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앰배서더 위촉식 전날도 응급실에서 당직을 서느라 꼬박 밤을 새운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2017년 국내아동보호 <한 아이> 캠페인으로 세이브더칠드런과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응급실 밖에서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로서 책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등을 펴내며 틈틈이 세이브더칠드런과 아동학대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책 『제법 안온한 날들』의 1쇄 인세를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 바쁜 일상에서도 따뜻한 마음과 올곧은 신념을 지켜가는 남궁인 의사를 세이브더칠드런 앰배서더로 위촉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앰배서더 위촉식에서 명함을 들고 있는 남궁인 앰배서더
▪ 2017년 <한 아이> 캠페인에 참여하신 후에도 ‘아동권리영화제’, ‘골든타임세이버’, 가장 최근에는 ‘죽음에서 배울 의무(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 특별법 촉구 캠페인)’까지 세이브더칠드런의 다양한 활동에 함께해주셨어요. 그중에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가장 최근에 참여한 <죽음에서 배울 의무> 캠페인이요. 언제까지 이렇게 아동이 죽는 걸 봐야 할까, 언제쯤 이런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접적인 아동학대 사건(양천구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관련이 있어서 더 마음에 남는 것 같아요.
▪ 세이브더칠드런의 여러 활동에 적극 참여해주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응급실과 비슷한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에서는 누군가 다친 사람을 치료해야 하고, 코로나19 방역도 해야 하고, 아동도 보호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그 일들을 누군가 하는 거지 내가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동을 지켜야 한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실제로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바로 세이브더칠드런이더라고요.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가 하지 못하는 일을 세이브더칠드런이 맡아서 해주시니까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내 일인데 남에게 맡긴 거니까,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아이들을 지키는 일을 당연히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의 다양한 캠페인에 참여한 남궁인 앰배서더
▪ 아이들을 좋아하시나 봐요.
아이들이 엄청 예뻐요. 응급실 의사는 아동을 자주 보는 직업이에요. 어제만 해도 응급실에 약 150명이 왔는데 그중에 애들이 한 20명은 온 것 같아요. 응급실에 온 애들은 인생의 가장 큰 위기를 맞은 거예요. 그래서 의사 선생님이 조금만 잘해도 애들이 좋아해요. 순수하게 백기를 드는 모습이 되게 예뻐요. 아이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게 좋죠.
▪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하시면서 아동에 대해 생각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저는 응급실에서 일하는 노동자였을 뿐이지 따로 아동권리나 아동학대를 공부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세이브더칠드런 캠페인 앰배서더를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이 어떻게 아동을 위해 일하는지, 아동학대 대응 체계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 내부에서 보지 않으면 모를 고충들까지도요.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한 시간은 아동을 대하는 일을 공부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 응급실에서 마주하는 아동학대는 어떤 모습인가요?
아동을 학대한 보호자가 ‘아이를 이만큼 이렇게 때렸고, 그래서 아이가 이렇게 다쳐서 치료하러 왔습니다’라고 말하지 않거든요. 대단히 격양되어있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그래요. 응급실까지 오는 아이들은 너무 많이 맞았거나, 의식이 없을 때 오게 되거든요. 그런데 보호자가 너무 날카롭게 반응해서 사건의 경위를 정확히 알 수 없어요. 뭔가 좀 물어보려고 하면 현장에서 위협적인 상황도 일어나고요.
▪ 뉴스로 전해 들어도 화가 나는데, 직접 학대 정황을 보면 더 힘들 것 같아요.
‘우리 아이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때린 것 같을 때. 그 사람의 말과 별개로 직접 맞은 아이의 상태가 보일 때 되게 힘들어요. 보호자의 말을 의심해야 하고. 제가 응급실에서 10년 넘게 일했지만 여전히 폭력으로 아이가 다친 건 좀 납득이 안 가고. 이럴 수 있나 싶고. 그래서 아이를 보는 것도 대단히 힘든 일이에요. 사람이 다친 걸 봐도 끔찍한데, 아이가 다친 건…. 이해가 안 가고.
▪ 2018년 위탁모 아동학대 사건도 직접 신고하셨는데요. 당시에는 적극적으로 아동학대를 신고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어떻게 직접 신고하시게 됐나요?
아동학대 유형에 신체학대, 성학대, 정서학대, 방임이 있잖아요. 보호자가 ‘아이가 이렇게 아플 때까지 내 잘못이 있었는데 이런 어려움도 있었다’라고 어른의 사정을 말해요. 하지만 아픈 아이가 심각한 상황이 되기까지 방치되어 있었으면 그 자체가 아동학대에 부합하니까 저는 무조건 신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공부했으니까요. 그때도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일하고 있었어요. 아동학대 예방교육과 신고의무자 교육도 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현실에서는 어른의 사정을 듣고 의심하기보다는 믿기 쉽고, 그래서 신고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어려워요. 저는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아동학대와 관련한 이슈에 발을 담고 공부한 사람이라서 신고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궁인 앰배서더가 페이스북에 작성했던 글 일부
▪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블로그와 페이스북에도 아동학대와 세이브더칠드런에 관해 종종 글을 써주셨어요.
응급실에서 만난 아동, 특히 학대를 당해서 응급실에 온 아동에 관해 글을 쓸 수밖에 없었어요. 글을 쓸 때 의사로서 환자가 응급실에 오기까지의 상황이나 고통을 공감하면서 쓰려고 하는데요. 아이들의 상황은 도저히 공감할 수 없고, 응급실에 오기까지의 고통은 상상이 안 가더라고요. 그래도 이 문제를 써서 세상에 조금이라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어제도 밤새 응급실 당직을 서고 오늘 앰배서더 위촉식에 오셨는데요. 응급실 의사와 마감이 잦은 작가, 종종 방송활동까지 무척 바쁘실 것 같아요. 어떻게 지치지 않고 많은 일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제가 워낙 내구력이 좋아요. 그래서 응급의학과도 덥석 골랐던 것 같아요. 밤을 새워도 다음 날 활동이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자유로우니까요. 지금은 옛날만큼은 아니라서 달리기도 열심히 하고 축구도 열심히 하고, 잘 쉬고 잘 관리하려고 해요. 그리고 제가 14개월 조카가 있어요. 조카 사진을 보면서 힘을 얻어요.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겠어요.
▲앰배서더 위촉 소감을 말하는 남궁인 앰배서더
▪ 곧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온라인으로 강연도 하신다고 들었어요. 어떤 내용인가요?
제가 경험해왔고, 또 잘 아는 이야기예요. 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님과 함께 대담 형식으로 '현장에서 아동학대'라는 내용을 다룰 건데요. 저는 의료기관에서, 팀장님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아동학대의 최전방에 있는 사람으로서 현장의 의견을 공유하고 달라진 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풀어갈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앰배서더로서 다짐과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처음 세이브더칠드런 캠페인에 참여하고 난 뒤 집에 가서 샤워하는데, 제가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더 성실하게 살아가고, 사려 깊게 행동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의무가 너무 크게 다가와서 글을 남겨두었어요. 그리고 그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는 게 앰배서더가 되고 나니 더 크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세이브더칠드런 앰배서더로서 아동을 위한 신념을 지키고 살아가도록 다짐해봅니다.
글 한국화 (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이승재 / 세이브더칠드런