라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아민이의 꿈은 시리아 난민 아동의 교육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소녀들에게 학교가 정말 중요해요.
교육을 받을수록 지식이 늘고 누군가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어져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지역 사회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고 나중에 아이도 잘 키울 수 있어요.
저는 물리, 화학, 수학, 생물학 같은 과목이 제일 좋아요.
언젠가 꼭 의사가 돼서 마을 사람들을 보살필 수 있는 사람이 될 거예요.”
- 카디디아, 말리
카디디아(가명,15세)가 사는 서아프리카 말리에서는 수많은 관문을 통과한 여자아이들에게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여자아이를 가르칠 필요가 없다거나, 성년이 되기도 전부터 결혼해야 한다는 사회 통념에 맞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생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의 수많은 소녀들이 원치 않는 결혼과 임신을 강요받았습니다. 학교에 가야할 시간이 고스란히 노동 시간으로 바뀌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카디디아도 학교에 가지 않을 때는 물을 길어오거나 빨래를 하는 등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세이브 아워 에듀케이션 Save Our Education> 캠페인
아민이와 카디디아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세이브 아워 에듀케이션 Save Our Education> 캠페인을 통해 모든 아동이 안전히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 정부를 비롯해 전 세계의 관심을 촉구합니다. 교육은 아동을 빈곤, 폭력, 착취에서 보호하고, 더 나아가 신나게 웃고, 먹고, 즐겁게 놀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백신이 바이러스에 대비해 우리 몸의 면역을 키워준다면, 교육은 수많은 역경에서 아이들을 보호해 줍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방역과 대응에 집중하는 동안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뒤쳐졌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교육 예산이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저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학습 결손이 심화된 것처럼 이대로라면 한 세대의 교육 공백이 끝내 채워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을 그려가는 지금이야말로 교육에 집중해야 하는 골든타임입니다.
아동을 우선하는 국가의 정부는 어떤 모습일까요?
1. 전 세계 아동을 위해 큰 꿈을 꿀 수 있는 용기있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휴교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아동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교육을 지속할 대통령이 있어야 합니다.
2. 우리의 아이들을 안전하게 학교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미래 지향적인 학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작성할 준비가 된 교육부 장관이 필요합니다.
3. 교육에 대한 투자가 사회 전반에 대한 투자이며 코로나19 회복의 중요한 요소임을 알고 있는 재무부 장관이 필요합니다.
최근 영국에서 G7 정상회의가 개최되며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들이 글로벌 교육 위기를 타개할 결단을 내릴지 이목이 쏠렸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G7 정상과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보편적인 백신 접종, 추가적인 의료 지원, 아동의 교육과 영양을 위한 대책 마련 등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수립할 것을 촉구해왔습니다. 최종 채택된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평등한 여아 교육에 대한 의지가 담겨있는 한편,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기금의 규모와 지원책이 미비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여전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열린 주요 정상회의로는 실망스러운 결과입니다. 그러나 올 가을 G20 정상회의와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가 연이어 개최될 예정입니다. 세계의 리더들이 아동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과 함께 목소리를 높일 예정입니다. 세이브 아워 에듀케이션 캠페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신지은(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